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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과도한 중국역할론 기대 조정 … 한·미·중 대화채널 中에 설득해야 2017년 12월호

특집 | 시계(視界)제로 한반도 돌파구는?

과도한 중국역할론 기대 조정 ··중 대화채널 에 설득해야

이동률 / 동덕여대 중국학과 교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두 번째)이 지난 11월 8일 베이징 자금성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두 번째)과 함께 나란히 앉아 경극 공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두 번째)이 지난 11월 8일 베이징 자금성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두 번째)과 함께 나란히 앉아 경극 공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미·중정상회담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는 뇌관을 건드리지 않는 데 집중하였다. 예상된 뇌관인 북핵 문제, 무역 불균형 등이 정상회담 의제의 중심이 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읽고 통 큰 2,535억 달러의 경협 선물 보따리를 제시해 일단 성공적인 회담으로 마무리 지었다.

중국은 북핵 문제와 관련하여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굳건히 지지한다고 밝혔고, 안보리 차원의 대북제재 전면 이행도 견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외형상 중국은 대북제재 유지와 강화에 합의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며 미국이 기대하는 대북 원유공급 중단, 북한 은행 계좌 폐쇄 등 추가적인 독자제재 조치에 대한 논의를 피해갔고 오히려 제재의 목적이 대화여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연이어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국제적 다자무대인 만큼 중국은 시진핑 2기를 맞는 입장에서 미국과 차별화된 글로벌 리더십을 제시해야 했다.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하는 등 자국우선주의로 전환함에 따라 이전 중국과의 남중국해 분쟁에서 미국에 전략적으로 편승해왔던 아세안 국가들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따라서 중국은 APEC 정상회담을 아세안 국가를 견인하면서 중국의 리더십을 확장해 갈 전략적 장으로 활용하고자 했다. 즉 자유무역과 경제 세계화를 역설하며 미국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고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국제사회의 공공재가 될 것임을 강조하였던 것이다.

문제는 중국의 이러한 시도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여부다. 향후 미국이 중국의 시도를 미국 주도의 기존 질서에 대한 도전이라고 판단하고 적극 대응에 나설 경우, 아시아에서 미·중 간 지정학적 경쟁이 부활하고 한국은 미·중 양국으로부터 복합적인 압박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권력집중 시진핑, 외교에선 경직성 높아질 수도

시진핑 정부가 안정적인 주변 환경을 추구하는 외교 전략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인접국들과 주권이나 영토 등 핵심이익과 관련된 분쟁이 재차 발생할 경우 중국 인민들의 고양된 기대와 국제사회 사이의 경계에서 이를 어떻게 조율해 나갈지 딜레마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향후에도 사안과 이슈에 따라 상이하고 복잡한 대외 행동 패턴을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집단지도체제에서 시진핑으로의 권력 집중은 정책 결정을 신속하게 하고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외교의 유연성이 제약되고 경직성이 높아질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향후 한·중관계의 회복을 모색하는 과정에서는 반드시 지난 시기 한·중 양국 지도자의 특별한 관계에 의존했던 한계를 냉철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제19차 당대회 이후 시진핑으로의 권력이 집중된 상황이다. 따라서 향후에도 한·중관계는 정상회담이 주도하는 패턴을 탈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정상 간 관계를 국가관계, 그리고 국민관계로 확장하여 제도화하는 노력은 우리의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과제다.

중국이 주변정세를 완화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경주할 수 있지만 결국 궁극적으로 중국은 강국화에 맞춘 나름의 스케줄을 진행해 나갈 것이고 그 결과 미·중의 아시아 영향력 경쟁은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한·중관계의 회복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회복시켜 나갈 것인지가 중요하다. 미·중의 경쟁 소용돌이에서 탈피하여 한국의 독자적 전략 가치를 확보하기 위한 외교의 다변화가 중요한 이유다. 또한 북핵과 통일 문제에 대해 과도하게 설정되어 있는 중국 역할론에 대한 기대를 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한국의 역할과 위상을 강화하려는 의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한·중관계는 이미 양자의 차원을 넘어서 미·중관계 등 국제구조에 취약한 관계로 전이되었다. 한·중관계는 미·중관계 등 국제정세의 변동에 따라 다시 악화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미·중관계는 중국 부상의 새로운 접근, 트럼프 정부의 높은 불확실성과 예측불가성 등으로 인해 유동적이며, 특히 미국의 동맹정책과 한반도 정책은 더욱 불명확하기 때문에 유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 유연성이 더욱 중요해진 시점이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을 함께 고려하는 복합 전략이 중요하다. 예컨대 한·중정상회담의 주요 청중은 미국이고 한·미정상회담의 핵심 청중은 중국임을 염두에 두고 진행해야 한다. 또한 향후 한·미, 한·중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전개되는 상황에서 어느 때보다도 대외적 메시지 발신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중 현안 논의 절실 냉전 구도 귀환 막아야

한·중 양국이 비핵화라는 원론에 동의하면서도 정작 해법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는 이유는 미래 한반도 권력지형에 대한 전략적 불신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비핵화가 초미의 과제이기는 하지만 결국 장기적 전략 이슈에 대한 논의가 부재한 상황에서는 일보의 진전도 어려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한반도 전략적 지형에 대한 논의는 결국 한·미·중 3국 간 논의가 필수적임을 강조하여 이번 계기에 한·미·중 대화채널의 중요성을 중국에 적극적으로 설득해가야 한다. 현실적 어려움이 있더라도 한·미·중 3국이 북핵을 해결할 모든 방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논의 할 수 있는 다양한 소통의 장을 점진적이고 지속적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한·미·중 대화에서 출발하여 한·중·러, 한·중·일, 그리고 미·중 및 남북한 등 다양한 소·다자 대화로 확장해 간다면 동북아에 한·미·일 대 북·중·러의 ‘냉전 귀환’ 방지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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