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 교도소 맞아? 2015년 1월호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66
교도소 맞아?
얼마 전 아주 색다른 경험을 했다. 교도소 몇 군데를 돌아보게 된 것이다. 방송에서 범죄 뉴스나 교도소 장면이 나오는 영화들을 볼 때면 남한 교도소를 한번 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생긴 것이다. 교도소 내부를 직접 볼 수 있다는 생각에 호기심이 부쩍 동했다.
언젠가 수원구치소에 면회를 가본적은 있지만 그 땐 면회실에서 재소자를 만나고 나온 것이 전부다. 구치소 건물과 구내모습이 아주 깨끗했다. 무엇보다 직원들이 너무 친절했다. 북한 같으면 면회신청자를 아주 불손하게 대했겠는데 그렇지 않았다. 북한에선 죄를 지은 사람과 연고가 있는 것만으로도 괜히 죄책감이 들게 만든다. 이를 테면 재소자가 평소에 바른 길을 걷도록 거들어주지 못한 책임 같은 것이었다.
처음 방문한 곳은 충북 지역에 있는 어느 교도소였다. 조용하고 풍광 수려한 곳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정문에 들어서는 순간, “사랑하는 당신의 가족, 잘 돕겠습니다.”라고 쓴 구호가 인상적이었다. 구호만 봐선 이곳이 장애인이나 치매노인을 돌보는 복지시설로 착각될 정도였다.
南 “아름다운 교정, 새로운 출발” vs 北 “도주는 곧 죽음”
안에 들어가서도 여기저기에 재소자들을 격려하고 위로하는 글들이 보였다. 위압적이고 겁을 주는 글은 없었다. 전부 “아름다운 교정”, “새로운 출발” 같은 문구였다. 북한 교화소에는 다정한 내용의 글이 없다. 전투적이고 재소자들에게 겁을 주는 글뿐이다. 예를 들면 “도주는 곧 죽음”이라고 써 붙였다.
재소자들은 하나 같이 얼굴빛이 좋았다. 우선 건강상태가 상당히 좋아보였다. 재소자들이 머리를 빡빡 깎지 않은 것이 북한과 달랐다. 북한에선 재소자들의 머리를 무조건 빡빡 깎는다. 그 모양을 보고 흔히 “탁구알”이라고 불렀다. 머리를 깎았더라도 살이 좀 있어야 둥글둥글한 게 보기도 좋을 텐데, 모두 영양실조 상태로 머리에 뼈가 불거져 울퉁불퉁해 보인다.
남한 교도소의 급식 질은 북한과 비교할 수 없다. 교도소에서 몸무게가 늘 정도면 할 말을 다한 거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 것이 당연한데, 살이 찔 정도로 먹을 수 있는지 의문이었다. 그렇다고 북한 교도소처럼 쓰러질 때까지 강제노동을 시키는 것도 아니었다.
남한 교도소가 일을 시키긴 해도 살이 빠지지 않을 정도라면 노동 강도가 세지 않다는 말이다. 게다가 무보수 노동도 아니다. 일한만큼 돈이 나온다고 했다. 그걸 모았다가 출소할 때 갖고 나가 새 출발을 하는 데 도움을 준다니, 죄 지은 사람을 이다지도 ‘살뜰하게’ 품어 줄 거면 차라리 잡아넣지 않는 것이나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뿐이 아니다. 교도소에서 직업교육을 하고 있었다. 출소 후 취업에 도움이 되라고 공부를 시키는 것이었다. 교도소에 있는 기간 자격증을 여러 개씩 취득하고 나오는 출소자들이 많다고 한다.
아주 특별한 교도소도 있었다. 개방형 교도소였는데, 세상에 그런 교도소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재소자들의 양심을 믿고 스스로 죄를 씻고 나가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울타리 높이도 가슴 높이 정도밖에 안 되었다. 누구든 쉽게 넘을 수 있었다. 그런데도 도망가는 재소자가 없다고 했다. 재범 가능성이 없다고 여겨지고, 진심으로 죄를 씻으려는 의지가 강한 재소자들을 관리하는 곳이었다.
가정파괴를 막아주는 펜션이라고?
경북 지역 교도소에 갔을 때였다. 필자는 거기서 새로운 사실을 접하고 완전 충격을 받았다. 교도소를 돌아보고 막 떠나려던 참에 우연히 정문 옆에 위치한 건물 하나에 눈길이 갔다. 2층으로 된 펜션 같았다.
“누가 교도소 옆에 저렇게 펜션을 지었을까요? 하필이면 다른 곳도 아니고…” 별 생각 없이 인사차 나온 직원에게 물었다. “아 저거요. 저건 펜션이 아닙니다. ‘가족만남의 집’이라고 교도소 건물입니다.”, “예? ‘가족만남의 집’이요? 아~ 면회실인가 보군요.”, “아니죠. 말하자면 재소자가 아내와 너무 오래 떨어져 있으면 뭐 다른 문제들이 생길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가정이 파괴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저런 시설이 필요한 겁니다. 저기서 배우자가 찾아오면 함께 하룻밤 지내고 가곤 합니다.”, “예?! 뭐라고요?”
출발을 잠시 미루고 ‘가족만남의 집’을 돌아봤다. 명칭만 다르지 최고급 펜션이었다. 놀랍고 충격이었다. 갑자기 달동네에서, 쪽방에서, 반지하방에서 고생하는 사람, 폐지 줍는 노인들이 생각났다. 그들은 무슨 죄를 지었기에 재판을 받고 형기를 사는 재소자들보다 더 고달프게 살까.
재소자가 죄를 짓긴 했지만 인권을 보장해 준다는 취지는 좋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엔 수위가 적절한지 의문이다. 한번 교도소에 갔던 사람은 출소해도 또 죄를 짓고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는데, 혹시 사회에서 새롭게 거듭나기 위해 도전하기보다 교도소가 더 편한 것 때문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얼핏 들었다. 현재 남한 교도소를 통일 후 북한 지역에 그대로 도입하면 어떤 현상들이 생길까. 지금의 북한 상황을 잘 아는 입장에선 도무지 상상이 되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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