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좌담 | “북·미 사이 명분·실리 챙기며 대화 모멘텀 유지해야” 2018년 3월호
특집좌담 | 운전석 오르는 한국, 본격 수싸움 막 올랐다!
“북·미 사이 명분·실리 챙기며 대화 모멘텀 유지해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공식 초청으로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통해 전달한 방북 초청에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 나가자”면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도 북·미 간 조기 대화가 필요하며 미국과의 대화에 북한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남북정상회담은 관계개선의 장애물을 일거에 해결하고, 북핵문제의 돌파구도 마련할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안보 구조 속에서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채 무리한 방식으로 밀어붙이는 것보다는 사려 깊고 조심스럽게 접근해 나가야 한다는 요구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와 함께 북한의 문 대통령 초청으로 촉발된 남북관계의 새로운 국면과 평창동계올림픽 이후로 연기된 한·미연합군사훈련 재개를 둘러싼 복잡한 방정식을 분석해보고 군사적 긴장도를 낮추는 동시에 한반도 평화를 견인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바람직한 전략 방향은 무엇인지 점검해본다. ※편집자주
Ⅰ. 2018년 북한의 전략은?
“대내외 안정 긴요 … 포기할 수 없는 해” 김동엽
“핵무력과 남북관계, 두 축으로 국면진정 시도” 홍 민
“핵·미사일 고도화 속 美 예봉 피할 시간 벌기” 홍현익
홍현익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지난해 말 평창동계올림픽이 제대로 치러질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는데 북한이 올해 초 신년사를 발표하면서 이를 기점으로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공식적으로 밝혔고 동시에 올해가 정권 수립 70주년을 맞는 해인데 이 역시 축하해달라는 메시지를 던졌죠. 그런 맥락에서 북한이 먼저 대남 화해 전략을 들고 나왔습니다. 어쨌든 지금 평창동계올림픽이 평화적이면서 또한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있어 매우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남북 평화공존과 한반도 정세 안정, 그리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협력을 일관적으로 꾸준히 도모해온 결과라고 말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반대로 김정은이 현재 상황에서 내걸 수 있는 전략적인 선택의 일환이었다고 말하는 쪽도 있고요. 이러한 상황에 대해 패널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으로 대담을 시작하겠습니다.
김정은의 신년사를 통해 전격적으로 남북화해 국면으로 접어든 것처럼 보이는데 김정은의 선택에는 어떤 배경과 이유가 있었는지, 이것이 단기적인 전술의 차원인지 혹은 중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진행되는 차원인지 논의해 보겠습니다.
김동엽 단기적 전술 차원이나 장기적 전략 차원으로 명확히 구분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요. 두 가지 요소가 모두 포함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2018년이라는 1년 단위로 놓고 보면, 지금의 북한 행보가 전술적 차원으로 어떠한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지만 이는 단순히 1년에 끝날 문제가 아니죠. 최소한 2~3년 뒤까지 멀리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기점을 2021년으로 놓고 보고자 합니다. 지난 2016년에 제7차 노동당 대회를 개최한 북한은 그 다음 회차인 제8차 노동당 대회를 치러야하는 상황에 놓여 있죠. 물론 북한이 정확히 5년마다 당 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아닙니다. 북한이 당 규약에서 ‘5년’이라는 부분을 삭제했기 때문이죠. 물론 지난 제7차 당 대회가 36년만에 개최되었고 반드시 5년의 차를 두고 개최된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상례상 다음 회차인 제8차 당 대회가 2021년에 치러지는 일정으로 간다고 본다면 지금 북한은 이를 염두에 두고 상당히 장기적인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 아닌지 생각되고요.
따라서 저는 북한이 올해인 2018년을 상당히 중요한 한해로 생각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2018년을 그냥 흘려보내게 되면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대내적 통치력과 지도력 확보가 어려운 국면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러한 요소가 이번 신년사의 행간에서 드러난 내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2018년을 북한 입장에서 판단한다면 안정이 필요한 해라고 볼 수 있어요. 그 안정은 내부적인 안정도 중요하지만 외부적으로도 안정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2021년에 당 대회를 개최하기 위해서는 2016년에 김정은이 제7차 당 대회에서 말한 것들에 대한 가시적 성과를 보장할 수 있는 환경, 즉 대내외적인 안정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제7차 당 대회 이후 지난 1년 7개월 동안 북한을 보면, 물론 내부적으로는 경제적 성과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 핵무력 완성이라고 선포한 것 이외에는 특별히 주민들을 설득할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핵무력을 지난해에 완성했다고 선언한 상황, 즉 11월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을 발사하고 신년사에도 핵무력 완성을 명확하게 규정한 상황이기 때문에 2018년부터는 말 그대로 경제·핵무력 병진노선의 남은 한쪽인 경제발전에 본격적으로 매진할 시기라는 겁니다.
따라서 이를 가시적으로 실현해 나가기 위해 2018년에는 대내외적인 안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죠. 신년사에 보면 이런 말을 앞에 둡니다. 북한 주민들을 향한 성격의 발언이죠. 핵무력을 이미 갖추고 있으니 미국은 절대 북한을 공격할 수 없다는 식으로 논리를 이어가고 있거든요. 그 다음에 “내 책상 위에 핵단추가 있다”고 말합니다. 저는 이 문장을 어떻게 보냐면, 북한이 미국에 위협하고 압박을 가하는 메시지라기보다 신년사의 전체 구조와 맥락 속에서 봤을 때 실제적으로는 주민들에게 2017년의 성과를 보여주고 평가를 받는다는, 일종의 대내적 메시지의 의미가 훨씬 더 크다고 생각해요. ‘그간의 노력으로 핵무력을 가졌으니 이제 안심하고 경제와 인민생활 향상으로 나아가자’는 식으로 논리를 끌어가고 있고, 이를 위해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론적 수단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말하고 있는 것이죠.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북한이 2018년을 열면서 인민들에게 ‘핵무력’이라는 것만 가지고, 더 이상의 안보 걱정은 하지 말고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으로 매진하자고 이야기하는 것은 현재 상황에서는 말 그대로 ‘레토릭’, 즉 수사 수준에 그친다고 볼 수 있어요. 북한 주민들이 진짜로 믿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말만이 아닌 주민들에게 가시적으로 경제와 생활 향상을 위해 매진할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이 갖춰져 있음을 보여주는 최상의 방법은 무엇일까요? 바로 북·미관계에서의 진전을 꾀하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미국과 대화하는 것을 보여주는 식이죠.
그러나 이것이 최고의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저는 2018년에 김정은이 북·미관계에 상당 부분 기대감을 접은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11월에 있을 미국의 중간선거 이후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올해만큼은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을 접어두고 있다는 생각도 해봐요. 그럼에도 올해는 북한 입장에서 포기할 수 없는 해이기 때문에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꿩 대신 닭’일 수도 있는, ‘최선이 아닌 차선’이라는 선택으로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전략적 선택을 한 것은 아닐지 생각해 봅니다.
