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맛지도 | 평양 녹두지짐이 ‘빈대로 만든’ 떡? 2015년 1월호
북한 맛지도 29
평양 녹두지짐이 ‘빈대로 만든’ 떡?
한국에 와보니 종로 빈대떡이 정말 많기도 하고 유명하기도 하다. 평양 종로에도 지짐집이 있긴 하다. 평양 고려호텔 근처에 있는 지짐집에서 녹두지짐을 파는데, 일단 평양에는 부침개처럼 팬에 부쳐 만드는 음식을 파는 음식점이 그리 많지 않다.
또 북한에서 귀한 녹두지짐은 음식점에서 팔지만 일반 밀가루 지짐은 집에서나 만들어 먹는 음식이라 음식점에는 팔지 않는다. 남과 북의 음식점에 대한 개념은 확실히 다르다. 북한은 음식점이 특별한 음식을 먹는 곳인 반면 남한의 음식점은 집에서 음식을 만들기 싫을 때 밖에 나와 사먹는 곳이다. 그래서 북한 식당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된장찌개, 김치찌개, 밀가루지짐이 같은 음식을 파는 곳이 남한에는 수없이 많다.
한 시간 줄서서 녹두지짐 딱 한 장 사먹기도
북한에서 녹두는 일반인이 구하기가 어려운 재료이고 음식점에서만 취급하니 녹두지짐집은 상당히 인기가 높은 편이다. 독특한 것은 녹두지짐집에서 녹두전을 테이블 당 한 장 이상 팔지 않는다는 것이다. 양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한 사람이 두세 장씩 시켜 먹을 수 없다.
남한에서는 음식점에서 준비했던 음식이 모자라면 또 만들어서라도 음식을 손님에게 제공하지만 사회주의 계획경제 시절의 음식점들은 일정량의 식사를 준비했다가 음식이 모두 판매되면, 기다리던 손님들 상관없이 음식이 떨어져 영업이 끝났다고 하면서 사람들을 내보낸다.
그래서 녹두지짐 한 장을 먹으려고 해도 줄을 서야 하고 양이 모자라면 영업이 끝나기 때문에 미리 가서 줄을 서야만 먹을 수 있다. 나도 평양에 갔을 때 녹두지짐집 앞에서 1시간 동안이나 줄을 서 딱 한 장을 사먹은 적이 있다. 한 장을 먹은 이상 추가 포장도 불가능했다.
이처럼 유명 음식점의 경우는 서로 먼저 식사를 하려고 사람들이 줄을 제대로 서지 않으려 해서 상당히 불편할 때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줄을 서지 않고 먼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영예군인(상이군인)이나 교원을 우대하는 좌석을 이용하려고 평양에 출장을 갈 일이 있을 때는 종종 영예군인증을 빌려 가기도 한다.
이 같이 북한에서는 녹두지짐이 유명한 반면 남한에서는 빈대떡이 유명하다. 빈대떡. 문제는 바로 이름이다. 북에서 온 사람 누구도 처음에 빈대떡이라고 하면 알아들을 수가 없다. 김정일까지도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양에 갔을 때 “남쪽에서는 왜 맛있는 녹두지짐을 빈대떡이라고 합니까?”하고 물은 적이 있으니까 말이다.
서울에서는 왜 종로 빈대떡이 유명한지 모르겠지만 평양 녹두지짐이 유명한 것은 평안도 지방에 녹두가 많이 생산되었기 때문이다. 녹두지짐에는 돼지고기를 넣고 돼지비계로 지지는 것이 특징인데 고사리, 숙주나물 등을 썰어 넣어 섞어서 지진다. 나의 어머니 말씀에 의하면 해방되기 전에는 평양의 길거리에서 녹두지짐을 부쳐서 파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특히 아침 일찍 길가에서 녹두지짐을 부쳐서 파는데 고소한 기름 냄새에 사람들이 그냥 지나갈 수가 없고, 인절미 떡에 방금 지져 낸 녹두지짐 한 장을 함께 먹게 되면 아침이 거뜬하기도 하지만 맛 또한 일품이었다고 한다. 그 옛날 떡과 지짐이 만난 ‘떡지짐 샌드위치’라니 대단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인절미와 녹두지짐 샌드위치?
하여간 통일되었을 때 북에서 온 사람이 종로 빈대떡집 앞에서 서게 된다면 ‘빈대’라는 이름 때문에 남쪽 사람들 생활에 대한 의구심을 품을 것이다. 사실 남한 신세대들은 말만 들어봤지 빈대를 실제 본 적은 한 번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에는 빈대가 상당히 많다. 특히 여관 같은 곳에서는 빈대가 너무 많아 밤에 잠을 청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러니 그런 빈대들에 시달렸던 북한주민들이 종로 빈대떡집 앞에 가면 얼마나 황당할 것인가?
빈대떡 이름에 대한 유래에 대해서는 설이 상당히 많다.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이 중국 ‘빈자떡’이라는 말이 세월이 지나면서 빈대떡이 됐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옛날에는 서울 정동이 빈대가 많았던 빈대골이었는데 이곳에서 빈자떡을 많이 팔아 빈대떡이 됐다고도 하고, 가난한 사람들이 먹었던 떡이라는 것에서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다.
여하튼 맛있는 녹두지짐이 빈대로 만든 떡으로 오해받는 일이 없기를 바랄뿐이다. 평양의 종로 지짐집에서 부친 녹두지짐과 서울의 종로 빈대떡집에서 부친 빈대떡이 의형제를 맺고 남북한 사람들 모두에게 사랑을 받게 되는 그날을 고대한다.
이애란 /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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