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탄소하나 산업의 기원을 찾아서 | 석탄에서 석유를 뽑아내다 2018년 3월호
북한 탄소하나 산업의 기원을 찾아서 1
석탄에서 석유를 뽑아내다
박종철 / 경상대 통일평화연구센터 소장
미국이 글로벌 리더국으로 부상하면서 전 세계에 값싼 원유를 공급하는 레짐(regime)이 구축되기 전에는 석탄에서 석유를 생산하는 것이 상식적인 세상이었다. 북한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산업화된 국가는 석탄에서 석유를 생산하는 설비를 보유했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독일, 스코틀랜드, 일본 등은 석탄석유(Coal Liquefaction)로 전쟁을 치렀다.
1945년 이전 석탄은 ‘검은 다이아몬드’로 불렸다. 1945년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에 편입되지 못한 일부 국가는 여전히 석탄에서 석유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아파르트헤이트와 핵개발로 제재를 받았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있다.
석탄과 석유는 탄소와 수소와 배열에 따라서 다른 형태이지만 ‘쌍둥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열과 압력을 이용하여 석탄과 석유는 서로 형태를 바꿀 수 있다. 또한 탄소와 수소로 생성된 물질로는 석탄 이외에 유혈암(油頁岩, Oil Shale) 등이 있다.
북한의 대표적인 석탄 산지 ‘아오지’는 ‘불타는 돌’이라는 여진의 말이 기원으로, 오래전부터 유혈암이나 갈탄이 노천에 널려 있었던 지역이었다. 유혈암은 요즘 흔히 쓰는 오일 셰일로, 1930년대만 해도 노천에서 채탄되었다. 아오지와 중국 무순의 유혈암과 갈탄은 휘발 성분이 높아 석탄석유를 만들기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석탄은 탄화 정도에 따라서 무연탄, 역청탄, 아역청탄, 갈탄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또한 석탄을 석유로 변환한 것에는 석탄석유, 인조석유, 유사석유, 가짜석유 등의 다양한 명칭이 있고, 주요 공정은 독일에서 개발한 3가지 기법을 바탕으로 현재 각국에서는 70여 가지의 공정을 통해 인조석유를 생산하고 있다.
北 ‘탄소하나’ 산업으로 인조석유 생산 … 오래전 확보한 기술
북한에는 ‘탄소하나’로 불리는 산업이 있다. 북한은 탄소하나 산업에 대한 몇 가지 정의를 내놓고 있는데 김일성종합대학 김태문 교수의 <노동신문> 기고에 따르면, “탄소하나 화학산업이란 석탄, 유혈암 등을 건류, 액화, 가스화 공정과 촉매(특히 철과 니켈 등)를 통하여 휘발유 등 다양한 유기화합물을 합성하는 공정”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기타 북한 매체에서는 일반 독자를 위해 “탄소하나 산업이란 석탄에서 휘발유를 뽑아내는 기술”이라고 쉽게 설명하고 있다.
석탄에서 석유를 뽑아낸다는 북한의 언급으로 국내에서는 상당한 논쟁이 일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산업 기술이나 경제력으로는 이러한 기술이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석탄석유(인조석유)를 생산하는 석탄화학 산업은 이미 1930년대에 아오지 탄광에서도 검증, 산업화된 역사적으로 오래된 기술이라는 점에서 볼 때 북한 탄소하나 산업에 대한 논리를 국내에서는 정치논리적 시각에서 검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2016년부터 현재까지 발표된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은 북한 경제에 대한 포괄적 제재를 포함하고 있다. 2016년 3월 유엔결의안 제2270호에서는 민생 목적 외의 북한산 석탄, 철광석 수입을 금지하였고, 2017년 제2321호는 북한산 석탄 수입에 대한 전면 금지, 그리고 2017년 제6차 핵실험 이후 결의안 제2375호에는 대북 석유 수출 제한을 명시했으며, 화성-15형 발사 이후 채택된 제2397호는 유류공급 제한 강화를 포함했다.