홍 민 김동엽 교수님 말씀에 상당 부분 공감합니다. 일단 북한 입장에서는 대외적 측면에서 최근 몇 가지 상황에 대해 굉장히 많은 고려를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일단 주변국, 특히 미국의 정치 일정들을 상당히 고려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에 북·미 양자 간 수차례의 ‘1.5트랙’ 접촉이 있었는데요. 북한은 트럼프 정부가 갖고 있는 대북전략의 기조나 방향에 대해 최대한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서 나름 상당한 노력을 했다고 봅니다. 그런데 문제는 트럼프 정부의 대북전략이 굉장히 혼돈스러워 지금까지 미국의 의중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봅니다.
미국과의 여러 접촉 과정에서 북한이 파악하려고 했던 것은 본인들이 생각하는 전략적인 로드맵이 트럼프 정부에 투사될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이었겠죠. 일정한 수준에서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고, 그러한 인정 속에서 협상을 통해 북한이 성과를 얻어내는 그림을 그렸을 것인데요. 평화협정이나 핵군축 등을 양자 간 협상을 통해 타진하는 것이죠. 그런데 트럼프 정부가 과연 이러한 빅딜을 할 만한 정부인가에 대해 판단해봤을 때 북한은 상당히 회의적인 쪽으로 큰 방향을 잡았을 것이라고 봐요. 왜냐하면 우선 트럼프 정부의 국내정치적 기반이 탄탄하다고 판단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거든요. 러시아 스캔들도 있고, 중동관계 악화도 있고요. 과연 이 정부가 다음 대선에서 재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해봤을 때 그것이 굉장히 힘들 수 있는 정부라고 판단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임기가 3년 정도 남은 트럼프 정부를 상대로 과연 빅딜 또는 최소한 협상 테이블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가능할지 고려했을 때 상당한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다고 북한은 판단했을 것이고, 그렇게 불확실한 정부를 상대로 소위 ‘강 대 강’의 소모적인 대립을 할 필요가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으로 느꼈다고 볼 수 있죠. 따라서 지금의 수준에서 압박 수위를 관리하는 모드로, 즉 더 이상 상승시키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같아요. 이를 위해서는 무엇인가 명분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 명분을 위해 ‘핵무력 완성 선언’을 함으로써 국면을 안정적으로 진정시키기 위한 행보를 했다고 판단됩니다.
이후 추가적인 명분은 아마도 남북관계 개선이 아니었나 생각해요. 핵무력 완성이라는 축과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또 하나의 축으로 국면을 진정시키려는 취지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일각에서는 올해부터 북·미관계에서 양자가 굉장한 전환점을 모색하는 국면이 펼쳐질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북한이 트럼프 정부에 대해 소위 ‘그럭저럭’ 일정한 수준에서 관리하는 형태로 나아가며 2~3년 정도 시간을 소진하는 데 보내지 않을까 싶습니다.
따라서 만약 향후에 특별한 기회가 마련되어 북·미대화에 나설 가능성도 충분히 있겠지만, 북한이 먼저 선제적으로 미국과의 대화를 요청하거나 구걸하는 방식 또는 북·미대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방식의 태도 변화는 가급적 보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겉으로는 트럼프 정부를 건너뛰는(skipping) 듯한 행태를 취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는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봅니다.
홍현익 처음부터 현재 한반도 상황에 대해 매우 복잡한 방정식을 말씀해 주셨는데요. 제 생각은 국제사회 대북제재가 과거보다 상당히 엄혹해졌기 때문에 김정은은 빠른 속도로 북한의 핵·미사일, 즉 핵무력을 최대한으로 강화시킨 다음 이제는 자칫 미국의 군사 공격을 받을 수도 있으므로 새로운 국면을 모색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극도의 긴장관계가 조성된 가운데 추가적으로 도발에 나섰을 때 미국이 실제로 어떻게 나올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일단 숨돌리기 차원으로 국면전환을 시도한다고 봐야 할 것 같고요.
그 다음 현재 북한의 대외수출 규모가 90%나 줄어든 상황이고 대북제재가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른, 상당히 가혹한 제재가 시행되고 있는 국면이거든요. 이러한 차원에서 미국의 예봉을 조금 피해보자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죠. 강경일변도 정책을 펴는 미국보다는 대화와 평화공존을 바라는 한국과의 관계개선에 나서면서 일단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도 보입니다. 그러니 제가 볼 때는 과연 이것이 돌이키기 어려운 정책적 전환인지에 대해서는 회의가 있습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일단 숨 좀 돌리려 하는 것일 수도 있죠.
또한 현재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니 북한 입장에서는 최고 수준의 긴장상태를 벗어나 소위 ‘통남봉미’식이든 다른 방식이든 국면을 전환하는 과정으로 시간을 벌고 지속적으로 핵·미사일 고도화를 진행해 나가는 가운데 일단은 미국의 예봉을 피하는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북한 대내적인 요인도 충분히 있을 수 있겠지만 역시 국제정치적, 군사안보적인 측면에서 나름의 전략적인 고려에 따라 최근 태도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Ⅱ. 평양의 초대장과 ‘여건’의 의미?
“핵문제만은 아냐 … 남북관계 여건도 고려” 김동엽
“북한 핵·미사일 활동 중단이 여건 조성의 기본” 홍 민
“북·미 간 정면대립 국면 벗어난 상황을 의미” 홍현익
홍현익 두 번째 주제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와 관련하여 고위급대표단이 최근 방남했는데요. 물론 처음에는 최룡해 노동당 조직지도부장이 올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지만 우선 개회식 때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라는 형식상의 국가원수를 보냈고요. 여기에 김정은이 매우 아끼는 친여동생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을 특사 자격으로 보내 남북 간의 신뢰회복 의지를 극명하게 보여줬는데요.
그러면서 김정은은 문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한다는 전격적인 제안을 건넸죠. 북한이 문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한 의미는 무엇인지가 궁금합니다. 또 문 대통령이 ‘여건’ 조성에 노력해서 남북정상회담을 실현해 나가자면서 조건부로 평양 방문을 수락한 상황입니다. 문 대통령이 말한 ‘여건’이라는 것이 과연 현재 시점에서 무엇을 지칭하는 것일까요?
김동엽 ‘여건’이라는 것은 세 가지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문 대통령이 김여정 부부장에게 ‘여건이 조성되면’이라고 언급했는데, 그러한 ‘여건’을 조성하는 주체가 누구냐는 것입니다. 북한에게 ‘여건’을 조성하도록 요구하는 것인지, 남한이 ‘여건’을 조성할 것인지, 아니면 미국인지 말이죠. 저는 대통령의 언급에는 모두가 포함되어 있다고 봅니다. 문 대통령이 말하는 ‘여건’에 대해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전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만 관련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봐요.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말한 ‘여건’과 그 속에 포함된 내용에 대해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한 가시적인 행동을 보이는 것’으로만 판단하고 이것이 뒷받침되어야지 향후 남북관계의 진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분석하는데요. 저는 이렇게만 접근하면 앞으로의 남북관계에 크게 희망이 없다고 봅니다.
