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法 통일LAW | 질곡의 분단사 관통한 A의 대한민국 국적 취득기 2018년 3월호
북한法 통일LAW
질곡의 분단사 관통한 A의 대한민국 국적 취득기
최은석 / 통일교육원 교수
남북 분단 이전 조선인 부모 사이에 출생한 북한 주민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는 과정에 있어 우리 헌법과 국적법은 과연 이들을 관대하게 대우하는가? A는 1992년 9월 1일 대한민국에 입국한 이후 식당, 여관 등지에서 남편 E와 함께 힘든 일을 하며 돈을 벌었는데, 1993년 11월, 남편 E가 안타깝게도 취객에게 맞아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 후 A는 자신의 고향인 강원도에서 친척인 숙모와 4촌 형제를 만나게 되자 고향에 머물러 여생을 보내기로 마음먹고 1994년 4월 서울 ○○경찰서를 찾아가 귀순 의사를 밝혔다.
그런데 경찰서에서는 A가 중국 여권을 가지고 대한민국에 입국했으므로 중국인이라고 보고 A가 체류자격과 체류기간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출입국관리법 위반자로 처리해 그 신병을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인계했다. A는 중국 여권은 한국에 들어오기 위해 남편 E를 통해 중국 관리에게 돈을 주고 만든 것으로, 중국 국적을 가지고 여권을 만든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으나 A는 불법체류 외국인으로 간주되어 출입국 당국에 의해 강제퇴거명령과 보호명령을 받게 되었다.
귀순 의사 밝혔지만, 강제퇴거명령 당한 1937년생 A
본래 A는 1937년 3월 17일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사향리에서 조선인 아버지 B와 어머니 C 사이에서 출생하였는데, 8·15 광복에 이은 남북분단 이후 북한 지역에서 거주하던 중 한국전쟁으로 부모를 잃고 1960년경 중국으로 건너갔다. 중국에 건너간 직후인 1961년경 한국계 중국인(재중동포)인 D와 결혼하였다가 1963년 이혼하였고, 1979년 다시 한국계 중국인인 E와 재혼하여 살다가 1992년 7월 13일 중국 정부로부터 여권을 발급받아 대한민국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체류 자격을 방문 목적으로 하여 30일의 체류 기간을 허가 받아 입국사증을 발급받았다.
당시 1992년 8월 24일은 한국과 중국이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국교를 정상화하는 한·중수교가 갓 맺어진 상태였으며, A는 같은 해 9월 1일 남편 E와 함께 대한민국에 입국하였다. 그동안 A는 중국에 거주하던 1977년 8월 25일 중국 주재 북한대사관으로부터 해외공민증을 발급받았고, 1987년 3월 1일에는 중국 정부로부터 1992년 3월 1일까지 5년의 유효기간으로 하는 외국인거류증을 발급받았다. 그리고 유효기간 만기인 1992년 3월 1일에는 외국인거류증의 유효기간을 1997년 3월 1일까지로 다시 5년을 연장 받은 상태였다.
남조선 과도정부 법률 제11호, 국적에 관한 임시조례 제2조 제1호는 조선인을 부친으로 하여 출생한 자는 조선의 국적을 가지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었고, 우리 제헌헌법은 제3조에서 대한민국의 국민이 되는 요건을 법률로써 정한다고 규정하면서 제100조에서 현행 법령은 이 헌법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한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했다.
대법원은 위의 사실관계에 대하여, A는 조선인인 부친 B로하여 출생함으로써 위 임시조례의 규정에 따라 조선국적을 취득하였다가 1948년 7월 17일 제헌헌법의 공포와 동시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것으로 유권해석하였다. 설사 원고 A가 북한법의 규정에 따라 북한 국적을 취득하여 1977년 8월 25일 중국 주재 북한대사관으로부터 북한의 해외공민증을 발급받은 자라 하더라도 북한 지역 역시 대한민국의 영토에 속하는 한반도의 일부를 이루는 것이어서 대한민국의 주권이 미친다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주권과 상충하는 어떠한 국가단체나 주권을 법리상 인정할 수 없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사정은 A가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고, 이를 유지함에 있어 아무런 영향을 끼칠 수 없다고 한 원심판결을 수긍한 사례는 매우 적절해 보인다. 특히 기록과 관계 법령의 규정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 사실 인정 및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이 국적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고 생각된다.
