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전격적인 4차 핵실험 초강수 의도는? 2016년 2월호
특집 | 북한 4차 핵실험, 한반도 격랑 속으로!
북한이 지난 1월 6일 핵실험을 실시했다. 2006년, 2009년, 2013년에 이어 4번째 핵실험이다. 과거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을 이용한 3차례와 달리 이번에는 핵무력 발전에 보다 높은 단계를 운운하며 수소폭탄을 활용했다는 발표와 함께 사전에 미국은 물론 중국에도 핵실험 사실을 통보하지 않은 채 전격적으로 단행했다는 점에서 전 세계가 큰 충격을 받았다. 수소폭탄의 진위와 실험의 성공 여부를 떠나 명확한 것은 북한이 핵기술 고도화 및 탄도미사일 탑재가 가능하도록 소형화 및 경량화 목표에 가용 가능한 모든 역량을 투입하고 있으며 이는 곧 우리의 대북정책과 전략이 원점에서 재검토되어야 할 시점이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의 핵기술은 현재 어느 수준까지 도달해 있으며 발사체 탑재 등을 통한 실질적 위협은 어느 수준인지 살펴보고 동시에 이번 핵실험으로 북한이 얻고자 한 노림수는 무엇인지, 향후 미국과 중국, 일본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대응에 대한 전망과 함께 한국의 안보를 위한 향후 전략은 어떻게 추진되어야 하는지 살펴본다(편집자주).
Ⅰ. 북핵, 기술적 진화와 위협평가 … 노림수는?
전격적인 4차 핵실험 초강수 의도는?
북한이 지난 1월 6일 전격적으로 4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사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었다.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에서 인공 지진파를 관측할 때까지는. 사실 대부분의 예상은 그 반대였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신년사에서 핵과 관련된 언급이 없었고 오히려 경제 발전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정세 관리에 주력할 것이라 예측했다. 그러나 북한은 4차 핵실험을 실시하고 “조선노동당의 전략적 결심에 따라 주체 조선의 첫 수소탄 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북한은 새해 벽두부터 왜 이런 초강수를 뒀을까.
누구도 예상치 못한 북한의 핵실험은 올 한해 자신들의 대외적 전략을 관철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핵실험 직후 발표한 정부 성명에서 “우리 공화국이 단행한 수소탄시험은 미국을 위수로 한 적대세력들의 날로 가증되는 핵위협과 공갈로부터 나라의 자주권과 민족의 생존권을 수호하며 조선반도의 평화와 지역의 안전을 믿음직하게 담보하기 위한 자위적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의 극악무도한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근절되지 않는 한 우리의 핵개발 중단이나 핵포기는 하늘이 무너져도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북한 외무성은 1월 15일 발표한 대변인 담화에서 “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우리가 내놓은 미국의 합동군사연습 중지 대 우리의 핵시험 중지 제안과 평화협정 체결제안을 포함한 모든 제안들은 아직 유효하다.”고 밝혔다.
자극과 압박 통해 ‘전략적 인내’ 중인 미국 흔들기 시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정책에서 ‘전략적 인내’를 기본적인 틀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은 자극과 압박을 통해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를 꾀해 보겠다는 의도를 보인 셈이다. 특히 북한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남북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언급하고 곧바로 미국에 핵실험 모라토리엄과 한·미합동 군사연습의 중단을 제안하는 등 유화적인 제안을 이어갔다. 또 9월에는 유엔 총회에 참석한 이수용 외무상이 평화협정 체결을 제안하는 등 대화모드를 지속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북한에 대해 선(先) 비핵화 조치를 취해야만 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북한의 제안을 일축했다. 북한이 먼저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으면 대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핵실험 카드로 미국 정부를 흔들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핵실험을 ‘수소탄 핵실험’으로 선전함으로써 북한의 핵무기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음을 과시해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국제적 압박이 커지길 기대한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신년 국정연설문에서 ‘북한’이라는 단어를 생략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 문제를 국정연설문에서 언급하지 않은 것은 2014년 이후 3년째다. 가장 마지막으로 언급한 것은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한 다음 날인 2013년 2월 12일 국정연설에서 “북한 정권은 국제의무를 준수함으로써 안전과 번영을 얻을 수 있다. 이런 도발 행위는 자신만 더 고립시킬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다. 결국 북한의 대미압박이라는 의도는 관철되기 어렵게 된 셈이다.
