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5년 6월 2일

장용훈의 취재수첩 | 현영철 숙청, 김정은식 공포정치 어디로? 2015년 6월호

장용훈의 취재수첩

현영철 숙청 … 김정은식 공포정치 어디로?

 

“북한 군부 2인자 현영철이 고사총으로 총살됐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5월 13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현안보고를 통해 우리 국방부 장관에 해당되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4월 30일경 반역죄로 공개 처형됐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현 무력부장은 군 서열 1위인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다음으로 꼽히는 군부 실력자로 재작년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처형 이후 숙청 인사 중 최고위급 인사인 셈이다.

그는 17세 때인 1966년 군에 입대해 50여 년간 인민군에서 잔뼈가 굵었다. 2006년부터는 백두산 서쪽 북·중 국경지대를 담당하는 제8군단장으로 복무하다 2010년 9월 인민군 대장에 올랐다. 이후 2년 만인 2012년 7월에는 당시 김정은 제1위원장 체제에서 군부 1인자로 통하던 리영호가 전격 해임되면서 그 자리를 물려받아 군 총참모장 겸 차수로 초고속 승진했다.

그러나 승진의 영광을 채 누리기도 전인 같은 해 10월 다시 대장으로 강등됐으며, 2013년 5월에는 총참모장 자리마저도 김격식에게 양보하고 물러나 추락 가도를 걸었다. 총참모장에서 물러난 현영철 부장은 계급도 상장으로 강등된 채 강원도 최전방 중부전선을 담당하는 제5군단 사령관으로 물러나 변방에서 굴욕의 세월을 보냈다. 그러나 그는 1년여 만인 지난해 6월 인민무력부장으로 임명되며 화려하게 군부 요직으로 복귀했고, 3개월 후에는 북한 최고 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 위원 자리에도 진입했다.

이런 현 무력부장이 4월 24~25일 열린 ‘군 일꾼대회’에서 김 제1위원장의 연설 중 조는 모습이 적발되고 지시에 대꾸하고 불이행했으며, 김 제1위원장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등 ‘유일영도 10대 원칙’을 어긴 것이 ‘불경’, ‘불충’으로 지적돼 ‘반역죄’로 처형됐다고 국정원은 보고했다. 그는 이 같은 지적이 나온 지 2~3일 만에 평양 순안구역 소재 강건군관학교에서 수백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우리의 벌컨포와 유사한 대공화기인 고사포로 공개처형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지난 6개월간 마원춘 국방위 설계국장, 변인선 총참모부 작전국장, 한광상 당 재정경리부장 등 김 위원장의 측근들도 숙청됐다고 국정원은 보고했다.

국정원 “현영철, ‘반역죄’로 공개처형 당해”

현 무력부장의 숙청이 최근 러시아 방문과 관련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는 4월 13~20일 제4차 국제안보회의 참석차 모스크바를 방문, 김정은 제1위원장의 러시아 제2차 대전 전승절 행사 참석에 앞서 사전 정지작업을 위해 방문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국정원의 이 같은 보고는 곧장 모든 언론에 대서특필 됐다. 하지만 의문점이 제기되면서 일각에서는 과연 현영철의 처형이 사실이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5월 19일 방영한 새 기록영화에서 처형됐다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의 모습을 삭제하지 않았다. <조선중앙TV>는 이날 오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집권 후 각종 시찰이나 행사에서 찍은 기념사진을 다룬 새 기록영화 ‘행복의 기념사진’을 방영하며 김정은을 수행하는 현 부장과 변 국장의 모습을 그대로 내보냈다. 이 방송은 구체적인 기록영화 제작 일자를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올해 만든 것이라고만 밝혔다. 이 기록영화에는 지난해 12월 김정은 제1위원장이 모범군인 가족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현장에서 한 소년을 안고 있는 김정은 모습 뒤로 수행 나온 현영철 부장이 박수를 치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 이에 앞서 5월 5~12일과 14일 등에 방영된 기록영화 재방송에서도 현 부장의 모습은 지속적으로 등장했다.

북한은 2013년 처형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처형 발표 5일 전부터 매체에 등장시키지 않고, 2012년 해임된 리영호 군 총참모장은 해임 발표 6일 후 모든 매체에서 삭제하는 등 숙청된 간부들에 대해서는 발 빠른 ‘삭제’ 작업을 해왔다. 특히 국정원이 밝힌 반역죄가 맞다면 북한의 관행상 모든 기록물에서 모습이 삭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전히 의문이 남지만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의 처형이 사실이라면 지도부에 공포심을 불어넣어 지도력을 강화하려는 김 제1위원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로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집권 4년차를 맞지만 국정운영을 실질적으로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결국 김 제1위원장은 여전히 김정일 체제에서 성장한 권력집단과 시스템에 의존해 정권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김정은 제1위원장은 핵심간부에 대한 불신이 심화되면서 숙청과 총살이라는 충격요법을 남발하고 간부들에 대한 집중감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간부들에 대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사소한 것이라도 잡히면 처벌하고 나아가 처형하는 폭압정치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공포정치가 강화되면서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에 대한 김정은의 신임도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신임 커진 듯

이 같은 정치행보는 부친 김정일 위원장의 측근 관리와 비교된다. 김 위원장은 일반 서민이나 중간 간부보다는 권력 핵심에 측근들을 두고 이들에 대한 무한 애정과 신임으로 정권을 유지했다. 설사 간부들이 잘못을 했다고 해도 혁명화 등 지방에 머무르게 하는 방식의 처벌을 한 뒤 다시 권력 일선에 복귀시켜 더욱 충성하도록 만들었다.

이런 공포정치가 체제 불안정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북한 주민도 권력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있는 만큼 이들의 숙청에 오히려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국내외의 정치에서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부정부패 척결을 내세워 지도층을 압박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김정은 체제에 대한 북한 간부들의 충성심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장용훈 / <연합뉴스> 북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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