국내외 일부 싱크탱크에서는 현재 북한과 중국의 수출입 규모가 대략 연간 70억달러 수준인데, 유엔안보리 결의안에 의하여 80%가 제재되고 있으므로 북한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포괄적 경제제재’ 이론을 연구하거나 ‘석탄화학’을 연구하는 입장에서 보면 소위 ‘북한 특수론’의 함정에 빠진 것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반면 지금 북한이 받고 있는 것과 같은 포괄적 경제제재에서는 ‘제재의 역설’로 오히려 제재 받는 국가의 기초 산업을 재건시킨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게 부상되고 있다. 북한에서 기초 산업이라 함은 일반적으로 ‘석탄’을 중추로 활용하는 산업을 일컫는다.
과거 사례를 보면 일반적으로 경제제재는 실패하는 경우가 많고, 특히 대상을 특정하지 않는 포괄적 경제제재의 경우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포괄적 경제제재의 부작용 중 하나는 제재를 받는 국가의 제재 대상자가 아니라 취약계층에 심각한 손해를 입힌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경제제재의 효과성에 대한 연구로 성과를 낸 학자 호프 바우어만 해도 4개의 사례 중 1개는 이러한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주장한 바 있다.
현재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으로 인해 북한은 중국에 석탄을 수출할 수 없다.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북한이 국내의 석탄 채탄을 줄여야만 한다. 그러나 <노동신문>과 <조선중앙방송>은 연일 “석탄을 증산해야 한다”면서 그 이유로 “현재의 제재 국면을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북한 내에서 석탄이 석유를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방 이후 북한 당국은 석탄 증산을 지속적으로 독려해왔고, 이러한 국내 선전·선동은 현재 만리마속도 시대까지 지속되고 있다.
초강력 제재 지속되는데 북한 내 유류가격은 안정세?
북한 당국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2010년 북한의 석탄 채탄량은 약 3천만t 정도다. 이는 북한의 산업 능력이 최고조에 달했던 1980년 후반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필자는 북한이 현재 3천만t보다 더 많은 석탄을 생산하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근거는 다음과 같다. 우선, 북한 경제는 당국의 공식 통계보다는 암시장, 즉 보이지 않는 곳에서 좌우되는 부분이 매우 크다. 탄광의 경우, 국가가 경영하는 주탄광 주변에 일반적으로 수십 개의 사영탄광이 운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2010년 이후 북한 경제 상황이 급성장하고 있고, 마지막으로 북한 당국은 경제 안정을 위하여 2013년부터 석탄 수출을 축소시키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즉 국내 수요가 늘어나 수출량이 적어지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 이후 최근 평양과 나진, 신의주 등을 취재한 방송을 보면 자가용과 택시 등의 운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시외 장거리 버스가 정기적으로 운행하고 있으며, 휘발유 가격도 어느 정도 안정적이라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을 펼치는 쪽에서는 이러한 대도시를 제외한 기타 지역은 유엔안보리 결의안 때문에 상당한 경제적 곤란을 겪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재반론으로 북한의 소도시와 농촌지역, 탄광지역 등의 생활이 많이 개선되고 있다는 주장 역시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가 최근 인상 깊게 본 몇 가지 영상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타이완 출신 임지호 박사가 2017년 평양, 마식령, 원산 등을 방문해 촬영한 것이었다. 영상에는 차량의 운행 장면이 담겨 있었고, 거리에는 목탄차, 석탄차를 포함해 독일제 고급 세단까지 매우 다양한 종류의 차량이 운행되고 있었다. 특히 평양역 앞에서는 운전기사를 둔 독일제 개인 고급 차량과 택시가 즐비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지난해 9월 3일 제6차 핵실험 이후 북한을 방문한 재미언론인 진찬규 기자가 지난 1월 한 언론사 보도 프로그램에 출연해 공개한 북한 내부 취재 영상에서도 평양의 운행 차량이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지난 1월 필자와 면담한 러시아 모스크바 대학교 올레그 키리야노프 박사 역시 지난 1월 20일 신의주를 방문해 촬영한 영상을 택시, 버스 등의 운행이 증가했다는 증거로 다양한 사진과 함께 제시한 바 있다.
