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싶었어요 | “대북 인도적 지원, 취약계층 중심 단계적 추진해야” 2018년 3월호
만나고 싶었어요 | 이용화 현대경제연구원 통일연구센터 연구위원
“대북 인도적 지원, 취약계층 중심 단계적 추진해야”
이동훈 / 본지기자
Q.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의 개선 국면이 진행됨에 따라 그간 중단되었던 대북 인도적 지원이 어떠한 변화를 맞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 지금까지 한국 정부별 대북 인도적 지원의 현황은 어떻게 정리해 볼 수 있는지?
A. 1995년 북한의 식량난을 해소하기 위해 시작된 대북 인도적 지원이 올해로 23주년을 맞았으나, 최근 남북관계 경색 등의 이유로 명맥만 유지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의 대북 인도적 지원은 1995년 대홍수로 식량난에 직면한 북한에 쌀 15만t을 직접 지원하면서 본격화되었죠. 그동안 북한은 한국의 대북 인도적 지원으로 식량 부족 완화, 부족한 생활 인프라 보강 등 직간접적 혜택을 받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2017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북한은 여전히 약 50만t의 식량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1990년대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와는 달리 대량 아사자는 발생하지 않고 있어요. 이는 한국을 비롯해 국제사회의 식량을 비롯한 비료 지원 등 다양한 대북 인도적 지원이 지속된 것에 기인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또한 결핵 퇴치 등 보건의료 지원, 농촌 비닐하우스 개건 등의 사회 인프라 지원이 북한 주민 생활 개선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준 것으로 판단됩니다.
하지만 최근 북한의 핵 개발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지속에 따라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대북 인도적 지원도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북 인도적 지원은 남북 간 상호 이해도 증진을 비롯해 바람직한 평화통일 환경 조성을 위해서라도 지속될 필요가 있죠. 대북 인도적 지원은 북한 당국을 비롯해 소수이지만 주민과의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남북 간 상호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기제로 작용할 수 있어요. 또한 ‘인도주의 정신’에 입각한 인도적 지원은 분단 70년의 대립과 갈등을 해소하고 남북 공동번영의 통일미래를 구축하기 위해서라도 지속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정부별 대북 인도적 지원 현황이 어떤지 우선 살펴볼 필요가 있겠죠. 종합적으로 보면, 김영삼 정부 이후 현재까지 총 3조2,871억원의 대북 인도적 지원이 실시되었고, 개별 정부의 대북정책에 따라 부침이 있어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김영삼 정부(1995~1997년) 시기에는, 앞서 언급하였듯이 1995년 북한 수해에 따른 식량난 심화를 계기로 제한적 대북 인도적 지원이 시작되었고, 금액으로는 약 2,315억원 수준이었어요. 하지만 1996년 강릉 잠수함 침투 사건을 계기로 대북지원 확대에는 그 한계가 뚜렷했습니다.
다음으로 김대중 정부(1998~2002년)의 대북 인도적 지원은 1998년 3월 대북지원 활성화 조치가 발표된 이후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증가하기 시작했고, 금액으로는 총 8,397억원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정권 말에 소위 ‘퍼주기’ 논란을 겪으며 그 의미가 퇴색되기도 했죠. 노무현 정부(2003~2007년) 시기에는 대북 인도적 지원의 양적 확대를 통한 질적 변화 모색이 특징적입니다. 특히 식량 등 구호 지원을 지속하는 한편, 농업구조 개선 등 중장기적 지원을 모색하였습니다. 노무현 정부 내 대북 인도적 지원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07년에는 4,397억원에 달했고, 5년간 누적 금액은 1조8,909억원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2008~2012년) 들어 천안함 사건에 따른 5·24조치로 대북 인도적 지원은 5년간 2,577억원으로 크게 위축되었어요. 특히 박근혜 정부(2013~2017년 3월)에서는 남북관계 경색 지속 등의 이유로 대북 인도적 지원은 673억원을 기록해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으로 전락했죠.
