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8년 3월 2일

통통인터뷰 | “탈북학생을 글로벌 리더로 키우는 산실입니다” 2018년 3월호

통통인터뷰 | 전사라 다음학교 교감

탈북학생을 글로벌 리더로 키우는 산실입니다

조두림 / 본지기자

북한이탈청소년 대안학교 '다음학교' 전사라 교감

북한이탈청소년 대안학교 ‘다음학교’ 전사라 교감

Q. 북한이탈청소년대안학교 다음학교의 설립 취지가 궁금한데, 탈북청소년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A. 다음학교는 2011년에 통일부 산하 사단법인으로 설립되었는데요. 제 남편이기도 한 전 존(John) 교장과 저는 재미교포 출신으로 미국에서는 사업을 했고, 소위 말하는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도 했어요. ‘배우면 실천하는’ 미국에서 배운 게 많았죠. 미국에서 항상 ‘조국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왔고, 평소 가장 큰 투자는 ‘교육’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2007년 한국으로 들어와서 한동안 탈북대안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하게 됐습니다. 이후 제 역할을 마쳤다고 생각하고 미국으로 돌아가려고 하던 때 탈북민을 향한 마음과 부담감 같은 게 있었어요. 그렇다면 ‘교육으로 사람을 키우고 통일의 마중물이 될 탈북청소년들을 능력 있는 사회인으로 키우자’라는 생각에 다음학교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Q. 다음학교는 2011년 개교 이래 53명 졸업생 모두를 대학에 보내, 진학률 100%(수도권 대학 진학 75%)를 기록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탈북학생들의 대학 진로 지도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A. 저희는 되도록 이공계열로 탈북학생들 진로를 지도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다음학교 졸업생들의 가장 진학률이 높은 학과는 컴퓨터공학과, 간호학과가 있고, 교육대학에도 많이 입학해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요. 문과계열은 사실 탈북학생들이 남한 학생들과 경쟁하기란 참 힘듭니다. 이 사회에서 자라지 않고 인문학을 한다는 게 쉽지 않고, 실제로 이 분야로 진학한 탈북학생들이 고충을 토로하는 부분이기도 하죠. 하지만 기술 쪽은 출발선이 비교적 동일하거든요. 그리고 통일이 됐을 때 가장 먼저 북한에 들어가서 일할 수 있는 게 이공계 기술이기도 하고요. 예를 들면, 현재 한양대 공과 계열에서 기계과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다음학교 1회 졸업생이 있는데요. 그 친구는 통일이 되면 배운 기술을 가지고 북한의 1차 산업에 기여하고 싶다는 비전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어요. 그렇게 통일의 다음세대로서 전문성을 기르는 쪽으로 진로 지도를 하고 있죠.

Q. 다음학교 교육목표는?

A. 다음학교는 ‘경쟁력’ 있는 학생을 키워내는 데 교육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한국은 세계에서도 경쟁력이 높은 나라이자 치열한 경쟁 사회예요. 그렇다면 그 사회에 맞게 탈북청소년을 교육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입해서 경쟁력 있는 남한 사회 시민으로 설 수 있게끔 말이죠.

그런 측면에서 탈북민 배려 차원의 검정고시 위주 교육에 대해 저는 조금 회의적이에요. 검정고시 위주의 교육은 상대적으로 지식이 얕아지기 때문에 남한 같은 경쟁 사회에 적응해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취약점이 존재합니다. 대학 입학의 경우 특례입학제도가 있고, 정부에서 학비도 지원해주기 때문에 남한 사회에 진입할 수 있는 국가제도 자체는 잘 갖춰진 상태라고 생각해요. 탈북학생들이 현재 주어진 제도를 십분 활용해 실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학교는 책임감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또 이미 탈북학생들의 대학 중도탈락률이 비(非)탈북학생들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상황입니다. 특례입학제도가 있고 정부에서 학비도 지원해주는데, ‘내실’이 없다면 적응하지 못하고 학업을 포기하게 되는 거죠. 이미 남한 사회는 탈북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지배적인데요. “탈북학생들의 대학 중도탈락률이 높다”는 결과가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통일하는 데 어려움이 더 커지지 않을까요? 현재 정부에서 막대한 예산을 투자해 탈북민을 지원하는데 실효성을 거두지 못한다면 너무 안타까울 거예요.

Q. 다음학교가 탈북청소년 교육에서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

A. 다음학교는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학업에 중점을 두되, 예술 활동과 같은 비교과 활동을 적극적으로 장려합니다. 탈북청소년들은 사선(死線)을 넘어왔기 때문에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치유되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일상 생활과 학업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되죠. 그래서 학생들의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통한 ‘트라우마 회복탄력성’ 증진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다음학교가 합창단, 아트디자인 공예부, 사진·영상부, 밴드팀, 교내 카페활동 등 다양한 문화플랫폼을 운영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인데요. 지난 2년 동안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내면의 상처를 회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탈북학생들의 사례를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북한이라는 계획과 통제가 만연한 사회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자아성찰이나 미래의 꿈에 대한 감수성 자체가 부족해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정체성 혼란 문제를 겪기도 하고, ‘자기표현’을 어려워하는 탈북학생들이 많은데요. 음악, 미술 등 예술 활동의 결과물을 통해 스스로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 동시에 점차 ‘자아발견’을 해나가는 모습은 매우 고무적입니다.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니 학교에서도 교과, 비교과목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교육하고 있어요. 이런 이유로 학생들은 오히려 학업에 매진하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지만 학교는 과감히 비교과 활동에 시간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다음학교 학생들이 원어민 교사가 100% 영어로 진행하는 영어 수업을 듣고 있다.