현재 북한에서 ‘탄소하나 화학산업’은 김정은 시대에 만리마속도창조의 기반이 되는 일반적인 용어가 되고 있다. 김정은은 “인민경제의 자립성과 주체성을 보장하는 데서 중핵적인 문제는 원료와 연료, 설비의 국산화를 해야 한다”고 연설한 바 있고, ‘탄소하나 화학산업’에 대해서는 “전략수행기간(경제개발계획) 석탄가스화에 의한 탄소하나 화학산업을 창설하고, 갈탄을 이용하는 석탄 건류공정을 꾸려야 한다”면서 “회망초(灰芒硝)를 기초원료로 하는 탄산소다공업을 완비하여 메탄올과 연유(휘발유, 디젤유), 합성수지를 비롯한 화학제품 생산의 주체화를 높은 수준에서 실현하여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2016년 5월 제7차 노동당 대회에서는 “석탄가스화에 의한 탄소하나 화학산업을 창설하자”는 목표가 제시되기도 했고, 2017년과 2018년 신년사 등에서도 김정은은 “탄소하나 화학산업은 쉽게 이야기하면 석탄에서 휘발유를 뽑아내는 화학”이라고 부연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상의 ‘탄소하나’에 대한 구호는 김일성 시기의 ‘석탄화학’을 발전시키자는 주장과 유사하기에, 김정은 시대에 갑작스럽게 등장한 획기적 발상은 아니라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지난 2017년 평양에서 출판된 <조선경제>에서는 “적대세력의 가장 악랄한 고립봉쇄 속에서 경제 건설을 다그치고 있는 우리나라의 조건에서 원료와 연료, 설비를 국산화하는 것은 경제강국 건설의 운명과 관련되는 사활적인 문제”라면서 “원료 등을 국산화할 때 그 어떤 세계적인 경제제재에도 끄떡없이 늘어나는 수요를 원만히 보장할 수 있다”는 주장이 대두되었다. 여기에 조선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 김철 연구원이 서방 언론에 출연, 이와 동일한 성격의 주장을 펼치며 국제적으로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탄소하나’를 ‘석탄화학’으로 대체해 살펴보면, 김일성이 해방부터 1990년 초까지 주장했던 내용과 거의 흡사함을 알 수 있다. 과거 김일성은 “만약 상대적으로 공장 건설이 쉬운 원유화학 관련 설비를 세워나간다면, 이는 곧 산업체제가 원유를 기반으로 돌아가게 됨을 의미한다”면서 “하지만 여건 상 원유는 외국으로부터의 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체제가 굳어진 상황에서 혹여 제재를 받게 되면 국가적인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논리를 펼치며 석탄화학 산업을 중심으로 북한 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규모 인조석유 생산도 현재 北 입장에선 적지 않다
이러한 석탄공업 기술은 이미 19세기 말부터 활발하게 개발된 바 있고, 현재 이 분야에서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기업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소재 사솔(Sasol)이 대표적이다. 뿐만 아니라 선진국조차 최근에는 고유가에 대비하는 경제적 이유 또는 친환경 에너지 개발을 목적으로 인조석유 시험설비(pilot plant)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이 비단 남아공처럼 대량의 상업적 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100t(연간 3만5천t) 수준으로 석탄석유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하다면, 물론 극히 소규모의 생산이라 큰 유의미한 변화가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유엔이 제한한 북한의 원유 수입량이 50만t이라는 점을 고려해볼 때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 입장에서는 결코 적은 양이라고 볼 수는 없다. 만약 소형 시험설비 15개 정도만 운용하다면 북한이 연간 중국에서 수입하는 원유량과 거의 유사한 수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일제강점기부터 만리마속도 시기를 지나올 때까지 북한의 대표적인 탄소하나 화학산업 설비로는 아오지공장과 2·8비날론공장, 흥남비료공장, 성진제강소, 화력발전소 등이 있다. 단 한 차례의 기고로 북한의 탄소하나 화학산업의 규모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이상의 논거를 위하여 필자는 앞으로 몇 회에 걸쳐 아오지인조석유공장 개발, 김일성의 석탄화학 산업에 개발과 관련한 제안, 김정은 시기 들어서 탄소하나 화학산업의 창설에 대한 서로 상반된 논쟁 등을 설명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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