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한국, 한반도문제 주도권 회복해야 2014년 11월호
기획 | 동북아 지정학의 부활 – 중국
한국, 한반도문제 주도권 회복해야
동북아에 새로운 지정학적 위기가 도래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동인은 미국 패권의 상대적 약화와 중국의 부상에 따른 미·중 G2시대의 개막이다. 특히 중국을 위협으로 보는 미국의 인식과 미국은 쇠퇴하고 있다는 중국의 인식이 동북아에서 미·중 패권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다. 여기에 중·일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 영유권 문제, 미·일 안보협력 강화, 한·일관계 경색, 북핵문제 미해결 등이 더해지면서 동북아 정세는 갈수록 불안해지고 있다.

지난 10월 15일 중국 톈진시에서 열린 ‘동북아의 평화·발전 빈하이 콘퍼런스’에는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몽골의 전직 외교·안보 분야 관료들과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현재 동북아에서는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강대국들이 자국의 국가이익에 근거한 지역전략을 수립하여 자신들의 시간표에 따라 치밀하고 선제적으로 행동하고 있다.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 차원에서의 정치경제적 위상 하락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에서의 영향력 유지와 중국의 부상 억제를 위해 아시아지역을 다시 중시하는 정책을 재강조하여 일본 및 한국과의 동맹 강화를 중시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시진핑 체제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의 꿈(中國夢)’을 국가비전으로 제시하고, 기존의 평화적 발전 전략은 유지하되, 주권과 영토 등 핵심이익은 적극적으로 수호하는 강온 병행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미국과의 신형대국관계 구축,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등을 제안함으로써 기존의 미국 중심의 지역질서에 편입되지 않고 자국의 비전과 의지가 반영된 새로운 국제정치경제 질서를 형성하려는 의도를 표출하고 있다.
‘통일 강국’ 실현해 강대국 영향력 줄여야
문제는 바로 동북아 신냉전시대의 도래로 인해 정치·군사분야는 미국, 경제·통상분야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전략적 선택을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동북아에서 미·일과 중국의 갈등이 첨예할수록 한국의 역할은 제한적으로 변할 것이고, 북·중관계, 북·일관계, 중·일관계의 변화 추세에 따라 남북관계는 악화되고 북핵문제 해결도 갈수록 요원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동북아 국가관계가 갈등적일 때보다 협력적일 때 한국의 전략적 위치도 유리하고 선택의 폭 역시 비교적 넓었다. 특히 미·중관계가 협력적일 때 한·미동맹과 한·중관계가 공존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한국은 역내 갈등을 대화와 협력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주도이고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및 통일이라는 국가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역내 강대국 간 갈등이 초래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한반도문제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굳건한 한·미동맹 유지와 한·미·일 전략적 소통을 중시하되 한국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고, 중국과 러시아를 우리의 적으로 돌리지 않는 대외정책 역시 동시에 고려되어야 한다. 한·미동맹과 한·중 전략동반자관계의 조화와 균형 추진은 한반도가 처한 숙명이다. 하지만 성급한 한·중 밀월관계는 한·미동맹 훼손 및 한·미·일 공조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외교적 접근이 필요하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교착 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의 획기적 개선을 통해 ‘통일 강국’을 실현함으로써 강대국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향후 한국의 대북정책 추진과정에서 중국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역할은 자제하고, 오히려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한반도문제 및 북핵문제 해결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북핵문제에 대한 중국과 한·미의 입장 조율을 주도하여 북한의 변화를 유도해야 하고, 중국이 보유한 대북정책의 수단과 채널을 우리도 확보하려는 노력 역시 필요하다.
한국의 전략적 가치 높일 방안 마련해야
셋째,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최근 중국은 중국의 부상에 부합하는 강대국 외교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고, 일본 역시 중국과의 역내 갈등과정에서 한국의 협력과 지지를 필요로 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부상은 이미 치밀하게 계획된 시간표와 미·중관계의 변화 등에 연동되어 추진되고 있고, 일본 역시 자국의 경제회복과 국제적 위상 저하 극복을 위해 보통국가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아시아에서 일본의 역할 확대라는 미·일 간의 이해가 일치하면서 중국을 공동으로 견제하는 전략을 치밀하게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입장에서는 중국과의 신뢰관계 강화 노력과 동시에 동아시아 다자협력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중국의 지역전략에서 한국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현재 동북아 안보정세의 핵심 고리 역할을 수행하는 일본의 전략적 가치를 인정하고 우리의 국가이익 확보차원에서 한·일관계 개선에도 노력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책임 있는 반성을 전제로 하여 역사문제와 일본의 전략적 가치를 분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주변 강대국을 대상으로 한반도 통일이 그들에게 유리하다는 논리를 개발하여 이해를 구하는 통일 공공외교를 좀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특히 중국은 이미 한국의 외교안보전략의 최대 영향요인이자 한반도의 통합 및 통일 과정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통일한국의 건설이 중국의 안보 불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반도 분단 관리의 기회비용이 줄어들고 중국에 안보적·경제적 편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점을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
신종호 / 경기개발연구원 공존사회연구실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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