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5년 7월 2일

특집 | 중국과 미·일 대립 가속화 … ‘아태책략’ 지혜 발휘할 때 2015년 7월호

특집 | 중국 강군의 꿈, 방어에서 공격으로?

중국과 미·일 대립 가속화 … ‘아태책략’ 지혜 발휘할 때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군사적 부상은 또 다른 중요한 행위자, 즉 미국과 일본의 입장에서는 결코 편안하게만 받아들일 수는 없는 사안이다. 경제적인 상호의존성으로 인해 미국과 중국, 일본 어느 쪽도 극단적 대립을 원하지는 않겠지만 자칫 기 싸움에서 눌릴 경우 상대방에 대한 전략적 레버리지를 상실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2014년의 ‘4년 주기 국방검토 보고서(Quadrennial Defense Review, QDR)’를 통해 이러한 복잡 미묘한 인식을 이미 암시한 바 있다. 미국은 미래의 전략적 불안정 요인의 하나로 “군사적 의도·능력과 관련된 중국 지도부의 투명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중국의 군사력 현대화가 급속하고 포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꼽았다. 또한 미래에 중국과 같은 국가들이 미국의 전력투사력을 제약하기 위한 다양한 수단들을 채택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하였다.

물론 이 보고서의 다른 부분에서는 중국과의 전략적 접근 필요성을 언급하기는 하였지만 미국의 입장에서는 중국의 군사적 부상이 세계적 차원, 특히 아·태 지역에서 미군의 운신 폭을 심각하게 제약하는 상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중국이 추구하는 ‘조화세계’는 사실 다른 용어로는 ‘반(反)패권’이며 이는 사실상 아·태 지역에서 미국을 전략적으로 고립시키거나 배제하겠다는 의도로도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8일 베이징의 중국 국방부에서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왼쪽)과 창완취안(常万全) 중국 국방부장이 회동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앞서 일본 방문 중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분쟁 등 중국의 힘에 의한 현상변경 시도에 반대 의사를 밝혔던 헤이글 장관은 이날도 일방적으로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할 권한이 없다며 중국을 비판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4월 8일 베이징의 중국 국방부에서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왼쪽)과 창완취안(常万全) 중국 국방부장이 회동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앞서 일본 방문 중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분쟁 등 중국의 힘에 의한 현상변경 시도에 반대 의사를 밝혔던 헤이글 장관은 이날도 일방적으로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할 권한이 없다며 중국을 비판했다. ⓒ연합뉴스

미·일 대외전략, 중국 견제 위한 강한 공통분모 지녀

그러나 미국의 입장에서는 공식적으로 중국과의 군사적 경쟁을 전개하기에도 여건이 마땅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2000년대 초반 이후 미국의 발목을 잡아온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 중·근동 지역에서의 주둔이 종료되었지만 여전히 이 지역의 불안정성은 지속되고 있다. 불안정 관리의 면에서 그 범위는 북아프리카 지역으로까지 확대되었으며, 오히려 IS와 같은 극단주의 테러 세력들에 대응하는 새로운 군사작전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미국 국내 경제의 활성화 필요성을 생각할 때 과거와 같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압도적인 국방비 격차를 계속 유지하기도 힘겨운 것이 사실이다. 오바마 행정부 2기에 들어서 본격 표방된 아시아 재균형 정책은 바로 이러한 딜레마를 반영한 것이며 동시에 일본·한국 등 역내 파트너 및 동맹국들의 부담 분담과 기여의 확대가 없이는 원활한 추진이 불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미국이 아·태 지역에 있어 중국의 견제수단으로 상정하고 있는 국가는 일본이라고 할 수 있다. 2012년 12월 재출범 이후 ‘보통국가화’를 기치로 내걸면서 지역 내 영향력의 확보를 모색해 온 아베의 접근은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과는 강한 공통분모를 지닐 수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놓고 중국과 오랜 영유권 분쟁을 경험해 온 일본의 입장에서 미국의 이러한 대응은 자신들의 군사력 강화의 정당성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일종의 기회로 활용될 수 있다. 실제로 아베 정권 등장 이후 발행된 일본 방위백서는 역내의 외교·경제적 강국을 넘어 군사적 강국으로 떠오른 중국에 대한 경계감을 강조하고 있으며 비록 2000년대 초반에 비하면 여전히 90~95% 수준이지만 일본의 국방비 역시 아베 정권 등장 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지난 4월 28일 워싱턴에서 발표한 미·일 공동비전선언에서 “무력 혹은 강압에 의존해 다른 국가의 주권과 영토적 통합성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려고 하는 국가적 행태”를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으로 언급한 것 역시 중국 견제용의 메시지를 일정 부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분위기는 6월에 들어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시설물을 둘러싼 미·중의 군사시위 및 외교적 성명전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다.

