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맛지도 | 햇감자를 갈아 만든 함경도 별미 ‘감자 막갈이 만두’ 2014년 11월호
북한 맛지도 27 | 햇감자를 갈아 만든 함경도 별미 ‘감자 막갈이 만두’
산간지대가 대부분인 함경도는 콩이나 감자, 고구마, 조, 수수 등의 잡곡을 이용한 음식이 많다. 음식의 모양은 큼직한 것이 대륙적이며, 장식이나 기교를 부리지 않아 소박하다. 간은 세지 않고, 맵지 않아 담백하다. 이번 호에 소개하는 음식은 감자떡에 고기양념 소를 넣어 만든 감자 막갈이 만두이다.
햇감자를 갈아서 만든 만두라 해서 막갈이 만두라고 부른다. 감자를 거칠게 갈아서 만들었다는 의미로 쓰인 듯하다. 감자 막갈이 만두의 특징은 실처럼 잘린 감자알갱이들과 녹말의 쫄깃함, 그리고 만두소의 맛이 어울린 특별한 맛으로 북한의 함경도 지방 산골 사람들에게는 아주 자랑스러운 음식이다.
납작한 송편 같은 모습에 투박하지만 소박한 맛
이 지방은 주요 농작물이 감자이기 때문에 명절이나 특별한 날에도 감자를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밖에 없는데 그중에서 감자 막갈이 음식은 주로 초가을 감자를 수확하는 시기에 만들어 먹는다. 감자는 전분이 주성분인 알칼리성 식품으로 단백질과 지방이 적고, 고구마와 달리 당분이 적은 편이다. 감자의 칼륨 성분은 위 속의 산과 알칼리의 균형에 영향을 주므로 과산성 위염에 도움이 되며, 점막세포의 점액이 정상적으로 분비하도록 도와준다. 또한 비타민 C와 B1도 많이 들어있어 겨울철 비타민 공급원으로 매우 중요한 식품이다.
감자는 초가을에 밭에서 금방 수확했을 때 전분 함유량이 가장 많기 때문에 감자 막갈이 음식은 주로 초가을부터 늦가을까지 가장 즐겨 먹는 산골지방 사람들의 별미 음식이다. 감자를 갈아서 만들어 먹는 음식들로는 감자 막갈이 지짐과 국수, 송편, 만두, 설기떡 등이 있다. 감자 막갈이 음식은 따뜻할 때 먹어야 제 맛이다. 시간이 지나 식으면 단단해져서 맛이 없기 때문에 먹을 양만큼만 적당히 만들어서 바로 먹어야 제 맛이 난다.
우리 가족이 평양에서 추방되어 양강도 삼수군 관동리라는 곳으로 갔을 때는 1974년 9월 초순경으로 한창 밭에서 감자를 캐내던 시기였다. 산골마을에 도착한 날이 9 9일 북한 정권창건일. 북한의 명절이어서 산골마을은 난리였다. 늘 배고프고 허기진 산골마을에서 오래간만에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집이 없어 남의 집 동거살이를 시작한 다음날 아침, 우리 가족은 난생 처음 보는 이상한 떡을 보았다. 색깔이 까맣고 크기가 거의 강아지 수준인 떡이었는데 얼마나 큰지 웬만한 접시에 두 개를 담으니 그릇이 넘칠 지경이었다. 그 집 아주머니는 밤새껏 감자를 갈아서 이 떡을 만들었는데 그 것이 바로 감자 막갈이 떡이었다.
감자떡에 고기양념 소를 넣어 만들기도
감자 막갈이 떡에는 콩보다 채소를 넣는 것이 더 좋은데 산골마을에서는 갓이나 무를 볶아서 소를 만들어 넣었다. 물론 돼지고기나 쇠고기 같은 육류는 꿈도 꾸지 못하고 식용류에 채소를 볶고 마늘이나 양념만 넣어도 고급음식에 속하는 산골마을에서 처음 만난 감자 막갈이 떡은 처음에는 입맛에 잘 맞지 않는 음식이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감자 막갈이 떡은 그 지역의 특산음식이란 것을 알게 되었고 속에 돼지고기나 쇠고기를 다져 넣고 소를 만들어 빚으면 아주 맛있는 음식이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오히려 남한에서는 감자 막갈이 만두가 별미음식으로 인기가 높은 음식이다. 양배추와 돼지고기, 쇠고기, 양파, 파, 마늘 등을 골고루 섞어 만든 소를 넣어 빚으면 감자 막갈이 떡의 맛과 어울려 매력적인 맛을 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식이섬유 또한 많아 건강에도 좋은 음식이기 때문에 지금 남한 사람들이야말로 감자 막갈이 만두를 즐겨 먹어야 하지 않을까?
이애란 /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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