사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미국이 얼마나 유연하게 행동할 수 있는지, 즉 미국의 준비 자세도 중요한 ‘여건’이 되는 것입니다. 물론 비핵화가 중요하죠. 이러한 분석이 틀렸다고 보는 입장은 아닙니다만 그것 이상의 다른 측면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죠. 북한도 이미 이를 알고 있다고 봅니다. 문 대통령도 마찬가지고요. 저는 ‘여건’의 의미에 북핵문제만 포함되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많은 사람들이 ‘여건’이라는 단어를 놓고 북핵문제라는 국제관계의 관점으로만 보는 경향이 많습니다. 특히 북·미관계의 관점이죠. 그래서 우선 북·미관계가 일정 수준으로 진행되어야지, 남북관계가 이를 무시하고 먼저 치고 나가면 안 된다고 말하기도 하고요. 우리는 미국과 동맹 차원에서 고려해야 할 점도 있으니 미국의 관점에서 ‘여건’을 해석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은데요. 이 또한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전부인 것만은 아니거든요. 여기서 말하는 ‘여건’은 비핵화, 북·미관계라는 ‘여건’과 함께 남북관계라는 점도 분명히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여건’의 의미는 우리와 북한의 국내 상황이라는 ‘여건’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여건’이라는 것이 단순히 북한의 비핵화 의지만이 아니라 북·미관계 ‘여건’, 남북관계 ‘여건’, 국내적 ‘여건’이란 세 가지 ‘여건’이 모두 존재한다는 것이죠. 이 중에서 과연 어떠한 ‘여건’을 가장 먼저 둘 것인지에 대한 결정, 즉 우선순위를 무엇에 둘 것인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것이지, 남북관계 측면에서의 ‘여건’과 우리 또는 북한의 내부적 ‘여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국제관계, 특히 북·미관계와 비핵화를 중심으로 한 ‘여건’으로만 해석하게 되면 저는 현재 남북이 가지고 있는 동력은 더 이상으로 진전되기 어렵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남한에서 대통령 선거를 하고 새롭게 정권이 교체되면 남북관계에 대한 새로운 바람이 있고,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상당한 간절함이 있어요. 그러다보니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가 있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죠. 그런데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 위한 ‘여건’을 조성하는 것에는 하향식(top-down) 방식으로 할 것인지, 상향식(bottom-up) 방식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거든요. ‘여건’ 조성을 위한 분위기를 아래에서부터 만들어 올라갈 것인지, 혹은 위에서부터 계기를 만들어서 밑으로 내려가는 방식을 취할 것인지, 이 두 가지 방식이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아래에서부터 ‘bottom-up’ 방식만 가지고 ‘여건’을 만들어 정상회담이 성사될 시기를 기다린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어리석은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동시에 ‘여건’이 전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top-down’ 방식, 즉 무조건 정상회담 방식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도록 하는 것도 맞지 않다고 봅니다. 이 두 가지가 잘 접목되는 방식으로 가야한다고 봐요.
결국 남북관계, 국제관계, 국내적 지지라는 이 세 가지 ‘여건’의 우선순위에서 가장 높은 것은 결국 남북관계로 설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남북관계의 ‘여건’ 조성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인데요. 굳이 중요도를 배분하자면 최소한
‘여건’ 조성에 대한 노력 중 반 이상은 남북관계 측면을 우선적으로 고려해가면서 대미관계를 판단해야지, 단순히 미국의 눈치 보기식이나 국내여론이나 정치적으로 상황을 과도하게 해석해 판단하는 것은 현재 국면에서 현명한 선택이라고 보기는 어렵겠죠.
홍 민 다의적인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크게 보면 북한에 주는 메시지와 미국에 주는 메시지가 동시에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국내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일정한 공감대를 형성해내는 부분도 ‘여건’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일단 북한에게는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도록 하는 것이 ‘여건’ 조성의 기본이 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지금까지 국제사회 대북제재의 압박 수위가 높아져 왔고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규모도 커져왔는데요.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의 명분은 기본적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압박의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한 핵·미사일 활동의 중단, 여기서 ‘중단’이라고 함은 선언적 수준의 중단이 아니라 최소한 내부적으로 실질적인 중단을 의미하는데요. 이것이 전제될 때에 중요한 ‘여건’으로 설정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다음 ‘여건’은 미국에게 주는 메시지가 상당히 클 것이라고 봐요. 사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다양한 발언들이 지금까지는 상당히 혼돈스러운 측면이 많았습니다. 남북관계 진전 국면과 일정한 수준의 보조를 맞추면서 어느 정도까지 대북제재의 예외를 용인하며 그 문턱을 낮출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인데요. 소위 남북관계 개선 행보에 대해 미국이 가지고 있는 현재의 태도가 어느 정도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따라서 저는 기본적으로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올해 하반기까지 중단할 수 있는지가 향후에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남북정상회담 계기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일단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의 중단이 이뤄져야 가능할 것입니다. 남북관계가 북한 핵·미사일의 동결 효과를 유도하고 이를 자연스럽게 북·미대화로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편으로 미국이 남북관계 행보에 대해 어느 정도 문턱을 낮추면서 관망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 역시 ‘여건’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홍현익 저는 세 가지 정도 ‘여건’이 있다고 보는데요. 가장 중요한 순서대로 보면 첫째, 결국 한·미동맹의 제약성과 관련한 ‘여건’이 있겠죠.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여한 과정에서도 우리가 실감했듯 미국의 대북제재에 어긋나지 않도록 정부가 각별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까? 사실 미국이 원하지 않는데 우리 정부가 국가주권적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남북정상회담을 한다는 것은 지금 상황에서는 불가능하다고 판단되고요. 그렇기 때문에 결국 문 대통령이 직접 발언한 것처럼,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고 하고 이를 조성해 실현시켜 나가자고 한 다음 곧바로 북한이 북·미 간 조속한 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는 멘트를 이어간 것이거든요.
이는 결국 북·미 간에 어느 정도 진전이 있어야 남북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과거 2000년과 2007년의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되돌아봐도 우리가 단독으로 북한과 정상회담을 위해 먼저 치고 나간 것이 아니라 사실상 북·미관계가 일정한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을 때 시도했던 것입니다. 지금처럼 북·미관계가 정면으로 대립하고 있는 상태에서 시도한 것이 아니거든요. 이를 보더라도 문 대통령의 첫 번째 메시지는 북·미 간 기본적인 관계가 조성될 때 남북정상회담도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국내적 ‘여건’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민주주의 촛불혁명으로 탄생했기 때문에 여론을 굉장히 중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통미봉남’ 기조의 정책을 펼쳐오다가 갑자기 전격적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했으므로 우리의 국민여론이 이 속도를 아직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즉 국민들이 이런 상황 변화에 공감하고 남북관계 개선 정책에 동의할 수 있는 ‘여건’이 필요할 것입니다.
세 번째는 결국 남북정상회담이란 개인으로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나는 것이 아니라 남북의 체제와 체제 간 만남이기 때문에 상당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실무적, 기술적으로 여러 남북 현안들이 타결되는 과정을 거쳐야 정상 간 만남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남북의 정상이 만나서 곧바로 타결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실무적으로 협상하고 조율해 합의를 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Ⅲ. 현재 한반도 국면 속 미국의 전략은?
“8월 전후로 전향적 정책 전환 시도할 수도” 홍 민
“확실한 명분 없이 대북대화 나설 가능성 낮아” 김동엽
“북핵, 독립이슈 아냐 … 본격적 대화 쉽지 않아” 홍현익
홍현익 세 번째 주제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변화 국면을 맞고 있고 적어도 외향적으로는 개선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상당히 빠른 변화를 보이고 있는데요. 지금 이러한 국면을 미국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미국에서도 국무부와 백악관 사이 여러 견해차가 있는 발언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도대체 미국의 속내가 무엇인지, 또 누구의 견해를 중심으로 해석해야 할지 여러 의견이 많습니다.
