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3년 8월 1일 0

북한인권을 말한다 | 북한주민 ‘먹을 권리’ 해결하려면? 2013년 8월호

연간기획 | 북한인권을 말한다 22

북한주민 ‘먹을 권리’ 해결하려면?

“조선노동당의 새로운 병진노선을 철저히 관철하기 위한 군대와 인민을 고무하는 선전화”라며 지난 6월 19일 이 보도한 포스터 Ⓒ연합뉴스

“조선노동당의 새로운 병진노선을 철저히 관철하기 위한 군대와 인민을 고무하는 선전화”라며 지난 6월 19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포스터 Ⓒ연합뉴스

남북 간에 모처럼 당국자 회담이 진행되고 있지만, 5·24 조치 해제 및 개성공단 문제해결은 쉽지 않은 것 같다.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대북정책의 슬로건으로 내걸고 튼튼한 안보태세를 바탕으로 북한과의 신뢰구축을 위한 다양한 대화채널을 탐색하고 있지만 북한의 무력시위와 개성공단 폐쇄조치 등으로 남북관계는 경색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중국의 중재와 한·미 정책공조 효과 등으로 실무접촉이 개최되는 등 새로운 변화 국면도 나타나고 있다.

긴급구호성 대북지원 ‘먹을 권리’ 근본적 해결 못해

이러한 와중에서 야당과 사회 일각에서는 5·24조치를 폐지하고 북한에 대한 대규모 식량지원 및 민간단체의 인도지원을 즉각 재개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실상 국제사회 식량지원과 의료지원을 통해 북한주민 30%가 겨우 ‘먹을 권리(right to food)’를 보장받고 있는 참담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계속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북한의 식량난은 한국과 국제사회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장기화, 구조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유엔기구들의 현지 조사결과에 따르면, 북한 기아인구는 전체인구 30%인 750만명 정도로 추산되며 영유아 30%가 영양실조 상태로 조사되고 있다. 과연 그동안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의 대북지원이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수치는 2004년 유엔아동기금(UNICEF)과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이 발표한 공동조사 결과에서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당시 발표는 5세 이하 아동 23%가 저체중, 37%는 만성영양장애, 조사대상 어머니의 약 1/3이 영양실조 상태라는 수치를 제시한 바 있다. 근본적으로 긴급구호의 성격을 가지는 대북 인도지원은 북한 주민의 ‘먹을 권리’ 개선에 있어서 한계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정치적 충성심을 우선척도로 하는 북한체제의 분배정책도 대북 인도지원의 효과성을 저해하는 구조적인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대북 인도지원의 ‘평화효과’는 어떠했는가? 북한은 과거 우리 정부의 ‘햇볕정책’과 상관없이 북·미 양자협상을 추구했으며 핵과 미사일 개발을 밀고 나갔다. 햇볕정책의 대북 핵협상에서의 지렛대 효과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고 한국의 대북 다자협상 테이블에서의 고립은 심화되었다. 오히려 북한의 지배층의 권력자원을 증강시키고 지원물품을 장마당을 통해서 현금화함으로써 북한 군부의 핵무장을 지원했다는 주장이 보다 설득력을 지닌다.

北 개혁·개방 전제로 한 개발지원 프레임 모색할 때

다른 한편 대북 인도지원은 상호주의 잣대를 적용하면 안 된다는 ‘탈정치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인도주의 사안에 대한 ‘정경분리’ 원칙이다. 정경분리는 정치적 이해관계와 경제적 이해관계를 분리해서 처리하는 상호관계의 원칙이며 인도적 지원에는 적용되기 어려운 기준이다.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고려를 배제하고 실시되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경제적 호혜성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다. 그보다도 인도적 목적 실현이 우선되어야 정경분리 원칙과 같은 지속성이 가능하다.

주민들이 봄을 맞아 분계연선도시 개성시 안의 협동벌들에서 벼모내기를 하고 있다고 이 5월 14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주민들이 봄을 맞아 분계연선도시 개성시 안의 협동벌들에서 벼모내기를 하고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5월 14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대북 인도지원이 정경분리 원칙과 같은 상호주의, 혹은 호혜주의 정당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국제사회가 실행하는 인도지원 3원칙, 그 가운데에서도 분배투명성 확보가 전제되어야 한다. 긴급구호나 인도적 지원은 국제적 규범이 지켜진다는 조건 하에서 지속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도지원은 우리 국내 입법으로 제도화할 사안이 아니다. 이미 국제적으로 지켜지는 확고한 원칙이 있으며, 우리 정부도 그것을 이미 준수하고 있다.

북한 주민의 ‘먹을 권리’를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도지원이 아니라 개발지원 프레임을 모색하여야 한다. 그러나 개발지원은 북한의 개혁·개방 의지를 전제로 한다. 또한 천문학적 규모의 재원을 필요로 한다. 국제사회의 협조와 거버넌스가 필수적이다. 북한의 경제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개발지원 거버넌스 실현을 위해서 북한은 핵 및 미사일 개발로 인한 국제제재를 스스로 풀어야 할 책임이 있다. 장기화되고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북한 식량난은 국내입법으로 ‘퍼주기식’ 대북지원을 지속한다고 해결될 수 없다. 무엇보다 북한 당국의 변화가 수반되지 않는 한 북한 주민들의 ‘먹을 권리’는 보장되기 어렵다.

북한 식량난은 자연재해나 국제제재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다. 1995년 북한이 국제사회 지원요청을 한 이래 이미 20여 년 동안 북한 당국은 주민들의 생존권보다 핵무장과 미사일개발에 치중하였다. 그 결과 더욱 엄중한 국제제재를 스스로 초래하면서 중국, 베트남, 미얀마 등 다른 사회주의 체제 국가들의 개혁·개방 노선이 아니라 더욱 폐쇄적인 체제를 강화시키며 ‘먹을 권리’를 포함한 주민들의 인권을 탄압하고 있다. 결국 북한 식량난은 북한 농업 시스템, 총체적인 국가부실이 원인이므로 북한 농업체제 개혁과 경제시스템을 시정하는 근원적 정책 처방이 추진되어야 한다.

이원웅 / 관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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