다음학교 학생들이 원어민 교사가 100% 영어로 진행하는 영어 수업을 듣고 있다.

또한 독서와 리포트 쓰기 교육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저희 학교의 자랑할 만한 게 있다면 바로 도서실 시스템입니다. 학생들이 한국어는 물론 영어 도서도 열심히 읽도록 지도하죠. 2012년도 남북하나재단(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자료를 참고하면, 탈북 대학생들의 중도탈락률은 10.4%로 비(非)탈북학생들 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인데요. 적응에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로 “영어와 수업 내용을 따라갈 수 없는 기초학력 부족 문제”가 44.9%를 차지했어요. 대학에 입학한 다음학교 졸업생들에게도 가장 힘든 게 무엇인지 물어보면 리포트 쓰기라고 말합니다. 탈북학생들은 남한 사회에서 성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사회에서 통용되는 상식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학교는 탈북청소년들이 대학 입학 전에 사회적 지식들을 쌓아 다음 단계에 준비될 수 있도록 넓고, 깊게 독서훈련을 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탈북학생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가 영어예요. 북한에 영어 수업이 있기는 하지만 평양이 아닌 지역에서는 일반적이지 않고, 특히 탈북한 청소년 중에서는 극소수만이 영어를 접할 수 있었어요. 그러니 낯설 수밖에 없는 건데요. 다음학교는 영어로 영어를 이해하는 시스템으로 가르치기 때문에 학생들이 영어를 굉장히 잘합니다. 4명의 원어민 교사가 생활영어·문법·대입영어 등을 가르치고 있죠.

현재까지 다음학교 졸업생들의 대학 중도탈락률은 0%에 가까운데요. 학교에서 영어를 잘 가르쳐준 덕분에 실력이 갖춰져 있으니 대학에서 자신 있게 공부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보람 있었죠. 또 저희 학교는 2016년 7월 탈북학교 최초로 미국 교육평가인증 기관인 NCPSA(미국사립학교연합)와 AI(국제학교연합)에서 국제학교 인증을 받아서 ‘국제학교 시스템’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영어에 자연스럽게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이기도 해요.

마지막으로 학교는 학생들의 ‘공동체성’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학교에는 점심시간 직후 ‘공부나눔’ 시간이 있는데요, 마치 시끌벅적한 유대인의 도서관 ‘예시바’처럼 학생들 사이에 열띤 의견이 오고갑니다. 굉장히 흥겨운 분위기예요. 처음에는 학생들의 공부 편차가 심해서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시작했지만, 서로 학업 결과를 나누면서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과 의견수용 태도도 자연스럽게 기르게 되더라고요. 팀워크와 공동체성도 증진되기 때문에 계속 ‘공부나눔’ 시간을 갖고 있어요. 또 ‘홈커밍데이’라고 해서 졸업생들의 모교 방문일에 졸업생들이 멘토십을 진행합니다. 학생들에게 좋은 롤모델이자 탈북이라는 공감대를 토대로 좋은 상담자가 되어주죠. 어떻게 보면 탈북청소년 개개인은 굉장히 연약합니다. 그런데 공동체가 든든하면 설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 탈북학생들의 공동체 활동을 선택이 아닌 필수로 하고 있습니다.

다음학교 도서실 전경. 탈북학생들의 기초지식 강화를 위해 학교는 독서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다음학교 도서실 전경. 탈북학생들의 기초지식 강화를 위해 학교는 독서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Q. 다음학교의 향후 계획과 비전은?

A. 문화교류를 통해 남한 사회와 통합하는 연습을 많이 할 계획입니다. 버스킹 공연 등 대중을 상대로 문화 사업과 공연을 많이 할 예정인데요. 특히 젊은 분들을 상대로 진행할 계획입니다. 저는 통일을 이뤄가는 중추적 리더는 ‘남한의 청년세대’라고 생각합니다. 전쟁과 이념갈등을 겪은 중장년 세대는 통일 문제에 경직된 사고를 가질 수밖에 없지만, 지금의 청년세대는 완전히 다른 세대죠. 이념에 대한 개념이 크지 않거든요. 그래서 남북한 청년들이 지속적으로 만나고 섞이다 보면 어떤 놀라운 결합이 이뤄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또한 탈북민들이 통일의 동반자가 될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알게 될 거고요. 그들은 미리 ‘작은 통일’을 이뤄내는 통일세대죠. 학교는 그러한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또 기회가 된다면 꼭 ‘남북통합 대안학교’를 운영하고 싶습니다. 북한을 경험하고 인지한 학생들은 다음 세대의 진정한 리더가 될 거예요. 이 시대는 북한을 모르면 다음 세대를 이끌어 갈 수가 없습니다. 아울러 한반도 문제는 세계적 문제이기 때문에 ‘북한을 경험한 남한 리더십’은 결국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는 발판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양쪽 문화를 경험한 사람에게 진정한 경쟁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다음학교가 그런 ‘경쟁력 있는 다음세대 리더십’을 키울 수 있는 장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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