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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 인기 만점! 살아있는 체험학습, 야영 2015년 10월호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34

인기 만점! 살아있는 체험학습, 야영

요즘에는 캠핑이 유행인 것 같다. 방송 곳곳에서 캠핑족을 소개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와 비슷하게 북한 학교에서는 야영을 한다. 북한 교육위원회는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산지식으로 다지고 몸을 튼튼히 단련하는 데에 있다.’고 야영생활의 목적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야영생활을 통해 어려서부터 조직과 집단을 사랑하고 귀중히 여기는 사람으로 자라게 할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

야영은 크게 중앙 야영과 도 야영으로 나뉜다. 중앙 야영은 말 그대로 전국적 단위의 학교들이 참가하는 야영이고 도 야영은 도내 학교들이 참가하는 야영이다. 그리고 야영소에 대한 공급체계가 중앙인가, 지방인가에 따라서도 중앙 야영과 도 야영으로 나뉜다.

대표적인 중앙 야영소로는 원산 송도원국제소년단야영소가 있다. 북한이 제일 자랑하는 곳으로, 김정일의 지도 아래 건설되었고 직접 찾았다고 선전하는 곳이다. 북한에서 이 야영소가 유명한 것은 김정일이 찾았다는 점도 있지만 외국 학생들이 오는 유일한 야영소이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평양시 교외에 있는 만경대소년단야영소, 석암소년단야영소를 비롯해 묘향산, 태성호 등지에 중앙 야영소들이 있다.

강원도 원산의 송도원국제소년단야영소에 입소한 북한, 외국 학생들이 각종 활동을 즐겼다고 지난해 8월 1일 이 보도한 사진 ⓒ연합뉴스

강원도 원산의 송도원국제소년단야영소에 입소한 북한, 외국 학생들이 각종 활동을 즐겼다고 지난해 8월 1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사진 ⓒ연합뉴스

북한의 자랑, 송도원국제소년단야영소

야영은 대체로 4월부터 10월까지다. 소학생은 5일 정도, 중학생은 일주일 정도 진행한다. 야영생활 중에는 오전 6시에 기상하여 세수와 아침체조, 식사를 한 후 과외활동을 한다. 점심 식사 후 오후 3시까지는 낮잠 등 휴식을 취한다. 낮잠 시간에는 잠이 안 와도 의무적으로 자야 한다. 오후 3시부터 다시 과외활동을 하고 오후 5시 30분부터 저녁식사를 한 후 저녁에는 오락회, 교직원들의 축하공연, 무도회가 진행된다. 오후 9시가 되면 일제히 취침에 들어간다.

과외활동은 대체로 몇 개 조로 나뉘어 진행된다. 한 그룹이 보트를 타면 다른 그룹은 운동장에서 줄타기, 축구경기 등을 실시하고 또 다른 그룹은 동식물 채집, 마지막 그룹은 ‘동식물 찾아 달리기’라는 게임을 한다. 또 간단히 문답식 학습경연 같은 것도 있다.

야영 기간에 재미있고 기억에 남는 것이 바로 식사 당번을 서는 것이다. 식사 당번으로 뽑힌 학생들은 식사 30분 전에 식당에 가 배식을 한다. 그리고 식사 후 그릇들을 옮기고 식당을 청소한다. 끼니마다 식사 메뉴가 바뀌고, 매일 간식을 공급하고, 평소에는 접하기 어려웠던 튀김 음식, 떡 등을 먹을 수 있다. 물론 공급이 잘 되던 시기의 이야기다. 북한의 경제난이 계속되며 최근에는 야영소 운영이 힘들어 거의 문을 닫았다. 그나마 중앙 야영소는 운영이 되는데 이마저도 규정의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한다.

2000년대 초반 전국교육부문 강습차 원산에 간 적이 있다. 8월 중순쯤이었다. 외국 학생들이 오는 8월 무렵이 이곳의 클라이막스인데 국가적 사정으로 더 진행할 형편이 되지 않아 1년에 보통 3기 정도만 운영한다고 했다. 북한이 제일로 자랑하는 송도원야영소가 이러니 다른 야영소나 도 야영소들이 제대로 운영되기는 힘든 실정이다.

현재 야영에는 학교별 1년에 1~2개 학급밖에 참여하지 못한다. 이는 지표(할당제)가 있어야 갈 수 있는데 몇 년에 한 차례, 청년동맹에서 지표가 주어진다. 송도원국제소년단야영에 가기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 학부모 중에서 큰 간부가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중앙 청년동맹으로부터 매년 송도원국제소년단야영소 지표가 주어지는 게 아니어서 도 청년동맹이 중앙에 로비를 해야 한다. 이렇게 도 청년동맹이 지표를 받아오면 학부모들이 힘을 써 자식의 학교에 배치되도록 한다.

이때 어느 시점에 가는 것이냐에도 힘이 작용한다. 가장 인기 있는 시점이 바로 외국 학생들이 오는 때이기 때문이다. 주변에 다녀온 선생님이 있었는데 그때 만경대혁명학원, 평양 제1중학교, 동대원구역 1중학교, 해주 예술학원, 함흥 외국어학원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학교들이 참석했다고 자랑했다.

그만큼 비용문제도 만만치 않다. 복장부터 간식, 준비품 등을 준비하는데 큰 돈이 들었다고 한다. 야영소에서 간식을 주지만 이전과 같지 않아 자체로 준비해야 하고 복장도 하나같이 수준 있게, 교복도 제일 좋은 천으로 다시 지어 입고 간다. 거기에 체육단복(운동복)도 제일 비싼 것으로, 신발, 가방 등 최상의 수준으로 구비해야 하니 웬만한 집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또한 기회를 준 청년동맹에도 따로 뇌물을 주어야 한다. 이렇게 북한 학생들의 야영생활마저도 경제난으로 타격을 받아 중단해야 하고, 설사 간다 해도 빈부격차로 인해 노동자, 농민, 지어 웬만한 사무원집 자식들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정명호 / 전 양강도 혜산시 소재 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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