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 동북아 전략적 요충지, 나진의 미래는? 2015년 7월호
포커스
동북아 전략적 요충지, 나진의 미래는?
나진은 북한, 중국, 러시아를 육상으로 잇고, 해상으로는 남한, 일본과 연결된다. 때문에 나진은 군사적, 경제적 요충지로서 각광받는 지역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일본과 소련의 군사전략기지로 역할하기도 했다. 러·일전쟁 기간 중 일본은 전략적 항만으로 나진을 선택했다. 1945년 소련군은 나진을 통해 청진을 점령하였으며 이후 병참기지로 활용하였다.
나진이 다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1992년 유엔개발계획(UNDP)의 두만강개발계획으로 다자간 협력체제 개발이 추진되면서부터다. 1996년 북한은 나진항을 북한 동해지역의 국제적 거점항만으로 개발한다는 내용을 발표하였다. 2011년에는 북·중 간 나선경제무역지역의 공동개발 및 공동운영에 합의하였으며 정체되었던 북·러 간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재개되었다.
한편 2013년 한·러 정상회담 합의문에 교통·물류·인프라 협력안이 포함되면서 나진-하산 철도복구 및 나진항 제3호부두 현대화 사업에 포스코, 현대상선, 한국철도공사가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경제적·정치적 이유로 개발에 부침을 거듭하던 나진 지역이 최근에는 중국과 러시아의 경쟁, 박근혜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전략으로 새롭게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나진-하산 프로젝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실현 키포인트
지난 5월에 개최된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서울 사장단회의 및 제10차 국제철도물류회의는 ‘서울선언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 선언에는 남북철도 연결과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 실현을 구체화하기 위한 지지 내용이 담겼다. OSJD는 러시아, 중국, 북한을 포함하여 동유럽, 중앙아시아 28개국이 참여하는 철도협력기구다. 남한은 정식 회원국으로 참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재 북한의 반대로 ‘제휴회원’ 가입에 그친 상태다. 이처럼 철도공사가 OSJD 참여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까닭은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박근혜 정부가 추구하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중국횡단철도(TCR), 한반도종단철도(TKR)의 연결사업,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주요 사업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의지는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5·24 대북제재 조치의 예외로 인정한 것에서도 나타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민간 부문의 경제적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한 관련 시범사업이 작년과 올해 두 차례 진행되었다. 이는 2008년 러시아와 북한이 7대3 비율로 출자한 합작기업, ‘라손콘트란스’의 러시아 측 지분을 49% 매입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러시아 극동항만해양기술연구소는 나진항을 활용한 새 항로를 이용할 경우 한국까지 수송기간이 3~5일 단축, 수송비용이 10~15% 절감될 것으로 예측하였다.
우선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정치적 불확실성이다. 나진-하산 프로젝트 컨소시엄에 현대상선이 참여하고 있음에도 시범운송에는 중국의 화물선이 이용되고 있어 5·24 조치 등 정치적 난관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러한 정치적 난관은 남북관계뿐만 아니라 북핵문제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국제사회의 경제제재와도 무관하지 않다.
또한 북한 국내적 요인에 의해서도 정치적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북한과 중국은 지속적으로 나진지역에 대한 협력관계를 진전시켜 왔다. 2011년 6월 북한과 중국은 나선경제무역지역의 공동개발 및 공동운영에 합의하고 중국 상무부, 북한 무역성이 정부 간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를 바탕으로 경제구개발협력연합지도위원회도 구성하였다. 원정-나진항 간 도로 현대화 사업도 2012년 10월 완성되었다. 그러나 나선경제무역지대의 사실상의 북한 책임자였던 장성택이 처형됨으로써 일정 기간 조정국면에 들어갔다. 정치적 요인이 경제적 협력관계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높은 잠재력에도 개발 정체… 관건은 북한의 정치적 결단
이와 관련하여 김정은 정권이 내세우는 핵·경제 병진노선은 정치적 불확실성의 또 다른 요인이 되고 있다. 과연 북한이 국제사회로의 개방을 통한 경제개발에 의지가 있는지 묻는다면 긍정적 답변이 어려운 상황이다. 더욱이 최근 김정은의 방러 추진이 철회된 사연을 들여다보면 북한에 대해 러시아의 추가 핵실험 자제 등 정치적 불확실성 제거 요구가 있었으나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나진 지역 개발은 경제적으로 높은 잠재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불확실성 요인에 의해 정체된 상황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경쟁적 참여와 남한의 참여의지는 강한 데 반해 북한의 개방의지는 의문에 놓여 있다. 결국 나진의 청사진은 북한의 정치적 결단에 달려있다.
신대진 / 평화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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