미국의 속내를 대변하는 주체가 누구인지는 사실 풀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현재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플레이와 기복이 너무 심하기 때문이죠. 그래도 전반적으로 미국의 향후 행동을 좌우할 수 있는 지도급 인사들의 시각을 중심에 놓고 분석을 해봐야 할 것입니다. 지금 미국은 북·미대화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고 있고 또 대화가 이뤄진다면 어떠한 방식으로 추진할 것인지, 혹은 어떠한 조건을 놓고 추구할 것인지 논의를 이어가 보겠습니다.
홍 민 미국이 일관적으로 제시하는 전략적 로드맵이 존재하는지의 여부가 가장 중요할텐데요. 저는 그 부분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으로 봅니다. 일단 외부로 표출되는 언급들이 매우 혼돈스러워요. 혼돈 속에서도 일관된 맥락을 발견할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부분이 많이 부족하다고 봅니다. 표면적으로 대북 압박과 관여를 동시에 병행하겠다는 것은 계속적으로 밝히고 있는 상황이죠.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것이 어떠한 구체적 로드맵 안에서 수행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지금까지도 윤곽이 드러난 바가 없기 때문에 미국의 한반도 정세를 바라보는 일관된 관점을 찾아내는 것은 상당히 힘듭니다.
다만 올해 8월 정도면 아마도 11월에 치를 미국 중간선거의 대략적인 판세가 드러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미국 역시 국내정치적 환경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고 전제한다면, 어떤 형태로든 중간선거에 대한 고려를 하면서 한반도 정세를 바라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보면 트럼프 정부도 최소한 올해 8월 전후로는 기존의 압박 위주의 정책을 조정하여 모종의 성과를 내는 것에 의미를 두고 움직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어쩌면 굉장히 파격적인 행보로 정책 전환을 모색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기본적으로 비핵화와 관련한 북한의 전향적인 조치 또는 의지가 보여야 하는 점, 그 다음 협상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겠다는 구도였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접근 방식이 성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거든요. 따라서 근본적인 원칙을 완전히 뒤흔들지는 않겠지만 상당한 유연성을 발휘하고 이를 통해 국내정치적 지지로 연결시키면서 성과로 만들어내는 구도를 모색할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죠. 트럼프가 상당 부분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보여줄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또한 북한이 선비핵화 조치를 해야 한다는 전제에 대해 미국이 상당 부분 유연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봐요. 최근 미국에서 결이 조금 다른 말들이 나오고 있거든요. 탐색적 대화는 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면 외교적 틀 안에서 최대한 유연한 자세를 가질 수 있다는 식의 전략이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정책 전환이 필요한 지금 상황에서 미국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 명분이겠죠. 어떤 형태로든 명분이 필요할텐데 특히 남북정상회담이 수면 위로 급부상하는 지금 상황에서 입장 정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을 것으로 봅니다.
중요한 것은 그 명분을 과연 누가 제공해줄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죠. 미국 스스로 먼저 기존 입장을 수정하고 양보하면서 북·미 간의 대화를 요청하는 자세는 현실적으로 취하기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누군가 미국에게 명분을 줘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한국의 역할이 있다고 봅니다. 어쨌든 미국은 8월 전후로는 북·미관계에서 일정한 성과를 내기 위해 상당한 수준의 유연성을 발휘하는 자세로 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김동엽 북한이 미국의 정치사이클에 대한 학습 효과를 가진 것은 분명한 것 같아요. 왜냐하면 1990년대에 구소련이 붕괴하고 난 후 사실 기댈 구석이 없었거든요. 그 후에 19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를 맺었지만 이후 2000년에 부시 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 합의 구조가 무너지기 시작했고요. 오바마 정부를 거쳐 지금까지 오는 과정을 겪으면서 북한은 미국의 정치 일정, 구체적으로는 선거 일정에 따라 대북정책이 순환되어 간다는 것, 쉽게 말하면 미국에서 선거가 있는 해는 대북정책의 급격한 변화가 없다는 학습 효과를 명확히 인지하고 있는 것 같아요. 대표적으로 지난 2016년 후반기부터 2017년 전반기까지를 살펴보면 트럼프의 대통령 선거 기간과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지난 1월 이후의 6개월 동안에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를 수차례 했는데도 미국은 레토릭으로만 경고에 나섰지 실제로는 어떠한 행위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목도해 왔거든요.
어느 정도 미국 정부가 입장을 정리하고 대북정책에 대한 일관된 기조를 유지하기 시작하는 시기가 있는데 북한 입장에서 보면 그 시기를 지난해 7월로 잡은 것 같아요. 7월 이후의 트럼프 정부는 제자리를 찾아 나갈 것이고 따라서 탐색전이든 본격적인 대화든 미국과의 관계 설정이 이루어질 수 있으리라고 판단한 것이죠. 그런데 문제는 앞서 말씀드렸듯 트럼프 정부가 여러 문제 때문에 아직까지 정리를 제대로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어수선한 상태에서 바로 중간선거를 향해 나아가는 국면을 맞게 되는 것이죠. 북한 입장에서는 현재 트럼프 정부가 직면한 정치적 혼란 등을 정확하게 되짚어 보게 되고 그 결과 트럼프 정부에 크게 기대할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북·미관계를 장기전으로 끌고 가야 한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그렇게 본다면 북한은 지금 상황에서 손 놓고 아무런 행위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진짜 핵무력을 완성해놓고 장기전으로 가자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은 7월 4일 ‘화성-14형’을 발사하고 엄청나게 큰 행사를 하면서 핵무력 완성이라는 이야기를 했거든요. ‘화성-14형’ 발사 이후 약간의 휴지기를 두고 있다가 9월에 제6차 핵실험을 실시하죠. 그 이후에는 머뭇거림 없이 바로 전진해 나갑니다. 이 과정을 보면 북한이 트럼프 정부에 대한 재평가를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트럼프 정부에서 관계 맺음이나 대화가 쉽지 않겠다는 판단을 하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지난해 11월에 ‘화성-15형’까지 발사하면서 또 다시 핵무력 완성을 공표하게 되는 것이고요.
또 하나는 미국 입장에서 보면 물론 올해 중간선거가 있고 여러 국내정치적 스케줄이 이어질 예정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지금까지 트럼프 정부가 대북정책을 이렇게 이끌어오는 것에는 북한의 행위가 미국 국내의 정치적 이벤트, 즉 선거에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미국도 알고 북한도 아는 것이죠. 미국 정부가 대북정책을 긴밀하게 수행하고 이를 통해 비핵화를 향한 성과를 낸다고 하더라도 국내 중간선거의 승패에는 상관이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북한과의 대화를 제대로 하지 못해 자칫 ‘무릎 꿇고 가는’ 모습을 보이게 되면 이것이 오히려 선거에 불리한 요인이 될 수도 있음을 미국은 잘 알죠. 그러니 미국 입장에서는 당면한 국내정치 일정을 고려한다면 차라리 북한과의 대화를 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판단할 수 있고요. 트럼프 정부가 어설프게 북·미관계의 변화를 꾀하는 것보다는 안전하게 가는 것을 훨씬 선호한다고 보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는 계속적인 레토릭으로, 이를테면 군사적 옵션에 대한 부분을 지속적으로 강조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보여집니다.
