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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동네 리얼스토리 | 똑같이 했는데 왜 나만! 2014년 12월호

윗동네 리얼스토리 46 | 똑같이 했는데 왜 나만!

대학입학 시험장 안의 분위기는 자못 엄숙하다. 평시엔 두 학생이 앉던 책상에 한 학생만 앉아 받은 시험문제를 푼다. 시험지는 A4 용지 두 장, 거기에 받은 문제의 답을 모두 적어야 한다. 시험관으로 나온 여러 선생님들의 눈총을 받으며 수험생들은 문제의 답을 쓰기에 여념이 없다. 시간은 단 60분. 모르는 문제를 생각해내기엔 매우 긴박한 시간이다. 그렇지만 답을 쓰지 못하면 대학입학이 물 건너가는 만큼 모두 최선을 다해 답을 찾는다. 흘끔흘끔 앞줄에 앉은 학생의 뒤통수를 쳐다보는 학생도 있지만 시험지를 들여다보는 것은 어림도 없다.

대학입시 시험 짜고 치른 절친 … 결과는?

북한에서 시험장 안에서의 컨닝은 이미 보편적 현상이 되었다. 손바닥이나 팔 안쪽 면에 깨알 같이 답을 써 가지고 들어가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앞이나 뒤의 학생과 짜고 공동으로 공유해 못 다 쓴 문제의 답을 베끼기도 한다.

같은 줄에 앉은 학생들과 다음 옆줄에 앉은 학생들의 받은 시험문제가 서로 다른 만큼 옆 줄 학생의 시험지를 들여다 볼 필요는 없다. 그러나 뒤나 앞에 앉은 학생들은 같은 문제를 풀기에 어떻게 하나 넘보려고 무진 애를 쓴다. 그래도 감시하는 눈길이 있어 그건 불가능하다. 부정행위가 적발되는 경우 즉시 시험장에서 퇴장을 당하기 때문이다.

받은 문제를 풀 자신이 없어 A학생은 아까부터 옆줄에 앉은 B학생의 눈치를 본다. B학생이 앉은 줄의 문제는 그가 충분히 풀어낼 수 있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A학생이 눈짓하자 B학생은 히죽 웃으며 그리하라고 고개를 끄덕거린다. 결국 A학생은 B학생 줄의 문제를 풀고 B학생은 A학생 줄의 문제를 푼 다음 시험지의 이름을 바꿔 써서 맨 마지막 쯤에 시험지를 바쳤다.

절친한 친구였던 두 학생은 그렇게 공유하며 입학시험을 치렀다. 사실 B학생으로 말하면 공부를 잘해 어떤 문제이든지 자신이 있었지만 A학생의 경우는 달랐다. 시험이 끝난 후 A학생은 너무 고마워 B학생에게 고맙다고 거듭 사례했다.

그렇지만 두 학생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어떻게 알았는지 학교 측에서 즉시 두 학생을 불러 왜 시험문제를 바꿔 답을 적었느냐는 엄한 추궁을 했다. 두 학생은 할 말이 없었다. 실컷 욕을 얻어먹고 학교를 빠져나온 A학생은 B학생에게 미안하다고 진심으로 말했다. “괜히 나 때문에 너까지 대학에 붙지 못한 것”이라며 “이걸 어떻게 수습하냐.”며 울먹였다.

그런데 B학생의 반응이 의외였다. 그건 걱정 말라며 대학에 붙고 안 붙고는 시험지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하자 그런 게 있다며 결과를 지켜보자고 한다. 하도 당당한 모습이여서 A학생은 머리를 기웃하면서도 다소 안심은 되었다.

뭔가 머리를 스치는 것이 있어 A학생은 B학생의 얼굴을 다시 쳐다보았다. A학생의 부모는 그들이 사는 도시 기관에서 한 자리 하는 집 자손이다. 반면 B학생은 지위는 없으나 외화벌이기지에서 일하며 장사를 잘해 많은 돈을 벌고 있는 부모가 있다.

대학에 입학하냐 안하냐 하는 문제는 결국 부모의 지위와 관련되어 있는데 그러고 보면 A학생은 더더욱 B학생에게 미안했고 또 고마웠다. 가까운 친구라지만 불이익을 당하면서까지 자기를 위해 시험문제도 바꿔주고 그러한 부정이 들켜서도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는 그가 무척 돋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입학공고가 학교게시판에 붙었을 때 A학생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대학입학은 말이야, 돈 많이 내는 집 학생이 되는 거야”

자기의 이름은 없고 B학생의 이름만 버젓이 나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부정의 발단을 일으킨 것이 자신이었기에 다른 할 말은 없었지만 B학생도 같은 결함을 범하였기에 당연히 불합격이 될 줄 알았다. 그제야 입학은 시험지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던 B의 말이 생각돼 A학생은 즉시 B를 찾아갔다. 그는 오래 전부터 합격은 당상이라고 생각했던지 A의 말을 들으면서도 히죽히죽 웃기만 했다. B가 하는 말을 들으며 A학생은 놀라움으로 하여 벌어진 입을 다물 줄 몰랐다.

“대학입학은 말이야 학교에 돈을 많이 내는 집 학생이 되는 거야. 넌 입학은 시험지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내 말을 듣고 안심했지? 너희 아버지가 간부라 해서 무작정 봐주던 때는 이미 지나갔다고.”

이지명 / 망명작가펜(PEN)문학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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