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선의 NK 애니공작소 | ‘선군원호(先軍援護)’ 아동영화 파고들다 2014년 12월호
전영선의 NK 애니공작소 21 | 〈초동이와 아버지〉
‘선군원호(先軍援護)’ 아동영화 파고들다
조선4·26아동영화촬영소에서 2005년 제작한 <초동이와 아버지>는 ‘선군원호’를 반영한 아동영화로 선군시대 인민의 역할을 주제로 하였다는 것이 특징이다. 북한 아동영화는 주로 과학지식이나 생활 교훈을 주제로 한다는 불문율이 있었다.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동지께서 아동영화창작 기본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운 수학, 물리, 화학, 생물과 같은 자연과학 지식을 공고히 하는 데 필요한 지적교양 주제의 작품을 많이 만드는 것이라고 가르쳐주시었다.”라고 북한 <조선예술>에 나온 것처럼 지식과 교양이 우선한 것이다.
아동영화 단골주제 지적교양 불문율 깨뜨리다
물론 정치적 주제의 아동영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달나라 만리경> 같이 남북으로 나누어진 ‘밝은 아침의 나라’를 통해 남북을 비교하는 아동영화도 있었고, 북한 사회의 주요 업적인 ‘광명성제염소’나 ‘미루벌 개간’을 소재로 한 ‘황새박사’ 아동영화 시리즈도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아동영화의 중심은 ‘령리한 너구리’ 시리즈로 대표되는 과학주제 아동영화였다. 아동들에게 혁명가로서 필요한 사상성보다 기초지식을 배우게 하고, 도덕교양을 통해 ‘주체가 바로 선 인간’으로 키워내는 데 중점을 두었다.
현실에서 과학원리 활용방법을 보여주며 배워야 함을 일깨워주었고, 약하지만 힘을 모으고 지혜를 발휘하면 강한 적과 맞서 싸울 수 있다는 것을 교양하였다. 혁명적 세계관을 심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군이나 실리사회주의 같은 현실정치 문제와는 거리를 두었다. 아이들의 지적발달 수준이 높지 않고, 혁명의 복잡한 내용을 아동영화 같이 제한된 수단으로 보여주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본 것이다.
옛날 어느 마을에 초동이라는 어린 아이가 있었다. 초동이는 왜적의 침략으로 인해 엄마를 잃었고, 아버지 또한 왜적과 싸우다가 병이 들었다. 효성이 지극한 초동이는 약초를 캐며 정성으로 아버지를 모셨다.
어느 날 초동이는 아버지께 구해드릴 약초를 구하러 갔다가 덫에 걸린 아기 사슴을 구해줬다. 그 보답으로 아기 사슴은 초동이를 데리고 산삼밭으로 데려갔다. 초동이는 산삼을 보고는 아버지 병을 고치게 되었다면서 기뻐했다. 하지만 몸이 너무나 쇠약해진 아버지를 위해 붕어로 먼저 기력을 회복하시게 하고, 산삼을 사용하기로 했다. 초동이는 붕어를 잡으러 가는 도중, 마을로 쳐들어 온 왜적과 싸우다가 큰 부상을 입은 무쇠장수를 만났다.
초동이로부터 무쇠장수가 다쳤다는 말을 들은 아버지는 초동이가 캐온 산삼을 무쇠장수에게 줬다. 초동이는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아버지가 야속했다. 초동이 아버지는 엄마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생각해보라고 했다. 초동이는 마을로 쳐들어 온 왜적과 싸우다 엄마가 목숨을 잃고, 초동이와 초동이 아버지가 위기에 처했을 때 무쇠장수가 나타나 구해주었던 것이 기억났다. 그러자 아버지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초동이의 산삼 덕분에 무쇠장수는 의식을 찾았으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아 왜적과 싸울 수는 없었다. 초동이는 “백설봉에 있는 석황이 있으면 상처가 금방 아물게 된다.”는 말을 들었다. 백설봉의 석황은 신비한 도끼로만 꺼낼 수 있었다. 한편 석황을 찾아 백설봉에 오른 초동이는 승냥이 무리에게 위협받는 사슴 가족을 마주하게 됐다. 초동이는 절벽으로 승냥이 떼를 유인하여 사슴 가족을 위험에서 구해주었다.
초동이는 다시 백설봉에 올라 도끼로 석황을 캐보려 했지만 바위는 꿈쩍도 안했다. 초동이를 보고 있던 어미 사슴은 초동이를 위해 동굴에서 신비한 도끼를 찾아다 주었다. 결국 초동이는 사슴이 준 도끼로 석황을 캘 수 있었다. 석황을 손에 넣게 된 초동이는 무쇠장수에게 석황을 전했고, 무쇠장수는 다시 일어나 왜적을 물리쳤다. 초동이 아버지도 무쇠장수가 구해준 약으로 완쾌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 무쇠장수를 보며 초동이는 군사를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결심하게 된다.
‘군사를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하겠어’
‘선군원호’는 북한 선군시대에 군인과 인민의 관계를 규정하는 표어이다. 인민은 군대를 먼저 생각해 군대를 도와야 하고, 군대는 인민을 위해 적을 물리쳐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초동이와 아버지>에서 아버지를 위하는 초동이의 지극한 효성은 곧 군대를 위한 헌신으로 전환된다. 이에 대한 선군의 응답으로 무쇠장수를 비롯한 병사들이 초동이 아버지의 병을 고칠 수 있게 돕는다는 설정에서 군과 인민의 관계를 민족의 전통으로 인식하게 된다. 아동교양에서 선군원호가 본격화된 것이다.
전영선 /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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