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 – Movie | 남으로 간 언니와 북에 남은 동생, 얼음판에서 만났다 2018년 3월호
Uni – Movie | <국가대표2>
남으로 간 언니와 북에 남은 동생, 얼음판에서 만났다
서유석 / 북한연구소 연구위원
2018년 동계올림픽이 강원도 평창에서 개최되면서 동계스포츠의 열기로 한반도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동계올림픽 종목은 그다지 인기 스포츠는 아니다. 주로 북유럽 국가에서 탄생한 종목들이 많아 낯설기도 하거니와 동계스포츠는 ‘부자들의 스포츠’라고 불릴 만큼 경제적 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동계올림픽이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점은 주목할 만하다. 더욱이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 우여곡절 끝에 결성된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승패를 떠나 국민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그래서 이번 호에서는 남과 북, 아이스하키라는 키워드로 연결되는 분단영화를 소개해볼까 한다. 바로 영화 <국가대표2>다.
우리나라에서 스포츠를 주제로 한 영화는 그동안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나마 지난 2009년에 개봉한 영화 <국가대표>가 누적관객 840만명을 기록하면서 역대 스포츠 영화 중 선방했을 뿐이었다. 그밖에 꼽아볼 영화가 있다면, 첫 번째로 1980년대 프로야구계를 주름잡았던 최동원과 선동열의 대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퍼펙트게임>이 인기를 끌었고, 두 번째로는 남북 탁구 단일팀 결성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코리아>가 높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와 함께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결성이 이슈가 되면서 영화 <국가대표2>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이 영화는 2009년 개봉한 영화 <국가대표>의 계보를 잇는 영화로, 탈북이라는 분단 관련 주제와 스포츠가 결합되어 색다른 감동을 전달하고 있다.
줄거리
영화 <국가대표2>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물론 100%는 아니다. 영화적 재미를 위해 가상의 인물이 투입되었지만, 탈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가 경기장에서 과거 동료였던 북한 선수단과 맞닥뜨린다는 영화 같은 설정은 실화다.
영화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의 지원(수애 분)은 동생을 북한에 남겨둔 채 아버지와 함께 탈북한다. 사건은 이러했다. 지원의 동생 지혜(박소담 분)는 빙상 선수였던 어머니가 남겨준 스케이트 한 짝을 잃어버리게 되고, 지원의 등쌀에 지혜는 스케이트를 찾으러 집을 나선다. 그런데 동생이 집을 비운 사이 일이 터졌다. 아버지가 반혁명분자로 몰려 전 가족이 수용소로 끌려갈 운명에 처한 것이다. 생존의 문제가 걸린 급박한 상황 속에서 동생을 찾을 겨를도 없이 아버지와 함께 탈북하게 된 지원은 남한에서 다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로 활동하게 된다.
북한에 남겨둔 동생이 가슴에 한으로 남은 지원. 하지만 둘의 만남은 빙상경기장에서 극적으로 이루어진다. 동생인 지혜가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최연소 대표로 경기에 출전하게 된 것이다. 친자매가 각각 남북한 에이스로 맞붙는다. 이미 예전 동료였던 북한팀 친구에게 동생의 안부를 물었지만 동생이 죽었다는 거짓 소식을 접하면서 심한 자괴감에 빠져들었던 지원이었다.
시합 당일 33번 번호를 달고 있는 동생을 단번에 알아본 지원은 기쁨과 미안함이 교차하면서 시합에 집중하지 못하고 멍하니 동생만 쳐다본다. 하지만 그러한 감정이 지속될 겨를도 없이 차가운 긴장감이 빙상 위를 감돈다. 언니인 지원이 자신과 조국을 배신했다고 생각하는 동생 지혜는 차갑게 쏘아보며 거친 플레이로 지원을 몰아붙인다.
영화 말미에 결국 자매는 경기장에서의 거친 승부를 뒤로하고 공항에서 극적인 화해를 한다. 지혜는 잃어버렸던 스케이트 한 짝을, 지원은 동생에게 주기로 했던 초코파이를 서로에게 건넨다. 그리고 몇 년 후 다시 국제대회에서 상대팀 주전 선수로 얼굴을 마주하는 지원과 지혜. 이번에는 둘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감상포인트
이 영화에서처럼 실제로 탈북한 국가대표 선수의 동생이 북한의 국가대표로 뽑혀서 나올 확률은 ‘제로’다. 남은 가족들은 이미 국가를 배신했다는 명목으로 수용소에서 삶을 마감했을 것이다. 다만 영화에서는 갈등선의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동생과의 갈등을 추가적으로 삽입하였다.
영화의 주인공인 이지원의 실제 인물은 황보영 씨다. 현재 성남의 유소년 아이스하키팀 코치와 고양시 장애인 아이스슬레지하키팀을 맡아서 활동 중이다. 1997년 탈북한 그녀는 2000년부터 2011년까지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팀 대표로 활약했고, 실제로 2003년 아오모리 아시안게임에서 북한과 맞대결을 펼쳤다.
실제 상황은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북한팀은 황보영 씨의 악수를 거절하는 것으로 시작해 경기 중에는 거친 플레이로 위협을 가했다. 본인의 경험 때문이었을까. 이번 평창동계올림픽 남북 단일팀 결성에 대해 황보영 씨는 반대 의견을 냈다. 팀워크를 저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자신이 오래 몸담았던 우리 대표단 후배들의 입장을 먼저 생각한 탓이다.
이래저래 남북 단일팀 결성은 스포츠의 정치적 이용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남북 단일팀이 현재의 남북관계나 분단국 사례에서 그나마 가장 비정치적인 형태의 결합이라는 점 역시 부인하기는 힘들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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