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 제재의 틀 속에서도 대화·협력 적극 추진해야 2018년 3월호
시론
제재의 틀 속에서도 대화·협력 적극 추진해야
김형석 / 前 통일부 차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11일 서울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공연 관람을 마치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남한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오른쪽),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
지구촌 평화축제인 평창동계올림픽이 지난 2월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스키, 스케이팅, 아이스하키 등 겨울스포츠 향연을 우리를 포함한 전 세계인이 국가·인종·종교 등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하나같이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봤을 것이다.
이러한 즐거움에 더해 우리는 남북공동입장, 남북단일팀 출전, 북한 응원단과 예술단 공연, 그리고 김영남 북한 고위급대표단장 및 김여정 특사의 방한과 문재인 대통령 방북 초청 등 소위 북한의 ‘연성외교 전략’을 보면서 남북관계에 무엇인가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아닌지 기대를 하면서도 동시에 국제사회와의 대북공조에 대한 우려를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올림픽 기간 중 북한 행보에 대한 해석과 함께 앞으로 예상되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은 올림픽 이후 한반도 정세 전망에 있어 중요한 변수다. 분단 70여 년의 대결과 갈등의 구조를 평화와 번영의 구조로 바꾸기 위해서는 당면한 북한의 비핵화와 궁극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이번 북한 행보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있다. 그러나 단순하게 보면 북한 김정은 정권의 우리 사회 및 국제사회와 적극적인 관계 맺음 시도에 주된 방점이 있다고 하겠다. 물론 한·미 간 균열, 남남갈등 유도 등 통상적인 노림수도 깔려있겠지만, 북한으로서는 ‘핵·경제 병진노선’에 따른 ‘국가 핵무력 완성’ 이후의 단계를 모색해 나간다는 적극성이 보인다고 하겠다.
즉, 북한은 지난해 제6차 핵실험과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국가 핵무력’이 완성되었고 과거와는 다른 ‘전략적 지위’ 아래 경제건설을 위한 환경조성을 위해 우리 및 국제사회와의 관계변화를 의도적으로 모색해 보려는 방향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북한의 방향성은 지난 2016년 제7차 노동당 대회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을 ‘항구적인 국가전략’으로 채택하면서부터 시작되었고, 지난 1월 김정은 위원장 신년사의 기본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北, 평창올림픽 기간 중 보여준 ‘연성외교 전략’ 고수할 것
북한은 우리 및 국제사회로부터 핵무기 보유와 ‘전략적 지위’를 인정받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핵보유국으로서 군축과 비핵화 의도가 있고 핵무기 개발의 원인인 적대관계 청산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이번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중 보여준 바와 같은 ‘연성외교 전략’을 고수해 나갈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김여정 일행으로부터 문 대통령의 ‘의중’과 미국의 ‘동향’ 등 방한 결과를 보고 받고 남북관계의 변화를 이어가기 위한 후속대책 마련을 지시했다는 북한의 보도를 보더라도 북한의 향후 행보를 예상해 볼 수 있다. 지난 2012년 4월 김정은 위원장의 육성연설에서 북한 주민들이 더 이상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한 점도 향후 북한이 핵무력을 체제보위의 안전판으로 삼고 이를 토대로 경제건설에 보다 많은 노력을 할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하게 한다고 하겠다.
다음으로 평창동계올림픽으로 조성된 남북 간 화해협력 분위기가 올림픽 이후 한·미연합군사훈련 등에 따라 급격하게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물론 지난 시기 남북관계에서 보여준 행태를 되돌아봐도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해 북한이 부정적으로 반응하며 나올 것은 자명하다. 우리로서는 북한의 반응에 대해 의도적으로 담담하게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위협에 대한 확고한 억지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토대로 북한의 긴장조성 행위에는 강력한 억지력과 국제사회 제재의 틀을 이용해 대처해야 한다. 또한 북한의 연성외교 전략 추진의 필요성을 적극 활용하여 북한이 비핵화와 변화의 길로 나올 수 있도록 하는 일관된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우리 및 국제사회와 북한과의 만남 및 대화, 교류협력의 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미국에 대해서는 북한의 비핵화와 변화라는 대북정책에 대한 확고한 공감대를 토대로 ‘제재와 압박, 대화와 협력’이라는 큰 틀에서 북한을 다루어 나가고 이 과정에서 한·미가 역할분담을 하는 방향으로 조율할 필요가 있다.
제재·압박과 대화·협력 틀 안에서 한·미가 역할분담 해야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것은 현재로서는 북핵문제가 핵심 현안이지만 그 너머에 있는 북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잊어서는 안 된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과 함께 북한이 국제사회와 우호협력적으로 활동하는 방향을 향해 변화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도 함께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인 김여정이 우리 및 국제사회와 직접 소통하고 실상을 경험하였듯 다음에는 김정은 위원장 본인이 직접 우리 및 국제사회와 소통하고 실상을 경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북한 비핵화는 김정은 위원장 등 지도층이 국제사회의 비핵화와 대한 요구와 취지를 십분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실현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한반도 상황변화에 있어 중요한 요소는 북핵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조치여부라 할 수 있다. 북한은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기간 동안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하고 있다. 소위 북한의 ‘핵동결’이 북·미대화나 국제사회의 제재를 완화시키는 출발점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북한의 조치가 있고 이에 대한 해석과 대응이 뒤따랐던 식으로 북한에 의해 주도되어 온 현상의 틀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우리 및 국제사회가 주도하는 틀로 북한이 들어오도록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사회 제재의 틀을 유지하는 가운데 할 수 있는 대화와 교류협력 사업을 발굴해 추진해 나가야 한다.
북한이 우리 및 국제사회와 접촉하고 소통해 나가면서 비핵화를 해도 국제사회로부터 체제안전을 보장 받을 수 있다는 안도감과 함께 경제건설을 위한 협력 확보를 위해 국제무대에 나설 수 있는 자신감을 갖도록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변화 속도는 우리가 생각하고 기대하는 속도와 다를 수 있다. 조바심을 갖지 않고 꾸준하게 한 발씩 나아가는 자세가 긴요하다.
댓글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