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훈의 취재수첩 | 파나마, 쿠바무기 선적 北 선박 억류 중남미국 일부 반대 2013년 8월호
장용훈의 취재수첩 | 파나마, 쿠바무기 선적 北 선박 억류 중남미국 일부 반대
쿠바의 무기를 실은 북한 선박이 파나마 운하를 지나다 파나마 정부에 억류되는 일이 발생했다. 리카르도 마르티넬리 파나마 대통령은 “쿠바에서 출발한 북한 국적 선박이 미사일 부품으로 의심되는 미신고 물품을 파나마 운하를 통해 밀반입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마르티넬리 대통령은 쿠바에서 북한으로 향하던 문제의 선박에 마약이 실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항구로 인도, 조사한 결과 미사일 부품이 숨겨진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적발된 화물에 탄도미사일 부품과 비(非)재래식 무기로 여겨지는 물체들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설탕이 실려 있는 화물을 걷어내자 밑에 있던 컨테이너 2개에서 정교한 미사일 장치로 보이는 화물이 발견됐으며 이 물품은 파나마 운하로의 반입이 허가되지 않은 물자라는 게 파나마 당국의 설명이다. 경찰이 조사에 들어가자 문제의 북한 선박 선장이 자살을 시도했고 선원들도 폭동을 일으키려고 했다.
‘청천강호’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 선박에는 선원 35명이 타고 있었으며 선원들은 현재 구금된 상태다. 파나마 정부는 이 선박을 정밀 조사하기 위한 전문가 파견을 유엔에 요청했다.
쿠바, 북한 선박 무기 소유권 주장
이번 사건이 발생하자 미국 정부는 파나마 정부의 조치에 대해 지지 입장을 밝혔다. 패트릭 벤트렐 국무부 부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은 파나마 정부가 북한 국적 선박을 검색한 것을 강력하게 지지한다.”면서 “파나마 정부의 조치에 찬사를 보낸다.”고 말했다.
그는 “이 선박은 과거 마약밀수에 연루된 전례가 있고, 파나마도 이 선박에 마약이 실려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 조사를 했다.”면서 “파나마와 접촉하고 있고 계속 연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북한에 대한 제재를 규정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 1718호, 1874호, 2094호 등을 언급하면서 “이 선박에 무기가 실려 있다면 이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건이 발생하자 쿠바 외교부는 외교부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한 성명에서 쿠바를 출발해 북한으로 가던 북한 선박 청천강호에 240t의 ‘낡은 방어무기’가 실려 있었다고 인정했다. 외교부는 구체적으로 “이 무기들은 볼가와 페초라 등 방공 미사일 2기, 미사일 9기의 부품, 미그 21Bis 전투기 2대와 이 전투기의 모터 15개 등으로 모두 20세기 중반에 만들어졌으며 수리 후 쿠바로 되돌아올 것 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쿠바는 주권 수호를 위해 국방력을 유지할 수 있으며 국제법을 존중하고 비핵화를 포함한 군축과 평화를 유보 없이 준수한다고 덧붙였다.
또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아바나항을 출항하여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려던 우리 무역선 청천강호가 마약 운반이라는 혐의로 파나마 수사 당국에 억류당하는 비정상적인 사건이 발생했다.”며 “파나마 당국은 억류된 우리 선원들과 배를 지체 없이 출항시키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변인은 “파나마 수사 당국은 마약 수사라는 미명 하에 청천강호의 선장과 선원들을 난폭하게 공격하여 구류한 다음 배짐을 강제로 수색하였으나 그 어떤 마약도 발견하지 못하자 다른 짐을 걸고 들면서 저들의 폭거를 비호하려 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박에서 발견된 미사일 부품 등과 관련해 “그들이 걸고 드는 짐은 합법적인 계약에 따라 수리하여 다시 쿠바에 되돌려주게 되어 있는 낡은 무기들”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쿠바와 북한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북한 선박에 미사일을 선적한 것은 유엔 결의 위반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06년 10월 북한의 첫 핵실험 이후 4차례에 걸쳐 제재 결의를 했는데 이에 따르면 모든 유엔 회원국은 소형화기를 제외하고는 북한으로 무기 이송이 금지되기 때문이다.
북한 선박 청천강호 사건은 중남미 사회의 정치적 갈등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파나마 일간지 <라 에스트렐라(La Estrella)>는 청천강호에 대한 유엔의 조사를 두고 국제사회가 찬-반 의견으로 나뉘면서 상당한 마찰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는 파나마의 청천강호 억류를 지지하며 유엔에 즉각적인 대응을 요구했고, 미국과 영국도 유엔이 필요한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천강호 사건의 당사자인 쿠바를 비롯해 콜롬비아와 에콰도르 등 중남미 일부 국가들은 북한 선박 조사에 반대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특히 미국의 개입에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파나마 공공안전부의 호세 라울 물리노 장관은 “파나마 운하가 중립적으로 운영되는 것은 맞지만, 국가로서의 파나마는 중립이 아니다.”라는 말로 유엔 조사를 지지하는 파나마 정부 입장을 설명했다.
北, “수리 후 돌려줄 낡은 무기들”
한편 북한 선박에서 적발한 미사일 부품으로 의심되는 물품이 앞으로 어떻게 처리될지도 관심사다. 미사일 등 북한의 무기 거래는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에 의해 금지돼 있다. 파나마는 추후 구체적인 조사 결과가 나오면 이 내용도 우리측과 공유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 물품에 대해 쿠바의 소유권을 인정할지 여부도 추후 조사 결과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만약 조사 결과 북한이 금지된 물품을 이송한 것이 맞으면 파나마는 이를 자체적으로 적절하게 처분할 수 있다. 유엔은 결의안을 통해 처분 방식으로 파기, 판매, 이전 등을 열거하고 있다. 다만 조사 결과가 나오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동안은 압류 상태로 보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월 부산에서 적발된 ‘탄도 미사일 부품(북한 제조 추정)’도 아직 처분되지 않고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사일 관련 의심 부품을 이송하다가 구금된 선원의 경우 유엔 결의에 별도의 처리 방침은 없는 상태다. 이에 따라 구금된 선원 35명의 경우 파나마 법에 따라 신병 처리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용훈 / <연합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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