출입국관리법 제46조는 대한민국 밖으로 강제퇴거시킬 수 있는 대상자를 동조 각 호 소정의 일정한 사유에 해당하는 외국인으로 한정하고 있고, 제2조 제2호는 외국인이라 함은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지지 아니한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관계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출입국관리법 소정의 외국인으로서 대한민국 밖으로 강제퇴거를 시키기 위해서는 상대방(A)이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지지 아니한 외국인이라고 단정할 수 있어야 할 것인데, 위 A의 사안에 대해서는 그렇게 보기에는 분명 유권해석상 무리가 있어 보인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A가 1992년 3월 1일 중국 정부로부터 외국인거류증의 연장을 받은 이후 1992년 7월 13일 중국 정부로부터 중국 여권을 발급받기 이전까지의 기간 동안 중국 국적을 취득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가고, 이를 근거로 A가 중국 국적을 가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출입국관리법 소정의 외국인으로서 대한민국 밖으로 강제퇴거를 시키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지지 아니한 외국인이라고 단정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재외국민이 다른 나라의 여권을 소지하고 대한민국에 입국하였다 하더라도 그가 당초에 대한민국의 국민이었던 점이 인정되는 이상 다른 나라의 여권을 소지한 사실 자체만으로는 그 나라의 국적을 취득하였다거나 대한민국의 국적을 상실한 것으로 추정·의제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와 같은 재외국민을 외국인으로 볼 것은 아니고, 다른 나라의 여권을 소지하고 입국한 재외국민이 그 나라의 국적을 취득하였다거나 대한민국의 국적을 상실한 외국인이라는 점에 대하여는 관할 외국인보호소장 등 처분청이 이를 입증해야 한다.
1993년 11월 23일 A의 남편 E가 취객에 맞아 사망하였을 당시 가해자 측과의 합의금 수령 문제로 부부관계인 사실입증과 관련하여, E의 전처 딸인 F에게 A가 E와 결혼하였음을 증명하는 결혼증명을 보내줄 것을 부탁하였으나, F는 계모 A가 중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합의금의 정당한 수령권자는 중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는 직계비속인 F, 즉 자신만이 정당한 수령권자라고 주장하면서 A의 부탁을 거절하기도 했었다. 그러자 A는 다시 중국 거주 친아들 G에게 연락하여 결혼증명과 함께 중국 주재 북한대사관으로부터 발급받은 해외공민증 및 중국 정부로부터 발급받은 외국인거류증을 우편으로 전달 받은 후 F와 함께 대한민국 주재 중국 영사관에 찾아가 위 합의금의 정당한 수령권자가 누구인지에 대하여 유권해석을 구하였으나, 중국영사관은 A가 국적에 불문하고 배우자 자격에서 합의금을 수령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받아 위 합의금을 수령할 수 있었다.
대법원 “A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지위를 가진다”
한편, 남편 E는 중국에서 공무원으로 33년간 근무하다가 1991년 정년퇴직하였는데, 부인 A가 중국 여권을 발급받도록 여권발급 권한이 있는 공안책임자에게 청탁하여 부정한 방법으로 발급받았다는 점 하나만으로 A가 중국 국적을 취득하였다고 볼 수는 없고, 따라서 A는 여전히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지위를 가진다고 대법원은 판단하였다.
이처럼 대법원 판결을 보면 북한 주민이나 재외국민이 대한민국 국적 취득절차 과정에서 발생한 하자 있는 행정처분이 당연 무효가 되기 위해서는 그 하자가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한 중대한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어야만 한다. 하자 있는 행정처분이 중대하고 명백한 것인지 여부를 판별함에 있어서는 그 법규의 목적, 의미, 기능 등을 목적론적으로 고찰함과 동시에 구체적 사안 자체의 특수성에 관하여도 합리적으로 고찰함을 요한다.
관련하여, 지난 해 5월 17일 제83차 재외동포포럼에서 ‘재외동포귀환법’ 제정 토론회가 우리 국회도서관에서 개최되어 큰 눈길을 끌었다. 포럼 참가자들에 주목 받았던 것은 바로 이스라엘 동포귀환법이었다. 이스라엘은 1950년 7월 5일 국회에서 통과된 귀환법(Law of Return)에서 ‘모든 유대인들은 이스라엘로 이주할 권리가 있다’는 규정이 우리 한국의 귀환동포법 제정으로 이어지는 목소리가 터져 나와 시사하는 바가 컸다.
북한을 이탈한 조선인과 북한이탈주민, 그리고 재외동포에 대한 국적 관련한 법적 근거로는 ‘남조선 과도정부 법률 제11호’, ‘대한민국 제헌헌법 제3조’, ‘구 국적법’, ‘신 국적법 제2조’, ‘외국국적동포의 국적회복 등에 대한 업무처리지침’ 등을 법적 근거로 하고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에 대한 법적보호 규정 마련은 물론, 우리의 법과 현실 사이에서 이를 어떻게 해석·판단하고 실무에 적용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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