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와 함께, 자연과 함께! | 뉴질랜드 – 황해 갯벌 1만km 논스톱 비행, 큰뒷부리도요 2015년 9월호
새와 함께, 자연과 함께! 4
뉴질랜드 – 황해 갯벌 1만km 논스톱 비행, 큰뒷부리도요

큰뒷부리도요. 뉴질랜드로부터 한국으로 날아와 갯벌에서 배를 채운 후 알래스카로 날아간다. 번식한 뒤 다시 태평양을 건너 뉴질랜드로 돌아간다. 수만 km를 비행한다. ⓒ새와 생명의 터
대체적으로 고른 날씨 분포도를 갖고 있는 만큼 한국의 조류 종도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 새를 조사하고 연구하게 되면 자연과 우리가 어떤 상관관계를 이루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북방쇠찌르레기가 서울 근교에서 발견되어 연구원들이 고유의 번호를 매긴 금속 띠를 다리에 부착한 바 있다. 북방쇠찌르레기는 겨울엔 아시아 남부에 서식하는데 바로 그 북방쇠찌르레기가 2년 후에 평양에서 발견되었다. 놀랍게도 그 새에게 금속 띠를 부착했던 남쪽 연구원은 원평호 교수이며 평양에서 그 새를 발견한 사람은 바로 그의 아버지인 원평구 교수였다. 전쟁으로 인한 분단, 가족 간의 이별의 슬픔을 달래준 것은 바로 이 한 마리 새였다. 그로 인해 서로의 생사를 알게 되었으니까.
최근에는 연구원들이 위성추적장치를 이용하여 새들의 이동에 관한 지식을 보다 많이 얻을 수 있었다. 표식을 단 새들을 관찰하면서 일부 도요와 물떼새들이 매년 엄청난 거리를 이동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둘기만한 몸집을 가진 큰뒷부리도요의 경우 뉴질랜드와 호주에서 출발하여 한국과 중국을 거쳐 러시아와 알래스카까지의 대이동을 해마다 감행하는데 이들의 전체 이동경로는 이제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EAAF)라 일컫는다.
그런데 이들은 이 엄청난 여정을 어떻게 감당하는 것일까? 2007년 봄에는 뉴질랜드를 출발한 큰뒷부리도요가 황해의 갯벌까지 논스톱으로 비행했다는 것과 함께 겨우 1주일 만에 이들이 날아간 거리가 1만km라는 사실을 위성추적장치를 통해서 처음 밝혀냈다. 한국과 중국의 풍성한 갯벌에서 허기진 배를 채운 후 새로운 둥지를 틀기 위해서 이들은 다시 날아야 한다. 7,300km라는 엄청난 거리를 쉬지 않고 날아 도착하는 곳은 알래스카다. 그 곳에서 번식을 마친 새들은 겨울을 나기 위해 다시 남쪽을 향해 광활히 펼쳐진 태평양을 가로질러 뉴질랜드의 갯벌로 향한다. 이 때 논스톱 비행거리는 장장 1만1,700km에 달한다. 다음 해에도 그 다음 해에도 이런 여정을 똑같이 반복하는데 매년 반복되는 이들의 대장정에 없어서는 안 될 식량 공급처는 바로 갯벌이다.
갯벌이 사라진다, 새들도 사라진다
이러한 대장정을 감행하는 큰뒷부리도요와 다른 도요 및 물떼새의 숫자는 불행하게도 최근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원인은 황해 지역의 매립이다. 갯벌의 사라짐은 중간기착지인 새들에게 비행연료가 될 영양분을 공급할 수 없다는 것과 결국 새들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뉴질랜드의 미란다 내추럴리스트 트러스트(이후 미란다 센터) 소속 연구원들은 이 새들의 이동을 추적하고, 한국을 비롯한 다른 지역의 연구원들과 합류하여 조류를 보전하고 지키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 왔다.
이들은 2000년 이후부터 거의 매년, 압록강 하구의 중국 관할지에서 큰뒷부리도요 무리를 연구하였고, 새들의 도착을 환영하는 도요 및 물떼새 축제가 그 지역에서 매년 열리는 데 기여했다. 연구원들은 <새와 생명의 터>가 주최한 새만금 조사에도 합류한 바 있다. 그리고 2009년에는 한국자연환경보전기금과 뉴질랜드 및 북한의 우정학회에서 공동 지원하는 프로그램 시행을 위해 평양에서 북쪽으로 80km에 위치한 문덕철새습지보호구역을 방문하기도 하였다. 그 곳에서 2만4천 개체의 큰뒷부리도요를 발견하였고 그 중에는 미란다 센터에서 표식한 11개체를 포함하여 뉴질랜드에서 출발한 것만도 총 17개체나 되었음을 확인하였다.
2014년에는 미란다 센터와 뉴질랜드보전국, 북한자연보전연맹 대표자 회의를 통해 북한 연안을 따라 이동하는 조류 연구를 위한 5개년 공동프로그램을 협정하기도 했다. 이 협정을 이행하고자 미란다 센터의 연구팀은 남포 인근의 대동강 갯벌에서 해당지역 연구원들과 협력하여 2015년 5월에 연구·조사를 시행하였으며 EAAFP(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는 이 조사에 기금을 지원했다. 이어서 7월 5일부터 7일까지 이들이 발견한 도요 및 물떼새는 2,800 개체의 큰뒷부리도요를 비롯하여 람사르 조약에 명시된 지역의 국제적 중요성을 가늠하는 평가기준에 부합하는 약 2만 개체에 이르렀음을 확인했다.
한반도의 새들은 그 자체가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함께 소유한 자연유산이다. 많은 조류 종들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사는 지구가 병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계절에 따른 기후가 철새의 이동을 재촉하듯, 지구 환경의 악화를 막기 위해서는 현재 우리가 직면한 복합적·환경적·사회적 위기를 해결하려는 국제협력과 실천이 시급하다.
나일 무어스 / <새와 생명의 터> 대표
댓글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