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5년 7월 2일 0

알쏭달쏭 겨레말 | 영화는 극장에서 못 본다고? 2015년 7월호

알쏭달쏭 겨레말

영화는 극장에서 못 본다고?

 

지금은 동네 곳곳에 있는 것이 극장이지만 1990년대에만 해도 극장은 종로에 몰려 있었다. 내가 처음 가본 극장은 어린이회관에 있던 무지개극장이었다. 여기서는 방학 때만 되면 김청기 감독이 제작한 만화영화를 상영했다. 그리고 선물로 영화의 포스터가 들어간 책받침을 주었고, 개학하면 그것은 자랑거리가 되었다.

서울 종로에는 서울극장, 피카디리극장, 단성사가 있었다. 단성사는 지금도 깰 수 없는 기록을 가지고 있다. 단성사 단독 상영으로 100만의 흥행을 기록한 서편제의 상영이 그것이다. 지금은 한 영화를 여러 극장에서 상영하고 있으니 결코 깰 수 없는 기록인 것은 분명하다. 이런 기록을 갖고 있는 단성사마저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아무튼 내 추억 속의 극장은 이랬다.

오늘 하려는 이야기는 내 추억 속의 극장이 아니라 그냥 ‘극장’이다. 남쪽 사람들에게 극장하면 영화를 상영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남쪽에서는 영화 상영이나 연극, 뮤지컬, 음악, 무용 등을 공연하는 곳을 통틀어 극장이라고 한다. 그런데 북쪽은 극장의 의미가 남쪽과 좀 다르다. 남쪽과 달리 좁은 범위에서 극장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왼쪽의 남쪽과 북쪽 사전의 풀이만을 보면 그다지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풀이를 자세히 보면 남쪽의 사전에는 ‘영화 상영’이라는 풀이가 있는 반면 북쪽에는 ‘영화’를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이 차이는 남쪽과 북쪽의 사전에서 든 예구를 보면 더욱 도드라진다. 남쪽은 예구로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가다’를 들었고 북쪽은 ‘극장과 영화관’을 들었다. 즉 북쪽은 ‘극장’과 ‘영화관’을 구분하여 쓰고 있다는 것이다. 아래에 있는 북쪽 용례를 살펴보면 더 확실해진다.

남쪽은 영화를 상영하는 곳으로 ‘극장’과 ‘영화관’ 모두를 쓰는데 반해, 북쪽은 ‘영화관’만 쓴다. 북쪽에서의 극장은 오로지 ‘연극, 음악, 춤’ 등을 공연하는 곳만을 의미한다. 이런 ‘극장’에서 보이는 남과 북의 차이를 모른 상태에서 북에 간 사람이 영화가 보고 싶어 ‘극장에 가고 싶다’고 한다면 북쪽 안내자는 친절하게 이렇게 물을 것이다.

“연극입니까, 음악입니까, 아니면 무용을 보고 싶습니까?”

<표준국어대사전> 연극이나 음악, 무용 따위를 공연하거나 영화를 상영하기 위해 무대와 객석 등을 설치한 건물이나 시설. |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가다.

<조선말대사전> 가극, 연극을 비롯한 예술 공연과 관람을 위한 시설과 설비들을 갖춘 건물 | {극장과} 영화관

⊙ 오늘은 이 {극장에서} 한 겨레의 피줄을 이은, 그토록 환상으로만 그려오던 북조선 예술인들의 음악과 무용을 감상하게 되는 것이다! <서정호 : 첫공연>

⊙ 공공연한 모임은 허락되지 않고 영화 감상회쯤이면 괜찮다기에 밤 상영이 끝난 {영화관을} 빌리려 쏘련 천연색 영화를 구경하려고 부락 동포들이 모였었다. <김달수 : 손령감>

김완서 /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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