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맛지도 | 이냉치냉(以冷治冷)의 묘미 ‘평양냉면’ 2014년 8월호
북한 맛지도 24 | 이냉치냉(以冷治冷)의 묘미 ‘평양냉면’
‘평양냉면’냉면은 원래 동지섣달 한겨울 밤에 먹던 음식이다. 삼복더위에 절로 생각나는 음식인 냉면이 왜 겨울 음식이었을까. 그 기원이 궁금하다. 세시풍속기인 <동국세시기>에서 냉면은 11월부터 먹는 것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무김치나 배추김치에 메밀국수를 말고 여기에 돼지고기 섞은 것을 ‘냉면’이라고 했다.
냉면 만드는 법은 <시의전서>에 처음 나오는데 ‘동치미 냉면은 청신한 통배추 김치를 다져 얹고 고춧가루와 잣을 흩어 얹는다’고 언급하고 있다. 다시 말해 동치미를 담가 먹는 계절, 즉 겨울철 야식으로 즐겨 먹던 음식이 바로 냉면이었던 것이다.
원래는 동지섣달 한겨울 밤에 먹던 음식
길고 긴 추운 겨울밤, 독에서 금방 퍼낸 얼음 동치미 국물에 말아먹는 냉면의 맛이라, 상상만 해도 이가 절로 시려오는 시원함의 극치가 아니었을까! 이런 겨울철 별미가 계절에 관계없이 즐기는 음식으로 변한 것은 한국전쟁을 전후해 평안도 출신 사람들이 평양냉면집을 내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평안도의 동쪽은 산이 높아 험하지만 서쪽은 서해안에 접해 해산물도 풍부하고 평야가 넓어 곡식이 많이 나는 지역이다. 예로부터 중국과 교류가 활발하여 음식문화도 영향을 받게 되는데, 평양냉면의 원류가 고려시대 몽골에서 왔다는 이야기도 이러한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평양냉면 면발의 주재료인 메밀이 별다른 보살핌 없이도 잘 자라는 산지가 많은 서북지역과 강원도 이북지역에서 냉면이 발달하게 되는데, 평안도에서는 평양냉면이, 강원도에서는 막국수가 그 갈래들이다.
초기의 냉면은 면발이 굵고 질겼고, 그 맛도 자극적이었다. 그러나 점차 부드러운 맛을 선호하는 대중의 기호에 따라 자극적인 맛이 순해지기 시작했고, 기계냉면이 출현하면서부터 면발에 양념을 첨가하는 것이 쉬워져 냉면 맛이 점차 부드럽고 개운한 쪽으로 변해왔다. 평양 음식의 특징이 양념을 적게 하여 짜지도 않고, 맵지도 않은 담백한 맛이다 보니, 이곳을 고향으로 두게 되는 평양냉면의 맛도 그에 맞춰 점차 순한 맛으로 변하고 정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냉면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동치미 국물이다. 큰 독을 땅에 묻고 배추에 비하여 무를 많이 넣으며, 양념은 고추를 많이 쓰지 않는다. 국물은 심심하게 하고 넉넉히 부으며, 젓국은 조기젓이나 새우젓을 조금 쓰기도 하고 안 쓰기도 한다.
예전에는 소고기 대신 꿩고기 육수 사용
평양냉면 재료는 메밀가루와 감자녹말가루가 5대1의 비율로 들어가 뜨거운 물로 익반죽한 면과 동치미 국물과 소고기육수를 반반으로 한 국물, 그리고 동치미 무와 오이, 배와 삶은 달걀, 소고기 편육과 같이 다양한 고명들이다. 예전에는 소고기 육수 대신 꿩고기 육수를 사용했다고 하나, 꿩고기가 귀해지면서부터 소고기 육수로 대신하게 되었다.
메밀이 많이 들어간 면발은 질기지 않고, 굵고 약간은 거친 듯한 느낌에 구수한 메밀 고유의 맛이 느껴진다. 그래서 치아가 약한 어르신들도 부담 없이 즐기는 음식이기도 하다. 여기에 기름기 싹 거둔 고기육수와 시원하게 잘 익은 동치미 국물을 섞은 냉면 육수는 개운하면서도 감칠 맛 나는 뒷 맛을 꽤 오래 동안 느낄 수 있게 해주니,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의 입맛도 사로잡은 세계적 음식으로 인정받은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길고 긴 추운 겨울밤, 독에서 금방 퍼낸 얼음 동치미 국물에 말아먹는 냉면의 맛이라, 상상만 해도 이가 절로 시려오는 시원함의 극치가 아니었을까!
이애란 /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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