또한 앞서 ‘명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미국이 제재와 압박 일변도에서 여태껏 대외적으로 큰소리 쳐온 것을 근본적으로 뒤흔들지 않는다는 명분을 확보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과의 대화에 들어갈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장사꾼이지만 무엇보다 자존심도 강합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전략적 차원에서 결국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수단’으로 보고 있는지, 또는 ‘목적’으로 보고 있는지에 대한 부분인데요. 미국은 북한 비핵화를 해결해야 할 목적이나 목표 그 자체로 두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처럼 미국이 북한 비핵화를 ‘목표’로 삼으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돌파구를 찾는 것이 비교적 용이할 것 같은데 미국은 그저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거든요. 어떤 수단인지에 대해서는 앞서 지적된 것처럼 미국의 국내정치, 즉 트럼프 정부의 중간평가 역할을 수행하는 중간선거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이를 중간선거의 수단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국익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죠. 특히 미·중관계라는 큰 틀, 즉 한반도와 동아시아에 대한 미·중관계의 패권싸움 틀에서 국익을 확보하는 차원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한국에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운전대를 줬다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운전대를 준 것이 별로 없어요.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주지 않고 있죠. 왜냐하면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미국에게 북한은 국익을 위한 수단으로써 활용 가치가 있거든요. 만약 미국이 한반도 문제를 운전하는 열쇠를 넘겨주는 순간, 그리고 그것을 용인하는 순간에 미국은 북핵문제의 주도권을 잃게 됩니다. 이는 단순히 북핵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의 주도권 문제이고 결국에는 동아시아의 미·중관계 패권 전이에 변곡점이 될 수 있는 사건이 벌어짐을 의미하는 것이거든요. 그러니 미국은 북한 비핵화의 주도권을 절대 넘겨줄 수가 없는 것이죠.
북핵문제의 주도권만큼은 단순히 비핵화의 문제가 아니라 미·중관계의 경쟁 구도 속에서 판단해야 하는 국익 수호가 걸려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북한이 이 문제를 해결할 단초를 한국이나 중국에 주게 되면 결국 미국을 배제한 상황에서 비핵화 및 남북관계가 진행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는 곧 동북아에서의 미국 패권이 무너지는 상황이라는 것이고요. 이러한 차원에서 미국은 지금의 북핵문제와 남북관계의 진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봐야 해요. 바로 이 지점 때문에 현재의 국면을 우리 정부가 풀어나가는 데 상당히 어려운 과제가 있습니다. 미국의 명분도 고려해야 하고 무엇보다 남북관계의 진전이 비핵화와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어떻게 인식시키느냐의 문제죠.
홍현익 만약 북한이 먼저 전향적인 조치를 취할 경우 미국의 대응은 상당히 달라질 수도 있는 여지가 생겼다고 봅니다. 최근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경질 가능성에 대한 보도가 지속되고는 있지만 국무부의 입장을 살펴보면 북한에 대한 인센티브는 전혀 제공하지 않으면서 북한과 탐색적 대화는 조건 없이 하겠다고 합니다. 최고의 압박을 하면서도 탐색적 대화를 병행할 수 있고 여전히 북한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거든요. 결국 이를 종합적으로 해석해보면 백악관과 국무부 간 약간의 의견 차이는 있다고 하더라도 최고의 압박을 유지하는 가운데 북·미 간에 탐색적 대화는 이뤄질 수 있다고 판단되고요. 따라서 이 시점에 북한이 먼저 전향적인 조치를 취한다면 양자 간 대화는 별 문제가 없이 진행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결국 문제는 합의인데요. 북·미 간의 합의가 이뤄질 것인지에 대한 문제는 그야말로 김동엽 교수께서 말씀하신대로 미국에게 북한 비핵화는 목적이 아닌 수단적 측면이 강하다는 점이 큰 난제로 작용할 것이라 봅니다. 달리 말하면 우리에게는 한반도 비핵화가 대외전략의 첫 번째 목표라고 하지만 미국에게는 그렇지 않거든요. 미국은 세계전략, 동아시아전략, 미·중관계 등의 차원에서 북핵문제를 보고 있기 때문에 북핵문제 자체를 하나의 독립적 이슈로 두고 판단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죠.
따라서 미국의 입장에서는 진정성을 가지고 북핵문제 하나만을 해결하기보다는 이 문제를 다른 이슈에 종속시킬 가능성도 농후하기 때문에 북한이 미국의 체면을 전폭적으로 살려주기 전에는 북·미 양자가 진지하고 본격적인 대화 국면으로 들어가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됩니다.
결국 이제 한국 정부가 북·미 간의 서로 양보하기 어려운 ‘기싸움’의 한가운데서 양자를 어떻게 대화로 끌고 갈 수 있는지가 중요한데요. 여기에 우리의 자주적인 정책의 문제가 존재한다고 봅니다. 과거와 조금 달라진 것이라고 한다면 예전에는 북한이 핵만 개발했지만 이제는 운반수단, 즉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해 나가고 있기 때문에 여태까지는 미국의 국내정치 환경에서 북·미관계가 그리 큰 반영 요소가 아니었지만 지금부터는 일정 부분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고 보여요. 미국 국민들의 온라인 검색이나 뉴스 관심도를 보면 북한의 핵·미사일이 본토까지 날아올 수 있다는 부분을 실질적으로 걱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거든요. 따라서 북한 문제를 잘 해결해 나가면 미국의 중간선거에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 반영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전망되고요.
언제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현재 분위기로 봐서는 올해 안에 북·미대화가 물꼬를 틀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오는 4월에 한·미연합군사훈련 실시 여부에 따라 봄에 양자 간 대화가 시작될 것인지, 아니면 한·미연합군사훈련이 한 차례 연기된 상황에서 종전처럼 진행되어 한반도에 위기국면이 조성된 이후 북·미 간 대화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트럼프 정부가 이해득실을 면밀하게 따져볼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고요.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또 다른 위기를 겪지 않은 상태에서 대화국면을 이어가는 것에 총력을 기울여야 될 것입니다.
대화가 이뤄지는 경우라고 해도 CVID, 즉 북한의 핵프로그램에 대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를 주장하면서 과연 합의를 볼 수 있을 것인지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이란의 경우를 보더라도 CVID가 아니라 평화적인 핵이용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핵개발을 연기시키는 미봉책 타협을 했는데요. 이미 핵을 개발한 것으로 판단되는 북한과 CVID식으로 접근하여 과연 타협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있고요. 또 하나는 과연 우리가 원하는 대로, 북한이 여태까지 개발한 핵까지 전부 포기하는 타협이 될 것인지 아니면 지금까지 개발한 핵은 묵인해주면서 추가생산이나 확산만 하지 않는 타협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뒷줄 오른쪽)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뒷줄 왼쪽),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앞)이 지난 2월 9일 평창올림픽플라자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
Ⅳ. 평창 이후 한·미연합군사훈련은?