Q. 인도적 지원 분야도 과거 일반구호의 측면에서부터 변화 양상을 거쳐 왔는데 구체적으로 어떠한 추세를 보여왔는지?
A. 분야별로는 일반구호 중심에서 보건의료 등 사회 인프라 지원으로 확대되는 추세로 볼 수 있어요. 대북 인도적 지원 초기에는 주로 긴급을 요하는 일반구호에 집중되었습니다. 일반구호는 인재 및 자연재해로 인한 일시적 인도적 지원 상황이 발생했을 때 불특정 다수를 수혜자로 구호식량 등 물품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구분됩니다. 시기별로는 우선 1995년 북한의 식량난 당시 한국의 대북 인도적 지원 가운데 일반구호의 비중은 100%였죠. 그리고 ‘고난의 행군’ 등으로 북한의 식량난이 지속된 1995년부터 1998년까지는 평균 95.5%에 달했습니다. 같은 기간 농업복구 및 보건의료의 지원 비중은 각각 평균 3.3%, 1.3%에 불과한 수준이었죠.
다음으로 2000년 들어 북한의 식량난이 점차 개선 양상을 보임에 따라 한국의 대북 인도적 지원 분야도 일반구호에서 농업복구 방향으로 전환되기 시작했습니다. 1999~2007년 사이 농업복구 분야의 평균 비중은 54.3%로 전체 대북 인도적 지원 분야의 절반 이상에 달한 반면, 일반구호 비중은 같은 기간 평균 31.4%로 축소되었죠.
마지막으로 2008년 이후에는 보건의료 등 개발구호성 대북 인도적 지원 비중이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00년대 후반 이후 북한의 경제개선 등에 따라 일시적인 긴급성 일반구호보다 장기적 차원의 보건의료(2008~2016년 평균 58.9%) 등의 개발구호 성격으로 전환되었다고 할 수 있죠.
Q. 대북 인도적 지원의 주체를 중심으로 봤을 때 정부와 민간의 역할이 일정 부분 구분되는 모습을 보이는데, 정부와 민간의 지원 현황과 성격과 함께 양자 간 차이점을 드러내 본다면 어떤 것이 있을지?
A. 네, 말씀하셨듯 대북 인도적 지원을 주체별로 살펴보면 크게 정부와 민간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우선 정부 차원에서는 그동안 약 1조5,000억원 상당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집행했고, 북한 내부 상황에 맞게 지원 방식을 다양화 하고 있죠. 정부 차원의 대북 인도적 지원은 1995년 북한 식량난으로 1,854억원에 달하는 쌀 15만t을 지원하면서 시작됐습니다. 1995년 이후 본격화된 정부 차원의 대북 인도적 지원은 직접지원을 비롯해 유엔세계식량계획(WFP), 세계보건기구(WHO), 유엔아동기금(UNICEF) 등을 비롯한 다양한 국제기구를 통해 지원되었죠. 세부적으로는 1995년 북한의 식량난 해소를 위해 쌀 15만t을 무상지원 했고, 2006년에는 북한의 수해복구 지원을 위해 2,273억원을 지원한 것이 최대입니다.
정부의 주요 지원품은 식량을 비롯해 비료, 의약품, 의료장비 등 다양합니다. 1995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북한의 식량난 개선을 위해 쌀, 옥수수 등 식량지원을 비롯해, 농업 생산성 제고를 위한 비료 등을 주로 지원했죠. 그리고 2000년대 중후반부터는 말라리아 방역지원,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영유아 의료지원 등 주로 방역 및 영양과 관련한 지원을 실시해 왔어요.
한편, 2000년 이후 지원된 대북 식량 차관은 총 8,728억원에 달합니다. 정부는 대북 식량차관으로 2000년 외국산 쌀 30만t, 옥수수 20만t 지원을 시작으로 2007년까지 총 쌀 240만t과 옥수수 20만t을 북한에 지원했죠. 하지만 최초 상환일 2012년 이후 현재까지 차관 상환은 전무한 상황입니다.
민간 차원에서는 정부보다는 금액 수준으로는 적지만 누적 8,972억원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실시했고, 현재까지 106개의 단체들이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고 있어요. 1995년부터 본격화된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과는 달리, 민간 차원의 지원은 북한에 대한 국민적 대북지원 공감대가 형성된 1997년부터 본격화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1995년에는 2억원 상당의 담요 8천장을 지원했고, 2004년에는 밀가루, 농자재, 의약품, 감귤 등 1,558억원 상당의 대북지원을 실시한 바 있죠. 하지만 2010년 천안함 사건에 따른 정부의 5·24조치 이후 민간 차원의 대북 인도적 지원은 축소되기 시작했고,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11억원 규모에 불과한 수준입니다.
