북한法 통일LAW | 월북 작가 저작권, 헌법이 보장했다 2017년 12월호
북한法 통일LAW
월북 작가 저작권, 헌법이 보장했다
최은석 / 통일교육원 교수
남한 주민이 북한 저작물을 이용하려면 북한을 직접 방문하거나 북한 주민을 직·간접적으로 접촉하여 저작물을 반입해야 한다. 하지만 분단 이후 적대 관계를 유지해 오던 남북관계는 긴 시간 정치적 분단뿐만 아니라 법제적 분단도 함께 유지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남북 분단 이후 월북해 북한에 거주하면서 저작한 저작물에 대해 남한에 살고 있는 후손의 저작권 상속 권리는 인정될 수 있을까?
서울민사지방법원은 분단 이후 남한 주민이 월북해 북한에 거주하면서 저작한 저작물에 대해 우리 저작권법에 의한 저작권의 취득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우리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되는 저작권을 취득했다고 판시하였다.

소설가 이기영(1895~1984)은 광복 이후 카프의 결성에 주도적 역할을 하였고, 이후 월북하여 북조선문학예술총동맹을 이끌면서 북한 문예계의 중심 인물로 활동했다.
본 사건 개요를 보면, 이기영 작가는 1946년 월북하여 북조선문학예술총동맹을 결성하고 문학 활동을 하던 중 1954년부터 1957년 사이에 19세기 말엽부터 1930년대까지를 시대적 배경으로 두만강 일대 주민들의 계급투쟁을 묘사한 <두만강>을 저작한 사실이 있다.
본 저작권 침해 금지 가처분 법률 분쟁 사건은 피신청인 K1과 K2가 1988년 1월 15일 일본 국회도서관, 동경대학도서관에서 이 사건 저작물의 원본을 임의로 복사해 이를 전 7권으로 나누어 저작물로 출판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이기영의 <두만강>, 저작권 놓고 자손 간 분쟁
이기영 작가는 호적상 생존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1984년 8월 9일 북한에서 질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 재산상속인으로는 호주상속인인 장남 L1과 L2, L3, L4, L5, L6 등의 자녀가 있고, 위 L1도 1986년 4월 5일 사망하고 그 재산상속인으로는 처 B, 호주상속인인 장남 C1, 차남 C2와 그밖에 C3, C4, C5 등의 아들과 동일가적 내에 없는 여자인 D1, D2, D3, D4 등의 딸이 있었다.
이기영 작가가 북한에서 사망함으로써 남한에 있는 장남 L1은 그의 상속지분 3/13에 상응하는 저작권을 상속받았으며, 위 L1이 다시 사망함으로써 그의 상속지분 3/13에 대하여 장남인 신청인 C1이 그의 상속지분 3/16, 차남인 신청인 C2가 그의 상속지분 1/8에 상응하는 저작권을 각각 상속받았다고 할 것이므로 재판부는 신청인 C1, C2의 이 사건 피보전권리는 적법한 지위에 있다고 보았다.
피신청인 K1과 K2는 먼저, 오늘날 남북한 관계는 상호교차 승인, 유엔 동시 가입, 다각적인 경제교류 등이 추진되고 있어 이제 북한을 교전단체 또는 반국가단체로만 볼 수는 없다. 사실상 북한을 하나의 정부 내지 국가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으니, 북한 주민의 법률관계는 국제사법적 법률관계이거나 혹은 1국가 내에서 각 지방의 법률이 서로 다른 경우 그 적용 법률을 결정하기 위한 준(準)국제사법적 법률관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또한 우리 섭외사법 제2조 제3항에 의하면 지방에 따라 법이 상이한 국가의 국민에 대하여는 그 자가 속하는 지방의 법에 의한다고 하며, 동법 제26조에 의하면 상속은 피상속인의 본국법에 의한다고 하므로, 위 이기영의 저작권 취득 여부와 그의 사망으로 인한 저작권의 상속 여부에 관하여는 그가 속하는 지방인 북한 지역 법의 적용을 받는다고 하였다.
