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인권강국의 꿈, 출발은 북한인권 개선이죠” 2014년 11월호
창간 31주년 특집 | 국제사회, 북한주민 인권 주목!
인터뷰 | 이정훈 | 외교부 인권대사
“인권강국의 꿈, 출발은 북한인권 개선이죠”
A. 글쎄요. 북한 외교력의 상황파악 능력이랄까, 매우 능숙한 듯 보입니다. 핵 문제의 경우 현재 안보리에 4개의 결의안이 걸려 있는 상황에서도 극렬하게 저항하고 버티잖아요. 그런데 인권 문제는 대하는 자세가 달라요. 핵 문제처럼 다루면 사태가 심화될 것을 인지하고 있는 듯해요. 단순히 부인하고 협박하는 전략이 아니라 역으로 자체 인권보고서를 제출하고 회원국에 회람을 요청하고 있죠. 특히 국제사회에서 북한인권과 관련, EU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향후 전망은 어떨 것인지에 대해서 주시하고 있는 것 같아요. 또한 북한 고위 외교관들이 유럽을 순방하고 EU 관료들을 북한으로 초청하고 있습니다. 목적은 간단합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유엔총회의 북한인권 결의안을 무력화시키고자 하는 시도입니다. 북한에게 현재 가장 중요한 외교현안은 핵도 아니고, 경제지원도 아니라 바로 인권입니다. 유례가 없는 압박을 받는 것 같고, 국제사회의 압박에 크게 당황한 모습입니다.
Q. 올해 초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최종 보고서가 공개됐는데?
A. 그게 컸죠. 북한이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부분이에요. COI 보고서 안에 북한인권 유린 실태를 극명하게 드러내주는 사례 등이 증언을 통해 낱낱이 기록되어 있잖아요. 그리고 COI가 여느 민간단체나 NGO가 아니잖아요. 유엔 산하 위원회입니다. 의미가 다른 것이거든요. 게다가 COI 위원장이 마이클 커비인데, 이 분이 대법관 출신이에요. 커비 위원장이 지난해 8월 북한인권 관련 조사 작업을 서울에서 진행했거든요. 그때 준비과정과 진행상황을 저도 함께 동참해서 잘 알죠. 그 분 말씀이 생생해요. 탈북자 면담을 하면서 눈물을 그렇게 흘리더라고요. “제2차 세계대전 때도 아니고 현재 시대에 굶주림을 못 견뎌 탈출하고, 강제수용소에 감금되는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느냐.”면서 “있을 수 없는 만행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를 알면서도 가만히 있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거에요. 커비 위원장이 여생을 북한인권 해결을 위해 바치겠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할 정도로 의지가 대단합니다.
Q. 김정은 제1위원장 등 북한 내 반(反)인권 행위 관련자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한다는 내용의 북한 인권결의안 초안이 회람됐는데?
A. 지금 단계는 유엔 총회의 결의안이죠. 북한인권 관련 총회 결의안은 과거에도 있었어요. 그래도 올해가 특히 중요한데, 일단 COI 보고서 자체가 올해 처음 나왔고, 결의안이 이걸 기반한 것이기 때문이죠. COI 보고서는 북한인권 관련 가해자 집단을 조직적으로 조목조목 나열했죠. 이름은 아니더라도 조직이 다 드러났는데, 결국 보면 북한 지도체제를 겨냥하고 있는 것입니다. 김정은을 포함하는 거죠. 나아가 COI 보고서는 안보리가 ICC로 회부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데, 이는 안보리를 거치지 않고서 ICC에 바로 제소할 수 없기 때문인데요. 이번 총회 결의안이 김정은을 포함해 북한인권 관련 가해자에 대해 안보리에 ICC로 회부할 것을 권고할 것인지에 대해선 아직 정확히는 알 수 없어요. 안보리에서 통과될 확률은 낮다고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중국 또는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그래도 이것을 조금 더 긴 프로세스로 본다면 현재는 안보리에서 공식의제화되는 그래서 1단계, 2단계로 구분해서 진행되는 수순으로 볼 수 있죠. 안보리에서 공식적으로 의제에 올리면 결국 COI 보고서의 권고사항들이 안보리 테이블에서 다뤄진다는 것이고, 이는 결국 안보리에서 김정은을 포함한 북한인권 가해자들의 ICC 제소건이 논의될 수 있다는 이야기잖아요. 북한인권에 대한 상당한 진전이라고 볼 수 있어요.