“적절한 ‘low-key’로 하되 … 대북 메시지 긴요” 김동엽
“美와 전략자산 전개 수준 물밑 조율해야” 홍 민
“훈련 실시하면서 대화동력 유지 방안 찾아야” 홍현익
홍현익 다음 주제는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한 것입니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오는 4월로 예정되어 있는데요. 이를 둘러싼 여러 견해가 있거든요. 종전처럼 진행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상황 변화에 따라 융통성 있게 조정할 수 있을 것인지, 한·미연합군사훈련과 관련된 우리 정부의 전략적인 판단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 좋을지 정책적인 부분을 논의해 보겠습니다.
김동엽 저는 지난 가을, 평창동계올림픽을 개최하기 전에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일정을 조율하자고 주장했습니다. 적어도 2018년 봄에 시작되는 것만큼은 조율하자고 했죠. 그때는 훈련 연기조차 결정되지 않았을 때였고, 지금은 결국 연기된 상황이죠. 현재 상황에서 미국이 만약 자발적으로 이번 훈련을 진행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한다면 하지 않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미국이 반드시 해야겠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끝까지 강력한 주장을 앞세워 하지 말자고 해서는 안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앞서 ‘여건’에 대한 부분을 말씀드렸는데, 남북관계 ‘여건’도 있지만 한·미관계나 국제관계 등 여러 차원의 ‘여건’에서 판단해 봤을 때 어쨌든 우리가 한·미연합군사훈련을 한 차례 연기한 상황이거든요. 올림픽 기간 동안에는 휴전한다는 협정, 즉 지난해 11월에 유엔에서 있었던 올림픽 관련 휴전 결의안에 대해 현재까지는 미국이 나름 최대한의 성의를 보여준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러나 4월에 진행될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역대 최대규모로 진행되는 것도 어려울 수 있습니다. 미국의 전략자산이 충분히 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요. 국내훈련의 성격이 될 가능성이 높겠죠. 규모만 놓고 보면 우리 자체적으로 하는 훈련, 원래 계획에 있던 국내자산들은 그대로 운영이 될 것이고요. 따라서 굳이 훈련과 관련한 내용을 대외적으로 크게 알리는 식으로 나갈 필요 없이 내색하지 않고 자제된 ‘low-key’로 자연스럽게 진행하면 될 것이라 생각해요. 물론 이렇게 하더라도 북한은 분명 반발에 나설 것입니다. 최근에도 올림픽 이후의 한·미연합군사훈련 진행에 대해 평화를 깨는 행위라는 식으로 반발을 이어가고 있죠. 이는 북한이 늘 해왔던 일관된 행위입니다.
그런데 앞서 제가 ‘여건’은 북·미관계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남북관계 등 여러 측면이 있다고 한 연장선에서 보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진행했다고 하여 이것이 모든 ‘여건’을 깡그리 없애는 요인은 아니라고 봅니다. 오히려 어떻게 보면 한·미관계를 통해서, 그러니까 미국을 이해시키고 양보를 받아낼 수 있다는 충분한 ‘여건’이 될 수 있다고 본다면 지금 시점에서 연기한 한·미연합군사훈련은 계획대로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봐요.
북한은 당연히 반발하겠지만 그것 이상으로 북한에게 다른 ‘여건’을 제공할 수만 있다면, 북한은 레토릭 차원에서 <조선신보>나 <노동신문>을 통해 반발하면서 할 말은 하겠지만 실질적으로 보면 남북관계가 이로 인해 다시 단절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 적절한 수준의 ‘low-key’로 진행하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오히려 하지 않는 것보다 좋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여기서 북한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느냐는 것이죠. 아무 것도 안 해주고 무작정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돌입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받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되겠죠. 비단 훈련의 진행 여부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북한에게 던져줄 수 있는 것이 많다고 보고요. 그런 점에서 저는 3·1절 같은 시기의 대북 메시지가 정말 중요하다고 보는 입장이에요. 지난해 문 대통령이 독일에서 발표한 베를린 평화구상도 있었고 8·15 경축사도 있었지만, 결이 다른 콘텐츠를 담아낸 메시지가 있어야 할 것 같고요. 이를 통해 오히려 한·미연합군사훈련을 굳이 ‘중단이냐, 아니냐’는 문제로 갈등하는 것보다는 과감하게 진행하면서도 북한과 미국을 향해 각각 던질 수 있는 것과 대내적으로도 보다 좋은 ‘여건’을 조성하는 방안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홍 민 국내 언론의 관심이 한·미연합군사훈련에 쏠려있는 상황이다보니 ‘재개’나 ‘연기’, ‘축소’ 등의 표현이 사용되고 있어 매우 민감한 주제처럼 보이는데요. 사실상 지금 상황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은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주목할 것은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해 우리 정부가 ‘연기’한다고 했지, ‘중단’한다고 발표한 적도 없는 상황에서 북한이 김여정의 방남 카드를 꺼냈을 정도면 어떤 형태로든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재개할 것이라는 것은 북한도 이미 예상하고 있는 것이라고 봐요.
김여정 방남 카드를 꺼냈다는 것은 상당 부분, 물론 표면적으로 북한의 매체에서는 이에 대한 비난을 이어가고는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양해를 하고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표면적으로는 계속 비난을 하겠지만 이 문제를 가지고 남북관계를 다시 경색시키던가, 북·미의 극한 대립으로 다시 회귀하는 방식으로 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은 실제 기술적으로 보더라도 대규모로 이뤄질 가능성은 낮아요. 미군 쪽에서 훈련에 동원되는 병력 중 상당 부분은 예비군이란 말이죠. 그런데 예비군들은 직장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훈련에 참가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한 번 연기되면 이를 자신의 직장 스케줄과 연동하여 조정할 수밖에 없거든요. 일정이 한 번 어긋나고 하다보면 자연스레 축소될 수밖에 없는 부분을 이해해야 하고, 이는 미국에서도 이미 고려하고 있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북한에 특사를 파견하는 시기를 가급적 ‘키 리졸브(Key Resolve)’와 ‘독수리(Foal Eagle) 훈련’ 전에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죠. 이것이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해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무엇인가 협의를 하는 개념은 아니고요. 북한이 여기에 대해 자극적인 대응을 하는 것은 향후 정세관리 차원에서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북한 쪽에 전달해야 한다고 봅니다.
훈련의 일정이나 규모 등에 대해 조율할 수 있다는 카드를 먼저 쓸 필요는 없어요. 내년 훈련의 일정이나 규모 등에 대한 카드는 특사 또는 다른 형태를 통해서 북한과의 접촉에서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고 보이지만 먼저 선제적으로 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필요는 없습니다. 이미 훈련 일정과 관련한 부분은 한·미동맹 관계에서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에 지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요.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해 북한 쪽에서 어느 정도 양해하고 있다면 사실상 그 이후의 일정이 더 중요합니다. 오는 6월에는 러시아에서 월드컵이 개최되는데요. 국제적인 스포츠 대회가 있을 때 도발하는 것이 쉽지 않거든요. 문제는 7~8월입니다. 과거 패턴으로 봤을 때는 북한이 7~8월에 도발 횟수가 많았죠. 한·미연합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도 8월에 예정되어 있고요. 이 시기를 자극적 행동 없이 조용히 넘어가기 위해서는 그 전에 정상회담 또는 이에 준하는 남북관계의 상당한 대화 모멘텀이 만들어져야한다고 봅니다.
