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 배낭여행 | 양강도, 숨어있는 보석! 2015년 8월호
북녘 배낭여행 6
양강도, 숨어있는 보석!
양강도는 한반도 북부 내륙지대에 위치해 동부는 함경남도, 서부는 자강도, 북부는 압록강과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과 접해 있는 곳이다. 면적은 약 13,880km2로 한반도 면적의 6.25%를 차지하고 있으며 현재 행정구역은 1시 11군으로 구성되어 있다. 양강도는 독특한 지형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북한지역은 남한지역에 비해 산지가 많은데 북한 내에서도 북쪽에 위치한 양강도는 평균해발이 1,338m로 대부분의 지역이 고원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한반도의 지붕을 이루고 있는 가장 높은 지대인 것이다.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곳, 양강도는 어떤 모습을 가지고 있을까?
양강도에서 첫 번째로 향한 곳은 김형권군 광덕리에 위치한 풍산개목장이었다. 오랜 옛날부터 이 일대에서는 풍산개를 사육해 사냥개로 이용하였다고 하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김형권군 광덕리 일대가 중심이 되어왔다고 한다. 이 목장에서는 풍산개의 번식과 사육, 훈련이 전문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풍산개들을 보고 있으니 우리나라의 또 다른 토종개인 진돗개가 생각났다. 그런데 진돗개는 ‘진도’의 개라서 진돗개인데 풍산개는 왜 풍산개인지 궁금해서 목장관리자에게 물어봤다. 김형권군은 1990년에 풍산군에서 개칭된 지명이라며 풍산개도 ‘풍산’ 지역의 개이기 때문에 풍산개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호랑이도 잡는다는 늠름한 풍산개들을 뒤로하고 다음 코스로 향했다.
북한 맥주의 깊은 맛, 비결은 혜산홉!
김형권군에서 두 번째로 들른 곳은 풍산왜가리번식지였다. 풍산왜가리번식지도 풍산개목장과 마찬가지로 광덕리에 위치해 있어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풍산왜가리번식지는 북한 북부고산지대에 하나밖에 없는 왜가리번식지로 왜가리 생태연구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고 한다. 왜가리번식지 주변에는 사초평저수지와 허천강의 지류들이 있어서 어류, 개구리, 벌레, 조개류 등이 많아 왜가리의 먹이와 번식조건이 좋다고 한다. 왜가리들은 봄철에 날아와 5~6월에 둥지를 틀고 6~7월에 새끼를 낳아 기르다 가을이 되면 떠나간다고 하는데 내가 방문했을 때에는 솜털이 보송보송한 아기왜가리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풍산왜가리번식지를 뒤로하고 양강도의 도 소재지인 혜산시로 향했다. 혜산시에서 가장 먼저 들른 곳은 혜산홉농장이었다. 혜산종홉은 양강도 혜산지방에서 산출되는 특산물이라고 한다. 홉은 꽃송이가 익으면서 꽃잎 밑 부분에 루플린이라는 누런색의 가루가 생기는데 이것이 맥주의 원료로 이용된다고 한다. 홉의 꽃송이는 약 3cm 정도의 크기로 노란 연분홍색을 띠는데 꽃은 7월 하순에 피며 수확은 8월 하순경에 한다고 한다. 꽃 수확 시기여서 그런지 농장에는 꽃송이 수확을 위해 농장원들이 분주해 보였다. 농장에서 직접 만들었다는 수제맥주를 마셔볼 수 있었는데 깊고 풍부한 향과 맛이 참 좋았다.
혜산홉농장을 떠나서는 혜산들쭉가공공장으로 향했다. 혜산에는 홉뿐만 아니라 양강도 지방의 높은 산간지대에 널리 분포되어 있는 특산식물인 들쭉을 가공한 들쭉가공제품들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이 공장에서는 들쭉을 가공해 여러 가지의 들쭉젤리, 들쭉술, 들쭉즙, 들쭉청량음료 등을 생산하고 있었다. 들쭉으로 만든 음식들을 맛보니 새콤달콤한 맛이 났다. 선물용으로도 좋을 것 같아 몇 가지의 들쭉제품을 구매한 후 백암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백암군에서 찾아간 곳은 백암군 남부 해발 1,740m에 위치한 천연기념물인 간장늪이었다. 간장늪? 이름을 듣고 ‘왜 간장늪이지? 물에서 짠맛이 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내판을 보니 짠맛이 나서 간장늪은 아니고 가을에는 물빛이 맑으나 봄과 여름에 간장빛으로 보인다고 해서 간장늪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하늘을 품은 듯한 천지, 눈 덮인 백두
다음으로 들른 곳은 대홍단군이었다. 대홍단군은 감자가 많이 생산되어 감자음식이 특별히 발달했다고 한다. 감자요리를 전문으로 한다는 식당에 들어가 메뉴판을 훑어보니 감자녹말국수, 감자떡, 언감자떡, 감자녹말강정, 감자탕조림 등이 있었다. 그 중 언감자떡이 생소해 종업원에게 어떤 음식이냐고 물어보았다. 언감자떡은 대홍단군에서 감자가 많이 생산되는데 겨울에 추운기후 때문에 감자가 잘 얼게 되니 언 감자를 이용하기 위해 생긴 음식이라고 했다. 언 감자를 말려 가루를 낸 다음 반죽해 빚어서 거기에 콩 같은 것을 박아 시루에 쪄내어 만든다고 했다. 종업원이 음식을 내어 오며 언감자떡은 식으면 그 맛이 적어지니 따뜻할 때 먹으라고 일러주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언감자떡은 따끈따끈 쫄깃쫄깃 맛있었다.
언감자떡을 먹고 삼지연군으로 이동하니 어느덧 날이 저물었다. 삼지연읍에 위치한 베개봉여관에서 하루 묵기로 하고 첫날 일정을 마무리 지었다. 이튿날 날이 밝아 지하수폭포로 유명하다는 이명수폭포를 보러갔다. 이명수폭포는 이명수역에서부터 서북방향으로 약 700m 떨어진 산기슭에 있었다. 높이 15m, 너비 27m 되는 5개의 폭포로 이루어진 이명수폭포는 현무암의 틈을 따라 모여든 지하수가 표면으로 흘러나와 바위벽에 이르러 폭포가 되는 것이라고 한다. 이명수폭포는 계절마다 색다른 경치를 보여준다고 하는데 내가 방문했을 때는 푸른 숲과 함께 하는 폭포를 감상할 수 있었다.
마지막 코스로는 이번여행의 하이라이트! 백두산으로 향했다. 일 년 열두 달 가운데 일곱 달은 눈이 덮여 있어 ‘백두’라는 이름이 붙은 백두산.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산이니만큼 오르기에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오르고 올라 마주한 백두산 천지는 감격 그 자체였다. 백두산의 날씨는 변덕스럽기로 유명한데 다행히 날씨가 맑아 천지의 오롯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맑고 깨끗한 물에 하늘을 품은 듯한 수려한 경관이 정말 가슴 벅찬 감동을 안겨주었다. 백두산의 정기를 듬뿍 받고 이번 여행을 마무리 지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양강도는 지리적 특성을 살린 특산물들과 아름다운 명소들이 있는 곳임을 알게 되었다. 한반도 가장 높은 곳, 천혜 자연을 간직한 양강도는 숨은 보석을 찾은 느낌이었다.
박지혜 / IPA 온라인 홍보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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