Q. 기존 결의안과는 무게감이 다르다?
A. 완전 다른 것이죠. 이 부분이 북한에서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서도록 하는 것이고요. 올해 4월 17일 ‘아리아 포뮬라(Arria Fomula)’라고 비공개 안보리 회의가 열렸잖아요. 물론 중국과 러시아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이 자리에서 나머지 국가들은 북한인권 의제를 다뤘어요. 사상 처음이었죠. 커비 북한조사위원회 위원장은 북한인권 문제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고요. 1년 남짓한 짧은 기간에 북한인권과 관련해 국제적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고, 따라서 획기적인 진전이 있는 것입니다. 이러니 북한이 매우 불안해하고 있는 게 당연하죠. 박근혜 대통령이 유엔에서 북한인권 관련 강력한 어조로 연설하는데 리수용 등 북한 외교 사령탑이라고 하는 인물들이 앞에서 듣고 있잖아요. 언제 그랬어요? 여태껏 국제무대에서 ‘북한인권’이란 말만 나왔다 하면 자리를 다 박차고 일어나는 분위기였잖아요. 근데 조용히 다 들어요. 인권문제가 자신들에게 큰 아킬레스건이라는 것, 드러내놓고 싸우면 싸울수록 국제적 압박이 심해진다는 걸 이제 북한이 아는 거죠.
Q. “평화통일을 위해 남북관계 개선이 필요하고, 따라서 현재 상황에서 북한이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북한인권’ 문제는 수위조절을 해가며 탄력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게 현명한 방법”이라는 주장에 대해?
A. 말도 안 되는 겁니다. 인권 문제는 남북한의 틀 안에서 보면 안 돼요. 이건 인류보편적 가치입니다. 북한인권 문제 제기하면 남북교류에 문제가 생긴다? 통일환경 조성이 안 된다?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될 뿐더러 일단 인권 문제 해결 전에는 통일이 안 돼요. 북한인권 문제 수위를 낮추기 위해 보통 통일이라는 틀을 가져오는데, 잘못된 겁니다. 탈북자들 이야기 들어보면 아시잖아요. 자신의 부모님을 눈앞에서 처형 해버리고, 수용소에서 물건 하나 잘못 떨어뜨렸다고 손을 자르고, 여성들 탈북했다가 북송되면 집창촌에 넘겨버리고, 중국 남성과 강제결혼 시키고…. 지금 우리가 살면서 상상하기 힘든 일들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잖아요. 북한이 수십년 동안 감춰왔던 게 이제 밝혀지고 있는 거예요. 북한이 내세우는 명분 보세요. 핵무기 폐기하라 하면, ‘강대국들 다 가지면서 왜 우리는 못 가지냐’ 하며 나름 명분을 밀어붙이잖아요. 근데 인권, 이건 정말 북한이 스스로도 내세울 명분이 없는 거잖아요.
예를 들어 봅시다. 옆집에 범죄자가 살아요. 그 사람이 범죄자인 거 내가 알고 있고요. 지금도 그 집에서 범죄가 일어나는 게 명확해요. 그런데 이웃과 편안히 살기 위해 모르는 척하면 어떻게 되나요? 그거 방조죄에요. 비겁한 거죠. 눈앞에서 어마어마한 인권유린 실태를 보고 있으면서 ‘당장 급하니 쌀을 지원하긴 해야 하는데 인권 이야기하면 안 받는다고 할 수 있고, 그러면 직접 피해를 보는 건 주민들인데 수위 낮춰야지’, 이런 논리구조, 이해를 못 하겠어요. 인권을 두고 왜 균형을 잡고 조절을 하고 그래야 하죠? 인권 문제는 어떤 상황에서도 확고한 명분이 있는 것입니다.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듯 대한민국 주권은 한반도 전체에요. 북한주민? 우리 국민이에요. 우리 국민이 이렇게 인권적으로 탄압 받고 있는데 어떤 이유든 눈 감는다? 국제사회 시각으로 보면 절대 이해 못해요. 당장 이슈화 되니 ‘이렇게 되는 상황까지 한국은 도대체 뭐 했냐’, ‘유엔에서 문제제기 하기 전에 뭐하고 있었냐’라는 말이 나오잖아요. 남북은 특수한 상황이다? 말이 안 되는 겁니다.
Q. 북한인권법안이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인데?
A. 미국은 북한인권법안을 2004년 제정해서 올해 10주년이에요. 일본도 있고요. 호주, 캐나다, 영국 등도 여론화되고 있어요. 한심하고 창피한 거예요. 어디 해외 나가서 얘기도 못해요. 지금 법안 반대 측 논리는 결국 인권유린을 눈 감고 넘어가겠다는 건데, 그건 범죄행위 방조에요. 언젠가는 통일이 되겠죠. 그 때 2천만 북한동포들 얼굴 어떻게 볼 겁니까. ‘왜 그 때 그 법안 통과하는 데 막았냐’ 하면 할 말 있겠어요? 최선을 다했다 하고 떳떳하게 얘기할 수 있도록 해야죠.
Q. 인권대사 역임하며 하고 싶은 일?
A. 우리나라, 무역강국에 IT 선진국이죠.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어마어마한 성과 아닙니까? 이제는 한국이 아시아에서 도덕적 리더로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국이 무엇으로 도덕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그게 인권입니다. 우리는 이제 인권강국이 되어야 해요. 북한인권의 해결은 그 출발점이 되겠죠. 더불어 그 외 국가들의 인권상황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인권의 현장에선 한국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모습, 그래서 한국 하면 인권의 나라라는 이미지를 심어줘야 하죠. 거기에 일조하고 싶어요.
이동훈 / 본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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