19세기식 ‘줄 서기’ 한계… 세계적 협력 의제 발전시켜야

군사적인 측면에까지 확대된 떠오르는 중국, 그리고 이에 대한 미·일의 적극적 견제는 사실 이제 한국에게도 더 이상 강 건너의 불로만 치부될 수는 없다. 결국 역내 군사강국들 간의 전략적 힘겨루기는 역내 군비경쟁의 가속화를 의미하며 비록 한국 역시 미래전에 대비한 역량강화를 꾸준히 모색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인 국력격차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우리의 제1교역국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 안보상으로 우리의 동맹인 미국, 또 여러 쟁점으로 인해 냉각기에 있지만 미래의 이익면에서는 협력이 절실한 일본 등 주요 국가와의 관계를 감안할 때 우리의 입장을 정립하기도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다.

이러한 추세는 이미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예견되어 오던 현상들이지만 과거가 가능성의 판단이나 막연한 우려 차원이었다면 이제는 현실적 과제로 부각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한국 역시 아·태 지역을 대상으로 한 강대국들 간 각축의 파급 영향권 안에 이미 들어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올해 초 종말단계고고도방어(THAAD, 사드) 체계 도입을 놓고 벌어졌던 미묘한 기싸움 역시 이의 연장선상에서 해석될 수 있다. 중국은 아·태 지역에서 미국의 주도적 영향력을 적극적으로 견제하는 대항마가 되겠다는 의지를 외교적인 차원을 넘어 군사적인 차원에서도 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중국의 입장에서 미·중 간에 혹시라도 직접적 갈등상황이 전개될 경우 자신들의 대응수단을 심각하게 제약할 수 있는 사드 체계가 아무리 북핵 대응용이라고 하더라도 달가울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가 유념해야 할 점은 바로 사드 국면에서 중국이 미국에 대해 직접적인 문제를 제기하기보다는 한국에 대해 직·간접적인 외교적 메시지를 던지는 방법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즉 중국은 지리적으로나 경제적인 측면에서 자신들과의 불편한 관계를 가급적 회피하려고 하는 한국의 심리를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나온 것이다. 그동안 중국의 행태에 미루어 향후에도 중국은 한·미동맹의 역할 및 임무와 관련하여 이것이 자신들에 대한 잠재적인 견제수단이라는 생각이 들 때에는 과거에 비해 보다 적극적으로 의사표명을 하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

반면 동맹 파트너의 입장에서 한반도를 넘어선 각종 정책에 있어서도 한국이 더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는 미국의 요구 역시 증대되고 있다. 미국이 한·일 간 역사 문제에 있어 양국의 협력적 조치를 은근히 중재하려 하는 것이라든지,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 행동과 관련하여 한국의 보다 분명한 의사표명을 요구한 것은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중국의 군사적 부상과 이에 대한 미국의 견제심리 발동은 한국의 입장에서는 훨씬 더 복잡한 외교적 방정식을 풀어나가야 함을 의미한다. 중요한 점은 어려운 선택일수록 우리의 생각과 이상은 더 창조적이고 기존 사고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19세기식의 ‘줄 서기’ 외교와 전략으로는 이들의 경쟁관계 속에 끊임없이 ‘연루’ 혹은 ‘방기’를 걱정할 뿐, 결코 전략적 카드를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세계화·정보화·민주화의 큰 트렌드 변화, 국가들 간의 국경이 점점 더 의미가 없어지고 정부만이 유일한 주요 행위자가 아닌 21세기의 흐름에는 오히려 퇴행적인 이들 강국 간의 경쟁구도에서 우리 나름의 중심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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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정책 투명성 높여 중·장기적 상호신뢰 강화해 나가야

따라서 한국은 이제 국경을 넘어 통용될 수 있는 언어 그리고 가치를 고민해야 하며, 지역적·세계적으로 협력을 촉진하는 의제를 적극 추진하는 한편,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발상들을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야 한다. 예를 들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같은 문제들에 있어서도 우리 나름의 해법과 입장을 정립할 필요가 있으며 지역·세계적 각종 이슈들에 있어 한국 브랜드의 대안을 발굴해 내야 한다. 이 중 일부는 전통적 한·미 관계 혹은 한·중 관계와는 맞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외교적 관계가 항상 좋을 수만은 없다. 때로는 이견이나 갈등적 사안을 조정해 나가는 것 역시 외교적 능력이다. 그런 면에서 미국 및 중국과 관련하여 각종 외교·안보 상 상이한 입장이 있을 때 이를 자신 있게 표명하고 협의할 일이 있으면 협의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 경우 당장은 해당 국가와의 관계가 불편해질 수는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정책적 투명성을 높임으로써 상호신뢰를 강화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의 접근, 즉 경쟁하는 국가들 사이에서 좌고우면 하면서 수시로 다른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순간을 관리하려는 전략은 결국 우리를 고립시키는 최악의 전략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은 ‘조선책략’의 편협한 범위를 넘어 ‘아·태 책략’, ‘인류 책략’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물론 군사적 능력과 같은 하드웨어 측면에서도 적정 자위력을 갖추어 나가야 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하겠지만 그보다 더 상위에서는 지역·세계를 조망하고 협력적 의제들을 발전시켜 나가는 전략 및 외교적 식견과 역량이 발휘되어야 할 때다.

차두현 / 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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