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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法 통일LAW | 남북 정상 합의, 국회 동의 긴요 … 국민적 합의기반 마련해야 2018년 5월호

북한法 통일LAW

남북 정상 합의, 국회 동의 긴요 … 국민적 합의기반 마련해야

최은석 / 통일교육원 교수

남북정상회담 이후 가장 시급한 것은 남북 정상 간 합의 내용에 대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비준동의를 얻는 것이다. 현재까지 남북기본합의서 이외의 남북합의서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나 법원이 제대로 판결한 적이 없다. 그래서 정권교체와 무관하게 통일정책이 헌법과 법률에 근거하여 안정적으로 일관성 있게 추진될 것을 학계나 법조계에서 꾸준히 요구해 왔다.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는 단순히 일회적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정상회담 합의의 내용은 물론 절차나 과정도 국회 동의를 전제로 하고 투명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헌법적 토대를 마련하게 되고, 절차적으로는 국민적 합의기반을 확보해 나가게 된다.

기존 남북합의, 규범적 효력 인정받지 못했다는 지적 있어

기존의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나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 2007년 10·4남북정상선언 등은 모두 국회 동의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특히 남북 간 화해와 상호불가침, 교류·협력 등을 규정한 남북기본합의서는 통일의 기초가 될 의미 있는 합의인데도 정부뿐만 아니라 1997년 헌법재판소와 1999년 대법원도 이를 ‘신사협정에 불과하다’고 판단해 규범적 효력을 인정받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다만, 남북 사이에 체결된 투자보장·이중과세방지, 청산결제, 상사분쟁 해결절차 등에 대한 ‘4개 경협합의서’와 그 이행을 추진하기 위해 체결된 9개의 후속합의서는 남북한 당국이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는 의사에 따라 체결하였음을 인정해 왔다. 그리고 남북한 당국이 조약체결 방식으로 합의서를 체결하고 그 후속조치를 취한 점, 또한 남북한이 각각 국회의 동의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의 결정을 통해 북한 최고입법기관의 동의 또는 승인을 받는 등 합의서의 효력발생 규정에 따라 발효에 필요한 절차를 거친 점, 끝으로 법률적 효력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법률제정 절차에 따라 공포되고 관보에 게재된 점 등에 비추어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약의 성격을 가진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법 규범의 한계를 인식하고 대북정책 결정 및 추진과정에 있어서 국회·정당의 협력과 국민참여를 통해 투명성을 제고하고 국민적 합의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여야 간 초당적 합의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을 2006년 6월 제정하게 되었다. 우리 정부는 법의 제정 취지에 맞게 동법 시행령(2006.6.30.)과 시행규칙(2006.11.17.)을 제정함으로써 「헌법」의 평화통일조항(제4조)과 남북평화공존을 현실화할 수 있는 법 체계를 완비해 왔다. 1990년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후 지금까지 17차례 개정을 통해 진전되는 남북관계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남북협력기금이 보다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현실에 맞게 개선했다.

동서독의 경우에는 우리의 남북기본합의서와 유사한 「동서독 기본조약」을 1972년 12월 21일 체결하였는데, 특히 조약 제10조에서 “이 조약은 양독의회의 비준을 요하며 비준 후 비준서의 교환과 함께 효력이 발생한다”고 명시하였다. 이 조약에서 동서독의 특수관계를 ‘정상적인 선린관계’로 규정하였고 또한 연방헌법재판소의 이 조약에 대한 위헌심판청구 판례를 통해 동서독 특수관계가 확립되었다. 1990년 통일된 독일은 앞서 1972년 체결된 「동서독 기본조약」을 양국 의회의 승인을 거치도록 해 헌법적 토대를 세웠고, 이후 경제·과학·기술·문화 등의 협정으로 이어져 통일을 달성하는 밑거름이 되었기에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향후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한 각 분야별 회담을 통해 남북 사이에 체결되는 각종 합의서 중에서는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 포함되어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합의서가 증가할 것으로 본다. 따라서 남북교류협력의 확대 및 진전에 따라 남북한 간 각종 합의서의 법적 효력에 관한 법적 판단이 요구되는 구체적인 사건도 다수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이 체결하는 남북합의서는 우리 「헌법」과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규율되고, 그 법적 성격과 효력도 그에 따라서 결정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남북한이 체결한 남북합의서는 실체법적으로나 절차법적으로 「헌법」과 관련 법률규정을 준수하여야 하며, 이와 함께 남북관계를 실효적으로 규율하는 법 규범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남북한에 의하여 제대로 이행되어야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와 법원도 남북합의서가 이와 같이 실효적으로 기능할 때라야 비로소 구체적 사건에서 법적 효력을 인정할 것이다.

남북기본합의서 이후에 남북한은 군사·경제 분야에 걸쳐 합의서를 체결하였으나, 국내법으로 효력을 부여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즉 우리 정부는 각종의 남북합의서를 ‘정치적 신사협정’으로 간주하였고,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도 같은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2000년 12월에 체결된 4개 남북경협 합의서의 경우는 북한에 진출한 남한 기업들에게 실질적인 법적 권리 및 이익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남북경제 관계의 규범화·제도화를 이룩해야 할 내용을 가짐에 따라, 정치적 신사협정이 아니며 국내법적 효력 부여가 필요하게 되었다. 이에 우리 정부는 북한과의 협의를 통해 4개 합의서들에 대하여 조약성을 인정하고 2003년 6월에 국회 동의를 받는 절차를 거치는 조치를 취하기에 이른다.

통일문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루는 것이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광범위한 국민적 합의와 지지에 기반을 둔 통일정책이어야 추진의 정당성이 확보되며 정책수행에 강한 추진력을 가지게 된다. 대북정책의 안정적 추진을 위해서는 국민여론의 지지가 필수적이다. 통일에 따르는 고통과 희생을 올바로 인식하고 국민 개개인이 이에 대한 책임과 사명을 분담하겠다는 점에 대해서도 국민적 합의를 이루어야 한다. 통일은 일시적 과업이 아니라 새로운 역사 창조를 위한 지속적인 대장정이기 때문에 막대한 비용과 함께 끊임없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정치·전술적 관점 넘어 규범적 차원의 남북관계 만들어야

향후 남북관계를 통일지향적 평화공존, 공존공영의 관계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기존의 정치적·전술적 관점이 아니라 보다 규범적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남북관계를 만들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남북기본합의서 체제의 이행과제와 관련하여 남과 북은 헌법 또는 그에 준하는 법 제도적 규범력을 갖추고 이미 합의된 이행과제가 구체적으로 실행을 담보할 수 있도록 법 시스템과 정치 시스템의 상호작용을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하는 남북관계 개선 전략이 필요하다.

그동안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국내적 기반 구축과 더불어, 남북 간에도 경협 분야를 중심으로 제도적 장치를 확충해온 바 있다. 2000년 남북경협 4대 합의서를 시작으로 총 13개 경협합의서가 체결됨으로써 보다 제도화된 여건 하에서 남북 간 교류협력을 할 수 있게 되었다. 2005년 10월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가 개성에 설치되어 남북경협을 위한 다양한 현장지원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남북경협을 위한 높은 벽을 한 단계 낮추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 남북관계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물적·제도적 기반을 계속적으로 확충해 나가야 하며, 이러한 노력으로 한반도 긴장완화를 통한 평화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제고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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