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와 함께, 자연과 함께! | 나선 철새보호구역 현장에 가보니… 2015년 7월호
새와 함께, 자연과 함께! 3
나선 철새보호구역 현장에 가보니…
나선 경제특구 지역은 한반도의 북동쪽 끝자락, 중국과 러시아의 국경에 위치해 있다. 특구의 서쪽엔 넓은 논과 듬성듬성 숲으로 덮인 언덕이 있고 동해와 두만강이 접하고 있는 동쪽 국경지역에는 나선 철새보호구역이 있다. 지도에 명확하게 나와 있지는 않지만 나선 철새보호구역은 3,200ha에 이르는 낮은 언덕, 논, 농장과 함께 고성군 화진포 담수 습지보다 규모상 10배가 큰 담수호가 있다. 나선 철새보호구역은 생태학적으로 두만강을 따라 훨씬 더 넓은 영역까지 펼쳐진다. 두만강 상류 20km는 중국의 산림 지역으로 시베리아 호랑이를 보호하고자 관리되는 곳이다. 나선에서 두만강을 건너자마자 만날 수 있는 러시아 쪽 범람원은 카잔스키자연공원에 속해있다. 나선 철새보호구역은 두만강 하류로 내려가면 어선단이 오가고 바닷새들이 번식하고 있는 작은 섬을 지닌 동해의 풍부한 해양 환경과도 연결되어 있다.
나선 철새보호구역은 철새의 생존환경을 위해 오랫동안 중요한 사례로 주목받아 왔지만 실제로 최근 수십년간 공식적인 조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이에 2014년 3월 말 한스자이델재단과 한국, 중국, 러시아 전문가들이 동북아시아 환경협력 계획과 연계하여 나선 지역을 방문하였다. 철새 서식지 보호와 생태관광에 관한 워크숍을 개최한 것과 더불어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보호지역 내 조류와 서식지 관련 조사를 수행하기도 했다.
5일 동안 조사가 이어졌고 그 결과 9종의 국제적 멸종위기종과 준위협종을 포함하여 110여 종의 조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생태관광객들의 발길을 끌 수 있는 특색을 파악한 것 이외에도 이 보호구역이 정부 간 협정인 람사르 보호조약에서 정의한 국제적인 주요 밀집을 보이는 물새 서식지임을 확인하였다. 호수의 두 군데에서 각각 2만 마리 이상(2만 마리는 람사르에서 정한 대표적인 평가기준)의 물새를 발견하였고, 적어도 4종의 조류는 지구 개체군의 1% 이상에 해당하는 국제적인 주요 밀집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하였다.
우리가 발견한 종의 약 90%는 철새로, 단지 꿩(Common Pheasant)과 같은 몇 종만이 연중 한 곳에 남아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나선에서 우리가 발견한 많은 수의 위기종과 이동성 물새류는 나선에서의 보호활동이 동아시아 전역에 걸친 조류 보전에 중요성을 지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나선 철새보호구역, 철새들의 국제적 허브 지역
이 지역이 야생 조류와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대단히 중요한 곳이라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다양한 서식지 형태를 지니고 광활한 곳이기에 많은 다른 생물종에게 유리한 생존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습지 역시 많은 물새가 관찰되는 것으로 보아 생산성 역시 상당히 높다고 볼 수 있다. 호수를 둘러싼 많은 토지가 주민들에 의해 경작지로 활용되고 있지만 실제 생태적 교란 정도는 다른 동아시아의 습지보다 오히려 훨씬 낮았다. 게다가 나선 철새보호구역은 동북아에서 비교적 큰 하천으로 꼽히는 두만강 부근에 자리 잡고 있다.
짧은 조사기간 동안 우리는 해안선과 중국, 러시아 쪽 번식지를 향해 강까지 북쪽으로 이동하는 많은 오리와 다른 조류종을 관찰할 수 있었다. 지리적 위치를 보면 저 멀리 중국 남서부나 한국과 일본의 남쪽까지 이동해서 겨울을 보내는 새들이 주로 이용하는 보호지역으로 볼 수 있다. 이른바 철새를 위한 국제적인 허브 지역으로 기능하는 셈이다.
한겨울에 나선은 엄청나게 춥고, 습지는 꽁꽁 얼어붙어 많은 새들은 남쪽인 한국을 향해 이동한다. 3월에 많은 새들이 하나씩 북으로 이동하는 것을 보았는데 재두루미(White-naped Crane)를 비롯한 조류들은 한국에서 일찌감치 겨울을 보내고 떠나는 듯 보였다. 조사기간 중 발견한 종 중에서 3종의 조류는 북한에서 기록되지 않은 종이었지만 110종은 이전에 한국에서 발견된 종이었다. 이미 발견된 종을 나선에서 다시 발견했다는 점에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있다. 물론 향후 연구자들이 더 많은 종을 이곳에서 찾아 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훨씬 더 중요한 의미인 것은 모든 조류에게 한반도는 여전히 ‘하나의 생명권’이라는 점이다.
나일 무어스 / <새와 생명의 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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