그렇게 최소한 9~10월까지 북한의 도발이 중단된다면, 미국이 언제까지 ‘비핵화’ 문턱만 세워놓고 대화를 하지 않을 수는 없게 되는 것이죠. 따라서 자연스럽게 북·미대화로 연결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수 있으리라 봅니다. 무리하게 북·미 사이의 중재 역할을 하려는 것보다는 하반기에 자연스러운 북한의 도발 중단과 북·미대화 환경 조성 쪽으로 넘어가는 방식도 염두에 두고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지금 우리 정부가 가져야 할 전략적인 태도는 이번에 실시될 한·미연합군사훈련에서 전략자산 전개 수준을 미국과 물밑에서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지난해처럼 북한의 도발이 빈번했을 때 과도하게 한반도에 전개됐던 전략자산의 수준을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조정할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남북대화를 북·미대화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전략자산 수준을 조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홍현익 단기적으로 먼저 말씀드리면 일단 우리는 북한이 먼저 전향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현재 마련된 채널을 통해 설득하는 것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선순환적으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남·북·미관계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에서 북한이 최소한의 전향적 조치를 취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방향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북·미대화 진행 중에는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면 제일 좋겠죠. 그것이 안 되더라도 북·미 간 진지한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핵과 미사일 실험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도록 최대한 설득해야 합니다. 그래도 안 되면 특사를 파견해서 다시 한 번 설득을 해보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아요.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해서는 두 분 전문가께서 말씀하신 것에 저도 동의하는데요. 이것을 ‘축소’나 ‘변경’ 등으로 말하면서 대외적으로 크게 떠들 것이 아니라 ‘low-key’로 조용히 접근하는 것이 현명할 것으로 봅니다. 지난해에는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왔지만 올해는 오지 않는다든지 혹은 ‘키 리졸브’ 훈련은 지휘소 훈련이니 그대로 진행하지만 ‘독수리’ 훈련은 규모를 조금 줄인다든지 해서 북한에게 우리가 훈련은 실시하지만 남북대화나 북·미대화를 추진하는 동력은 유지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간접적으로 표현해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서 가능하다면 우리가 주도권을 잡고 현재의 국면을 발판 삼아 북·미대화로 연결시키는 전략을 갖춰 나가면 가장 바람직한 상황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홍 민 추가적으로 하나 더 언급하고 싶은데요. 한·미연합군사훈련은 이미 논의된 것처럼 상당 부분에서 공감대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굳이 언론을 통해서 무엇인가 구체적인 이야기를 할 필요 없이 기존에 예정되어 있던 형태로 진행은 하되, ‘low-key’로 가야 한다는 부분을 지적했잖아요. 그런데 그 ‘low-key’에 과연 어떤 방법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보통 ‘독수리’ 훈련 기간 중에 진행되는 쌍용훈련이라고 있어요. 한·미 해병대의 대규모 상륙훈련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사실상 공격훈련의 성격이 상당히 강하죠.
그런데 쌍용훈련이 처음 시작된 때가 김정일 사망 이후 한 달 정도 지나서 이뤄졌어요. 물론 한·미 당국은 김정일 사망 전에 이미 예정되어 있던 훈련이라고 발표했지만, 북한 입장에서 볼 때는 자신들의 ‘국상’에 해당되는 기간에 대규모 상륙훈련이 코앞에서 진행되니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던 훈련이었거든요. 그래서 2014년도의 경우 쌍용훈련 기간에 북한은 단거리미사일과 프로그미사일, 방사포 형태의 포를 다발로 쏜 경우가 있고요. 이는 다분히 상륙훈련하는 병력들을 저지하기 위한 용도로 시도한 것이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북한에 대해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으면서도 우리 입장에서 상당히 배려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쌍용훈련의 일정을 가지고 조율하는 방법도 하나의 카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정책적으로 고려가 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북한이 이를 감지할 수 있는 수준에서 조율하는 것도 우리 정부가 북한에 대해 가지는 중요한 ‘low-key’ 방법 중에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Ⅴ. 운전석 오르는 한국, 주도권 확보 방안?
“‘bottom-up’과 ‘top-down’ 동시 추진해야” 김동엽
“특사는 조속히 … 평화이니셔티브 제안 긴요” 홍 민
“北 납득할 핵포기안 갖고 전방위 외교 나서야” 홍현익
홍현익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한 과제가 될텐데요. 지금 남북관계 개선으로 우리 정부가 한반도 운전자론 측면에서 어느 정도는 운전대 앞에 앉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한반도 정세가 호전되는 국면을 계속 유지하고 우리가 계속 주도권을 잡는 가운데 결국 원하는 방향으로 한반도 정세를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을 펴나가야 할지 논의해 보겠습니다.
김동엽 앞서 제가 ‘bottom-up’과 ‘top-down’의 두 가지 방식을 말씀드렸는데요. ‘top-down’ 방식의 대표적인 것이 특사입니다. 북한에서 특사가 왔으니 이번에는 당연히 우리가 보낼 차례라는 분위기가 있을 수 있죠. 하지만 특사를 반드시 보내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쪽으로만 생각하는 것보다는 ‘bottom-up’ 방식까지도 균형 있게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지금은 평양에 남한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요. 만약 4월에 한·미연합군사훈련을 하는 기간 중 남쪽의 종교인, 언론인, 경제인, NGO, 정부 특사 등이 평양에 있으면 이를 보는 북한 주민들이 과연 전쟁이 난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저는 ‘bottom-up’과 ‘top-down’ 방식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제가 이렇게 말하면 일각에서는 오해하는 경우가 있어요. 결국 우리 국민들을 볼모로 삼는 것이 아니냐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게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올해 간절하게 필요한 것이 분명히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에게 안정이라는 측면의 갈증을 해소해주면서 그 다음의 단계를 밟아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또 하나는 문 대통령이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는 언급을 했는데요. 저는 그 표현을 듣고서 대통령이 현재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속도 조절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으로 판단되는데요. 저는 문 대통령이 현 상황에 대한 속도 조절을 염두에 두면서 단순히 특사 등의 측면에서의 속도보다는 아래에서부터의 관계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하고, 이러한 ‘여건’이 같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앞서 좋은 분석이 있었는데요. 즉 현재의 국면에서 미국의 명분을 어떻게 만들어 줄 것인지가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이죠. 미국이 앉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는 우리의 노력이 조화롭게 가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북한은 이번 올림픽을 통해서 명확한 투트랙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비핵화의 문제와 올림픽의 문제죠. 남북관계 문제랑 완벽하게 구분해서 가고 있거든요. 북한이 이러한 방식으로 가니 여기에 말려드는 것이 아니라 결국 우리도 투트랙을 넘어 쓰리트랙, 포트랙으로 가야된다고 봅니다. 비핵화와 남북관계, 국제관계, 국내문제 등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서로 연동되어야 하겠지만, 이것이 서로 각기 부정적 방향으로 연동되는 것은 철저히 차단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비핵화 논의가 안되니 더 이상 갈 수 없다는 식의 부정적인 고리가 서로 연결되지 않도록 우리 스스로 조금 더 다층적인 개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홍 민 일정의 기술적인 부분, 즉 스케줄 관리 차원에서 일단 저는 특사 교환에 대해 속도 조절이라던가 신중하게 가야한다는 의견에는 반대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사는 일단 조속히 보내는 것이 좋다는 생각인데요. 이유는 이렇습니다. 물론 남북정상회담은 조금 더 속도 조절과 어떤 형태의 성과를 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통해 신중하게 추진할 필요는 있죠. 하지만 특사는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고요.