하지만 북한은 사회주의 체제로서 저작권 등의 권리를 개인이 소유하거나 개인의 사망으로 인하여 그가 가진 권리가 유족들에게 상속되는 것을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저작물을 이기영 작가가 저작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저작권은 북한 당국 또는 당의 소유로 귀속되었다고 볼 수 있고, 예외적으로 이기영 작가가 저작권을 가지게 되었다 하더라도 그가 사망함으로써 그 유족들에게 저작권이 상속되지 아니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우리 대법원은 헌법 제3조(영토조항)에 의하면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북한 지역은 한반도의 일부이므로 이 지역은 대한민국의 영토에 해당되고, 따라서 이 지역은 여전히 대한민국의 주권 범위 내에 있으며 대한민국의 주권과 부딪히는 어떠한 주권의 정치도 법리상 인정될 수 없는 것이므로 우리 헌법에 의거해 제정 시행된 저작권법이나 민법 등 모든 법령의 효력은 당연히 북한 지역에 미친다고 판결하였다.
대법원은 주권국가인 대한민국과 북한의 정치집단이 상호 대등한 자격으로 만나 자주적, 평화적 통일원칙, 무력충돌의 방지, 다방면적인 교류 등을 추진하기로 하는 7·4남북공동성명을 합의한 것과 오늘날 남북한 간에 상호교역, 이산가족 찾기, 남북당국자 회담 등 남북 통일을 위한 다각적인 교류가 추진됨에 있어 북한 지역을 지배하는 정치집단의 실체를 인정하였다.
한편 사법부는 대한민국 헌법 제3조의 규정이 개정되거나 남북한이 서로 주권을 인정하고 국가로 승인하거나 또는 1개의 국가 내에서 서로 다른 법률체제를 상호 인정하기로 하는 헌법적 효력을 가지는 조약이 체결된 바가 없는 이상, 북한 지역이 우리 주권의 범위 밖에 있다거나 우리 법령의 적용 밖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
그렇다면 이 사건의 경우에도 비록 이기영 작가가 북한 지역에 거주하였고 이 사건 저작물을 북한에서 저작하였다 하더라도 그는 우리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저작권을 취득하였으며, 그가 사망함으로써 남한에 있는 장남 L1이 그 상속지분에 따라 저작권을 상속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우리 사법부는 피신청인 K1, K2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음을 판시했다.
따라서 K1, K2는 이기영 작가가 이 사건 저작물을 조선작가동맹출판사, 조선문학예술총동맹출판사로 하여금 출간하도록 하면서 저작권을 모두 위 조선작가동맹, 조선문학예술총동맹에 양도하였으므로 이기영 작가에게는 더 이상 저작권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증인 T의 증언만으로는 이기영 작가가 저작권을 양도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았고, 이와 달리 인정할 아무런 자료도 없어 K1과 K2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보았다.
따라서 재판부는 신청인 L1, L2가 상속받은 위 저작권을 보존하기 위하여 피신청인 K1, K2의 출판 등 행위의 금지를 구하는 이 사건 가처분 신청은 이유가 있다고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신청인 L1과 L2가 피신청인 K1과 K2를 위하여 담보로 금 750만 원을 공탁할 것을 조건으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고, K1과 K2는 이기영 대하소설 <두만강> 저작물에 관하여 인쇄, 제본, 발매, 반포 등의 행위를 해서는 아니되며, 집달관은 위 저작물에 대한 K1과 K2의 점유를 풀고 L1과 L2가 위임하는 집달관에게 그 보관을 명하는 요청 및 위 취지를 적당한 방법으로 공시할 것을 결정하였다.
“헌법에 의거, 모든 법령은 북한 지역에 효력을 미친다”
1989년 7월 26일 확정된 이 서울민사지방법원의 판결 내용을 보면, 남과 북이 서로 주권을 인정하고 국가로 승인하거나 또는 1개의 국가 내에서 서로 다른 법률체계를 상호 인정하기로 하는 헌법적 효력을 가지는 계약이 체결된 바 없는 이상, 우리 헌법에 의거해 제정된 저작권법이나 민법 등 모든 법령은 당연히 북한 지역에 효력이 미친다고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북한 지역에 거주하는 월북 작가가 저작한 저작물이라 하더라도 우리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되는 저작권을 취득하였다고 할 것이며, 그가 사망한 경우에는 남한에 있는 그의 법정상속인 자손이 이를 상속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한 우리 법원의 결정은 우리 헌법 제3조 영토조항이 담고 있는 헌법적 가치를 실현한 확정 판결이라는 점에서 매우 유의미한 판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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