현재 통일부에 등록된 대북 민간지원 단체는 총 106개로, 보건의료를 비롯해 우선복지, 사회인프라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결핵약 등 의약품 지원, 의료 기자재 지원, 병원 건립 및 개선, 의약품 및 의료 기자재 생산 공장 지원 등의 사업을 실시해 왔죠. 특히 정부 차원에서 진행하기 어려운 사회 인프라(상하수도 개선 사업, 학교 건립 및 개선, 산림녹화 등), 농축산지원(농자재, 비료, 농업기술) 등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Q. 해외에서 북한에 지원하고 있는 추이도 궁금한데, 최근 5년간 국제사회의 대북 인도적 지원 규모와 성격 등은 어떤지?
A. 북한의 핵 개발 및 장거리미사일 발사 지속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의 대북 인도적 지원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유엔인도주의조정국(UNOCHA)의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3~2017년 국제사회의 대북 인도적 지원은 1억9,000만달러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어요. 연도별로는 2013년 약 5,000만달러에서 2014년 약 2,700만달러로 줄었다가, 2016년 약 4,300만달러, 2017년 약 3,900만달러 수준으로 늘어났죠. 주요 지원국은 스위스, 스웨덴, 독일, 캐나다, 프랑스 등 17개 국가입니다.
최대 지원국 순으로는 지난해 기준으로 스위스가 약 700만달러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러시아(300만달러), 스웨덴(204만달러), 캐나다(150만달러) 순이었습니다. 한편 2013년
이후 대북 인도적 지원이 전혀 없었던 미국의 경우, 2017년 유엔아동기금(UNICEF)을 통해 100만달러를 지원한 것이 특징적이죠.
주요 대북 인도적 지원 유형은 건강지원(산모, 영유아 등), 영양지원, 긴급식량지원, 수질위생지원 등으로 구분됩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살펴보면 국제사회의 대북 인도적 지원 유형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은 건강지원(67.6%)이며, 다음으로 영양지원(9.3%), 식량안보(8.1%) 순입니다. 그 밖에 수질위생지원도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며 불특정으로 발생하는 자연재해에 대한 긴급구호도 실시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죠.
Q. 현재 남북관계가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북한 핵·미사일 문제로 인한 국제사회 대북제재 국면에 처해 있어 한국의 대북 인도적 지원 정책은 면밀한 계획 검토 및 시행이 요구된다는 의견이 있는데, 효과성 측면에서 향후 정부의 정책 추진 방향에 대한 제언을 한다면?
A. 북한 주민의 삶의 질 개선과 통일 이전 북한 주민 마음 얻기에 초점을 맞춘 대북 인도적 지원 방안을 수립하되, 대북제재 국면을 고려하여 이를 단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어요. 우선은 인도적 지원이 시급한 사업부터 추진하면서, 민간단체의 역할을 제고하고 점차 정부 차원의 노력 확대가 필요합니다. 구체적으로는 백신, 필수의약품, 영양식 등 지원이 시급한 분야를 중심으로 추진된 기존 민간단체의 인도적 지원 사업을 지속하고, 점차 정부 차원의 접근을 확대해야 할 것이죠.
다음으로 북한 임산부와 5세 미만 아동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적절한 방식으로 필요한 시기에 추진해야 합니다. 남북 간 보건의료 격차 해소를 위한 ‘북한 주민 건강증진 지원사업’, 즉 의료와 영양지원을 동시에 추진하는 사업을 진행해야죠. 실제로 통계청에 의하면 2016년 기준으로 남북 간 기대수명 격차는 12년이며, 북한의 영아사망률은 남한의 7.6배, 성인 남성 평균 신장 격차도 15cm로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함을 지적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단순한 지원에서 농업·보건의료·녹색사업 등으로 개발협력을 구체화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구체적으로는 구호사업부터 시작하여 점차 북한 경제의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는 농업개발, 보건의료 시스템 개선, 상하수도 및 위생 관련 생활 인프라 구축 등 개발협력 분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겠죠. 특히 접경지역 공동방제사업, 감염병 관리 등 통일 지향적 사업은 우선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대북제재 국면을 고려하여 국제기구를 통한 간접지원 방안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국제기구의 철저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분배의 투명성을 제고하여 대북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고려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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