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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In | 그리스, 부분 개혁 선택 … ‘그렉시트’ 가능성 당분간 유보 2015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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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부분 개혁 선택 그렉시트가능성 당분간 유보

악화일로로 치닫던 그리스 위기가 다시금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채권단의 구제금융에 대한 조건을 두고 그리스의 치프라스 총리가 국민투표(7월 5일)라는 깜짝 카드를 통해 거부를 이끌어내면서 국제금융시장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이른바 ‘그렉시트(Grexit)’ 가능성을 어느 때보다 높게 전망하고 있었다. 그러나 열흘도 지나지 않아 그리스 정부가 제시한 새로운 개혁안이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극적으로 합의되고(7월 13일), 이후 그리스 의회가 개혁입법을 통과시키면서 그리스 리스크가 빠르게 개선된 것이다.

연금·조세·재정·민영화 개혁하고 구제금융·채무경감 받기로

그리스와 채권단 간 합의 내용에 따르면, 그동안 4대 핵심쟁점 사안이었던 연금제도 개혁(법적정년 67세로 연장), 조세개혁(법인세율 및 부가세율 인상), 민영화(500억 유로 규모의 국유자산매각 펀드), 재정지출 자동축소 등을 포함한 총 12개 개혁안 이행을 조건으로 그리스에 향후 3년간 최대 860억 유로의 구제금융과 채무경감(부채만기 연장)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결과적으로 그리스 정부가 국민투표를 실시한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만 가중된 채, 그리스 국민들은 국민투표 이전 채권단이 요구했던 개혁안보다 더욱 가혹한 긴축과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3차 구제금융을 받아야만 하는 그리스 경제상황은 과연 어떤가. 2010년 1,100억 유로와 2012년 1,300억 유로 등 두 차례에 걸친 구제금융에 따른 긴축과 경제개혁으로 그리스의 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2008년 14.4%→2014년 0.5%) 및 재정수지 적자(2009년 15.2%→2014년 3.3%)가

개선되고, 경제성장률 또한 2014년에는 6년 만의 플러스 성장을 달성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리스 국민들은 이를 체감하지 못했다. 그리스의 총 GDP 규모는 재정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약 33%(2008년 3,540억 달러→2014년 2,371억 달러) 감소하면서 그리스 국민들의 삶의 질도 자연히 저하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그리스의 실업률이 2014년 26.5%에 이르고, 청년실업률은 그 2배인 약 50% 수준에 이를 정도이니 우리로서도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런 불만이 결국 올해 1월에 치러진 총선에서 기존 양대 정당인 사회당과 신민당이 아닌 채권단에 대한 반대와 긴축반대의 목소리를 내던 치프라스가 이끄는 시리자가 정권을 잡는 단초가 되었다. 그리고 이런 채권단에 대한 그리스 국민들의 불만은 채권단의 중심에 있는 독일을 향했다. 독일은 유럽 재정위기 초기부터 ‘선(先)개혁 후(後)지원’의 원칙과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에 대한 이유로 그리스에 강경한 개혁요구를 한 반면, 그리스는 유럽통합 과정에서의 최대 수혜국이라 할 수 있는 독일이 위기 시에 동료국가를 경제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지난 7월 13일 그리스 정부가 제시한 개혁안이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합의됨으로써 글로벌 경제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그리스 사태’가 일단락됐다. 사진은 지난 2월 4일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집행위원회 위원장(우)과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벨기에 EU 본부에서 만난 모습

지난 7월 13일 그리스 정부가 제시한 개혁안이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합의됨으로써 글로벌 경제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그리스 사태’가 일단락됐다. 사진은 지난 2월 4일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집행위원회 위원장(우)과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벨기에 EU 본부에서 만난 모습

급한 불 껐으나 여전히 글로벌 경제 불안 요인

그러나 어떤 결과를 두고 어느 한쪽의 책임소재를 따지는 소모적인 논쟁은 자칫 그리스와 채권단 모두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게 할 수 있었다. 이런 점에서 그리스와 채권단(독일) 모두 이번 합의를 통해 대립이 아닌 협의의 장에 의견을 공유할 수 있게 된 것으로도 그리스 위기 해소를 위한 중요한 첫발을 내딛었다고 할 수 있다. 독일을 비롯한 채권단은 그리스에 대한 개혁요구와 함께 지원에도 적극적이어야 하며, 그리스는 그동안 미흡했던 국내 거버넌스에 대한 개혁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채권단의 입장에서는 유로존 역내불균형에 따른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그리스 위기와 같은 사례가 재현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구조적인 해결책 또는 정책조율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따라서 유럽재정위기 기간 중 EU의 제도와 정책이 독일화되고 있다는 일부 인사들과 전문가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일련의 제도적 정비가 이루어진 것은 환영할 일이다.

반면 그리스는 관광업, 해운업과 같은 경제충격에 취약한 경제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더욱이 높은 지하경제 비중과 과도한 규제, 비효율적인 조세행정, 사회적 부패 및 법률 시스템의 취약성 등 사회의 근간을 이루고 중심이 되어야 하는 사회체계 및 제도를 원점에서 개혁해야 한다. 분명 이런 사회적·경제적 체질개선은 단기간에 달성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나, 더 이상 미룰 수도 없는 사안이다. 3차 구제금융 협상 개시 조건에 일련의 공공행정 개혁과 반부패 정책 강화의 내용이 포함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일례로 몇 년 전 그리스의 가계지출에 대한 분석에서 국가가 의료비를 전액 지원함에도 불구하고 가계지출에서 의료비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흥미로운 그러나 다소 모순적인 내용의 연구가 있었다. 국가가 의료비 전액을 지원함에도 불구하고 먼저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의사들에게 뒷돈을 줘야하는 그리스의 관행 때문이었다.

3차 구제금융 협상 개시 합의 이후에도 그리스는 단기적으로는 여전히 글로벌 경제의 불안요인으로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IMF가 그리스의 채무탕감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채무경감 수준에서의 필요성만 인정하고 있는 유럽 채권단과의 견해차도 이유가 될 수 있다. 또한 그리스의 국내정치적인 혼란이 현 정부에 대한 불신임으로 이어져 조기총선이 시행될 경우 새로운 정권의 출범은 다시 한 번 그리스 위기를 가중시킬 수 있다. 따라서 협상 과정에서 지난 수개월 동안 무너졌던 그리스와 채권단 간, 그리고 그리스 국민과 그리스 정부 간 신뢰를 다시 쌓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현재의 그리스를 살아가는 국민뿐만 아니라 미래의 그리스를 살아가야 하는 세대를 위해서도 그러하다. 나아가 그리스와 유럽 채권단이 유럽통합의 역사라는 시계를 뒤로 되돌리지 않도록 어떻게 노력하는지 지켜볼 일이다.

오태현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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