이유는 일단 기본적으로 큰 틀에서 미국과 북한의 북핵문제의 접근 방식이 완전히 다르고, 따라서 양자 간의 간극을 메우는 것이 매우 힘듭니다. 사실상 그 간극 사이에 어떤 형태로든 접점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불가능하다고 봐요. 이 불가능한 지점 사이에 놓인 한국이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상황이라면 한국은 주도권이라는 개념보다 촉진자의 개념으로 현재의 구도를 변형시킬 방법을 찾아내야 합니다.
간극을 메운다는 것은 임의적으로 원래 갖춰져 있는 둘 사이의 원칙을 물리적으로 서로 결합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상당히 다른 방식의 화학적 변형을 유도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바로 ‘평화이니셔티브’가 되어야 한다고 보는데요. 북·미 양쪽의 체면과 명분을 어느 정도 살려주면서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것에 무엇이 있을지 고민해야죠. 그러려면 미국도 상당 부분 기존의 관점과 접근 방식을 바꿔야 되고, 북한도 양보하고 변화해야 되는 부분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보면 일단 특사를 파견해서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평화이니셔티브 구상의 구체적인 부분을 포함해 설명해주고, 이에 동참하도록 명분과 체면 그리고 실리를 제공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미국이 말하는 선비핵화 이후의 관계정상화라던가 선비핵화 이후의 후속적인 보상을 하겠다는 식의 과거 전통적인 접근 방식 자체를 많은 부분에서 수정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 말은 곧 북한에 대한 선체제보장과 관련한 조치들이 이뤄지고 이에 따라 비핵화와 관련된 의지를 북한이 갖도록 하는 구도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저는 이것이 굉장히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예전 북한의 핵·미사일 수준과 지금은 현격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과거 2005년 9·19공동성명 시점에 만들었던 프레임을 가지고 계속 접근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적인 해결 과정에 있어 상당한 장애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따라서 미국에게는 북한에 대한 선체제보장의 조치를 취하는 과정 속에서 북한으로 하여금 비핵화 의지를 갖도록 상당 부분 유인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지속 강조해야 하고요. 북한에게도 역시 무조건적으로 비핵화 의제를 거부하는 것에서 벗어나 체제안전보장을 합의하면 비핵화 요구를 수용하도록 설득해 나가는 방법이 긴요할 것으로 봅니다.
앞서 제가 말씀드렸던 평화이니셔티브라는 것은 곧 남북정상회담 이전에 실무적인 접촉 과정에서 특사 방식일수도 있고요. 물론 남북정상회담의 합의문 또는 공동성명에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남측과 북측이 향후에 서로 노력하기로 했다는 두루뭉술한 표현이 될 수 있겠지만, 과거 정상회담 때 합의되었던, 특히 제2차 남북정상회담 때 합의됐던 한반도 평화포럼과 관련된 가동, 즉 평화체제와 관련된 논의의 장을 서로 열어 나가기로 했다는 정도의 합의를 보여주고, 내부적으로는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한국의 평화이니셔티브를 북한에게 설득해야 한다고 봅니다.
내용적 측면에서 일차적으로는 한반도 평화선언을 먼저 제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4자 또는 6자가 함께 평화를 선언하는 내용으로 종전선언 내용도 들어가고 본격적인 평화협정으로 가는 과도적 상황을 관리하는 잠정협정의 내용도 들어가며 북한체제에 대한 안전보장 내용도 들어가는 평화선언에 대해 북한을 설득하면서 우리의 평화이니셔티브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 내야 합니다. 이것을 남북정상회담에서 일정한 합의문으로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구현해 내면 좋겠죠.
사실 이 과정에서 미국을 설득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과제일 수 있어요.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방식에 안주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습니다. 북한에서 먼저 비핵화를 요구하고 그것을 북한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인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최소한 일단 북한이 체제안전보장라는 나름의 안전판을 갖고 비핵화로 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남북정상회담과 특사 교환에 대해 일정한 성과가 미리 담보되어야만 할 수 있다는 방식으로 접근할 경우에는 모멘텀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따라서 조속한 특사 교환 형태로 북한의 의중과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평화이니셔티브에 대한 구체적 내용들을 전달하며 설득하는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과정에서 미국에게도 역시 같은 내용에 대해 상당한 노력으로 설득해 나가야 하겠죠.
홍현익 저도 전방위적인 외교 노력이 긴요한 시점이라고 봅니다. 우리가 방관하는 자세로 있지 말고 상황을 계속 관리하고 노력을 기울여서 계속 운전대에 앉는 시도를 해야 원하는 방향으로 국면을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해요.
첫 번째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일단 북한 비핵화를 우리의 역량만으로 만들 수는 없는 것이니, 비핵화의 노력은 지속하는 동시에 현재 개선되고 있는 남북관계의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우선적으로 지속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비핵화와 상관없이 군사실무회담이라든지 혹은 이산가족 상봉과 인도적인 지원은 해나가야 하고요. 유엔안보리 제재에 어긋나지 않는 차원에서 남북 간 교류·협력 역시 계속 증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은도 이에 대한 방안을 마련하라고 강령적 지시를 내렸다고 하니 남북관계 개선의 모멘텀은 자주적으로 계속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고요.
두 번째는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서는 결국 북·미 양측이 명분과 체면 및 실리를 다 찾을 수 있는 제안을 우리가 마련해서 미국과 북한을 동시에 설득해야 합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도 최대한 활용해야 합니다. 결국 핵심사항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도 체제가 유지될 수 있다는 안을 만들어 여기에 미국과 중국이 동의하도록 하고 3국이 공동으로 북한에 제시해야 합니다. 김정은이 합리적으로 생각했을 때 핵을 갖고 있는 것보다 핵을 포기하여 얻는 것이 더 크다고 하는 신념을 줘서 결국은 핵포기를 유도해야 된다는 것이죠. 그러니 결국은 우리 외교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미국을 설득하는 데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지고 노력해 나가고 올바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한반도 상황은 지난해 말과 비교해보면 상당히 좋은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판단하는데요. 우리 정부가 지난해 말까지의 기간보다 최근에 훨씬 더 지혜롭게 대처를 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향후에 조금만 더 노력하면서 미국에게도 자신감을 가지고 할 말은 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안보이고 한·미동맹은 이를 위한 수단이죠. 동맹을 최대한 우호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되, 확실한 국가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창의력을 최대한 발휘해야 할 것입니다.
남북관계에서도 이미 체제경쟁에서 승리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동시에 평화공존과 호혜적 번영을 지향하면서 국민과 미국을 현명하게 설득해 한반도 정세를 안정시키고 남북관계 개선은 물론 통일기반을 조성해 나가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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