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 진짜 마음대로 먹어도 돼? 2015년 6월호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71
진짜 마음대로 먹어도 돼?
남한에 흔한 뷔페식당을 북한에 있을 땐 보지 못했다. 북한은 식당이 다양하지 못하다. 먹을 것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북한에 그런 식당이 있을 리 없다. 뷔페식 음식이 고위급 간부들만 이용하는 전용식당에 있는지는 모르겠다. 북한 실정에서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뷔페식당이 개업한다면 그날로 망하지 않을까. 가격을 얼마로 정하면 유지될지 타산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너무 가격이 높으면 손님이 오지 않을 것이고 낮으면 내는 돈보다 먹는 것이 몇 갑절 될 것이다. 음식을 마음대로 퍼다 먹는 식당이 있다면 아마 식당 재고가 금방 바닥날 수 있다.
음식을 배터지도록 먹고만 가는 것이 아니라 몰래 감춰 가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면 감시 인력을 늘려야 한다. 그만한 인건비를 감당하겠는가.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면 될 것 같지만 북한 사람들이 그걸 피하지 못할까. 삼엄한 국경경비도 뚫고 밀수를 하는 사람들에게 그런 것쯤이야. 시장 상인들이 물건들을 끈으로 전부 연결해 발목에 걸고 있어도 귀신같이 훔쳐간다. 주머니에 든 지갑은 물론, 스타킹에 돈을 넣어 배에 묶어도 어떻게 알고 면도칼로 살짝 베어간다. 이런 실정에 뷔페식당은 가당치도 않다. 북한에 뷔페식당이 많이 생기려면 먹는 문제가 기본적으로 풀린 다음에나 가능하리라 본다.
‘부패식당? 썩은 식당?’
남한에서 뷔페식당에 처음 갔을 때 어리둥절했다. 북한에서 먼저 온 선배를 따라 갔었는데 일단 ‘뷔페’가 무슨 뜻인지도 몰랐다. 선배는 ‘뷔페’라고 발음하지 않고 그냥 ‘부페’라고 하여 처음엔 ‘부패’라고 알아들었다. 나는 “부패식당? 별난 곳이 다 있네. 좋은 식당이라는 의미를 일부러 해학적으로 이름 지어 손님들을 끌자는 역발상인가?” 하고 제멋대로 판단했다. 탈북과정에 중국 연변 조선족자치주에서 그런 경우를 봤기 때문이다.
은신처 주변에 이발소가 있었다. 그런데 간판이 “제일 머리 못 깎는 집”으로 되어 있었다. 머리 못 깎는 집이라면 손님이 없어야 맞다. 하지만 손님이 늘 가득했다. 그래서 ‘아, 저렇게 재미있게 이름 지으면 사람들이 기억하기 쉽고 오히려 호기심이 동해 더 찾아가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하나원(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 과정을 마치고 거주지로 올 때도 차창 밖에 ‘막 퍼주는 집’이라는 식당 간판이 보였다. 한번은 ‘어디 가서 만원에 배부르겠소!’란 식당도 만났다. 그래서 뷔페식당도 그런 발상으로 이름 지어 ‘부패(썩은)식당’이겠지 하고 지레 짐작했다.
하지만 지나치다는 느낌이 들었다. 먹을 것을 가지고 부패식당이라니, 이를테면 식자재가 너무 싱싱하다는 소개를 거꾸로 하는 것 같은데 비위가 나쁜 사람은 간판만 보고도 구역질이 나서 들어갈까, 머리를 가로저었다. 이날 처음 뷔페식당에 들어갔는데 어리둥절해졌다. 서빙이 없고 본인이 골라서 먹을 만큼 담아다 먹으면 된다는 거였다. ‘세상에 이런 곳이 다 있구나’ 하고 그릇에 담는데 괜히 눈치가 보였다. 많이 담으면 그만큼 돈을 더 내야 하지 않나 생각됐다. 그래서 남들이 얼마나 담는지 곁눈질을 해가면서 퍼 담았다. 고기뷔페였는데 여러 가지 고기가 있었다. 맛있어서 얼른 먹어치웠다.
선배가 좀 더 갖다 먹으라고 했다. 하지만 선배가 계산을 할텐데 어떻게 염치없이 더 먹나 하고 느끼해서 더 못 먹겠다고 거짓말을 했다. 감시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아도 특수 장비로 누가 얼마나 먹는지 다 살펴보고 나중에 계산하는 줄 알았다.
‘어떻게 염치없이 더 먹나…’
식당에 들어갈 때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선배가 그 사이 선불한 줄 몰랐다. 식사를 끝내고 나오는데 선배가 돈을 낼 기미도 없이 나가려 했다. 뭔가 이상했지만 상황파악이 안 돼 그냥 따라 나와 밖에서 “형, 근데 이렇게 돈 안내고 도망가도 되나?” 하고 물었다. 선배는 “도망가다니? 무슨 소리야. 아까 돈 다 냈는데.” 하더니 “아, 여긴 먼저 돈부터 내고 먹는 곳이야.” 하며 뷔페식당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나는 민망해하고 선배는 재미있어 낄낄 웃었다. 남한에 와서 지내보니 뷔페식당이 정말 많다. 회사 식당도 뷔페식인 곳이 있었고 호텔식당도 뷔페식이었다. 학교도, 군부대 식당도 뷔페식으로 본인이 원하는 만큼 떠다 먹고 있었다.
뷔페식당을 알고 나서 북한에서 소련에 자주 출장 다니던 친척이 하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소련엔 저절로 요리를 골라먹는 식당이 많다고 했다. 식당에 들어가면 갖가지 요리가 즐비한데 본인이 알아서 먹고 싶은 것을 먹는다고 해서 ‘소련은 참 신기한 나라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런 신기한 식당을 대한민국에서 어느 때건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꿈같다. 하루 빨리 북한도 개혁·개방을 하고 경제발전을 이루어 남한처럼 되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매일매일 끼니조차 잇기 어려운 북한 주민들도 취향에 맞는 다양한 식당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날이 오기는 올까.
도명학 / 자유통일문화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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