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분쟁 25시 | 시에라리온의 핏빛 다이아몬드 2014년 8월호
세계분쟁 25시 4 | 시에라리온의 핏빛 다이아몬드
아프리카 서부에 위치한 시에라리온.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의 배경이 되었던 곳이다. 기니, 라이베리아와 접경하고 있으며, 한반도 1/3 정도의 면적에 약 580만명의 인구를 보유하고 있다. 1985년에 시작된 시에라리온의 내전은 유엔 평화유지군이 철수한 2005년에서야 일단락되었다. 20년간의 내전을 거치면서 20여 만 명이 사망하고 7천명 넘는 사람들의 손목이 도끼에 잘려나갔으며, 200만명의 난민이 인접국가로 피신했다.
1961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시에라리온은 여러 차례의 군사쿠데타와 정치변동을 겪었다. 게다가 다이아몬드 광산 채굴권과 관련된 이권을 놓고 각 군벌과 정부군이 다투었고, 인접 국가들이 관련되면서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되었다. 자원문제가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얽혔던 것이다. 다이아몬드는 한 해 평균 약 1억2,500만달러의 양이 생산되어 내전 자금으로 이용되면서 분쟁자원의 대표적인 본보기가 되었다.
20년간의 내전, 타락한 군부의 극치 사례
시에라리온의 내전은 1985년 반정부세력인 혁명연합전선(RUF)이 모모 대통령 취임에 반발하며 시작되었다. 반군들은 무장공격을 통해 다수의 국경마을을 장악했고, 활동 영역도 확대했다. 1992년 4월에는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모모 대통령을 몰아냈고, 1994년 초부터 정부군은 RUF와의 교전을 통해 반군이 장악했던 다이아몬드 광산을 탈취했다. 군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995년 2월 비오 준장은 RUF 반군 지도자와 정전을 합의하여, 대통령 선거를 실시해 카바 민선정부가 출범하였다.
그러나 RUF 반군은 대선연기를 주장했던 자신들의 의사가 무시된 채 카바 민선정부가 출범하자 정전협정을 파기하고 게릴라전을 재개했다. 정부군과 반군은 게릴라전을 수행하면서 정전협상을 지속하였고, 1996년 11월 27일 다시 카바 대통령과 RUF 반군 산코 간에 정전이 합의되었다. 하지만 얼마지 않아 코로마 소령을 포함한 소장파 장교들이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카바 민선정부는 14개월 만에 전복됐고 다시 내전이 발발했다. 코로마는 쿠데타 이후 무장군사혁명위원회(AFRC)를 구성하고 의장에 취임했다. 유엔 안보리는 군사쿠데타를 비난하고 즉시 카바 민선정부에 정권을 이양할 것을 촉구했다. 서아프리카 경제협력체(ECOWAS)와 유엔 등의 압력이 강화되자 AFRC 세력은 카바 대통령에게 정권을 이양하겠다고 약속했다.
1998년 3월 카바 민선정부가 8개월 만에 복귀했다. 카바의 정권 수복 후에도 쿠데타 잔존세력 및 반군은 저항을 지속하여 1999년 5월까지 수천명이 사망했다. 5월에는 주변국과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평화협정이 체결됨으로써 사태가 수습되었다. 일부 반군 잔당들의 부분적인 저항에도 불구하고 유엔군의 증강에 힘입어 무기 반납 등의 절차가 2000년 2월 말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같은 해 11월 RUF 반군과 극적인 정전안이 체결되었으나 반군들의 여전한 무장활동과 충돌로 평화정착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2003년 7월 반군 지도자 산코가 갑자기 사망함에 따라 협상은 급진전을 이루었다. 2005년 유엔 평화유지군이 철수하면서 다이아몬드 이권을 둘러싼 내전은 종결되었으나 분쟁의 결과 국내 경제가 피폐해지고 농업 등을 포함한 산업기반이 붕괴되어 국가 경제는 원조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에라리온 내전은 군대가 도덕적으로 타락하면 얼마나 악랄해지고 극도의 만행을 저지를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이다. 산코를 비롯한 반군들은 다이아몬드를 무기 및 용병에 대한 대가와 개인 축재에 이용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다이아몬드 광산을 차지하려는 정부군과 반군의 싸움으로 내전이 전개되었다. 반군은 소년병들에게 마약을 강제로 먹였다. 마약에 취한 소년병들은 죄의식이나 주저함이 없이 주민들의 손목을 절단했다.
내전기간 동안 약 25만명의 여성들이 다양한 형태의 성적 학대를 받았고, 7천여 명의 사람들이 손목과 발목이 절단되어 지금도 정신적, 육체적 고통 속에 살고 있다. 내전의 상처를 봉합하는 데 있어 피해자들에 대한 치유가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시에라리온의 정치적 상황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대책 마련은 후순위로 밀려있다. 게다가 아직 동부 밀림지역에는 무장해제를 하지 않은 반군의 잔존세력들이 남아있다.
동부 밀림, 잔존세력 남아 … 내전의 혼돈 재현되나?
2007년 9월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3선 출마 금지 규정에 묶인 시에라리온인민당(SLPP)의 카바 대통령에 이어 야당이었던 전인민회의(APC)의 코로마가 당선됐다. 그는 2012년 재선에도 성공했지만, 선거과정에서 여야 지지자들 간에 유혈충돌과 총격전이 벌어져 수십명이 사망했으며 현재도 간헐적인 무력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2014년 3월 14일 시에라리온 내전을 종식시킨 최대의 공로자로 평가받던 카바 대통령이 지병으로 사망했다. 그의 사망 소식에 현재 야당인 SLPP의 일부 세력은 정치적 회생의 기회를 마련하려는 의도로 동부 밀림지역의 반군 잔존세력을 이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의 군사력 수준은 미미한 상태이나 정치적 상황변화에 따라 만약 주민들의 지지를 받게 된다면 시에라리온은 또다시 내전의 혼돈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국제사회의 관심이 더욱 요구되는 시점이다.
내전은 시간이 지날수록 다이아몬드 광산을 차지하려는 정부군과 반군의 싸움으로 전개되었다. 반군은 소년병들에게 마약을 강제로 먹였다. 마약에 취한 소년병들은 죄의식이나 주저함이 없이 주민들의 손목을 절단했다.
조상현 / 군사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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