여기에다 북한의 핵실험은 남한 및 중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도 함께 담은 것으로 분석된다. <노동신문>은 1월 11일 ‘핵에는 핵으로, 이것이 우리의 대응방식이다’ 제목의 해설 기사에서 “새 세기 부시 행정부 시기에 와서 미국의 대조선 위협의 강도는 더욱 높아졌고 미국은 우리를 핵선제공격 대상 명단에 공공연히 올려놓았다.”며 “우리와는 절대로 공존하지 않겠다는 것을 정책화하고 핵무력 사용까지 시사하면서 분별없이 날뛰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 누구도 우리에 대한 미국의 핵위협을 저지시키지 못했다.”며 “국제기구와 조약이라는 것은 오히려 미국의 대조선 핵위협을 정당화해주는 도구로 악용됐다.”고 밝혔다. 결국 북한이 언급한
‘그 누구도’는 혈맹이라는 중국과 ‘우리민족끼리’ 구도 속의 남한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핵실험이 진행되는 과정도 남한과 중국에 대한 유감을 고스란히 반영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은 이번 핵실험 사실을 공개하면서 김정은 제1위원장의 친필 지시도 함께 공개했다. 김 제1위원장은 지난해 12월 15일 수소탄 시험을 진행하라는 명령을 했고, 1월 3일에 최종명령을 내렸다. 결국 김정은 제1위원장의 핵실험에 대한 결심이 이뤄진 것은 지난해 12월 15일인 셈이다. 당시 한반도 상황을 보면 우선 남북 간에는 판문점에서 열린 제1차 차관급 남북 당국회담이 12월 12일 결렬로 끝났다. 북한은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한 원칙적 합의를 요구했지만 정부는 실무회담에서 논의하자고 한 발 뺐고 결국 회담은 결렬로 종료됐다. 8·25합의 이후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금강산에서 열리고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법을 논의할 적십자 본회담까지 합의된 상황이었지만 북한은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한 남측의 입장을 보고 관계개선에 대한 기대를 접은 것으로 보인다.
대남 관계개선 기대 접은 가운데 중국의 대북태도 전환 요구
중국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모란봉악단의 베이징 공연이 관심을 모으고 있던 가운데 북한은 12월 12일 갑자기 악단을 철수했다. 중국은 북한의 모란봉악단의 전격적인 공연 취소에 대해 “업무 측면에서의 (상호) ‘소통연결’ 때문에 공연이 예정대로 진행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모란봉악단이 12월 10일 베이징에 도착한 것과 비슷한 시점에 보도된 김 제1위원장의 ‘수소폭탄 보유’ 발언에 중국이 강한 불만을 나타낸 것이 원인이 됐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수소폭탄 보유’ 발언에 대해 “정세 완화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할 것”을 촉구하며 비판했다. 이른바 ‘최고 존엄’을 중시하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중국의 태도를 수용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관계 훼손을 감수하고 악단 철수 결정을 내렸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북·중관계가 악화된 가운데 북한은 수소탄 실험을 강행함으로써 중국 시진핑 정부의 대북 태도에서 전환을 촉구하고 있는 셈이다.
대외적 목적이 큰 가운데 김정은 체제가 출범 4년차를 맞아 내부적으로 주민들을 결속하려는 수요도 적잖아 보인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올해를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가 열리는 뜻 깊은 해”라고 규정하면서 “노동당 제7차 대회는 우리 혁명의 최후승리를 앞당겨나가기 위한 휘황한 설계도를 펼쳐놓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연장선에서 북한의 이번 핵실험은 36년 만에 열리는 당 대회를 앞두고 내놓은 설계도의 첫 장인 셈이다. 우선 북한은 이번 핵실험을 통해 주민들이 느끼는 안보불안감을 해소하고 국가에 대한 자긍심을 심으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정부 성명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수소탄까지 보유한 핵보유국의 전열에 당당히 올라서게 됐으며 우리 인민은 최강의 핵억제력을 갖춘 존엄 높은 민족의 기개를 떨치게 됐다.”고 밝혔다. <노동신문>은 1월 19일 정론에서 “(세계는) 핵포기를 떠들어대며 우리의 무장해제를 강요하고 침략전쟁에 끈질기게 매달리던 것으로부터 그것의 총파산을 공인하고 열강들의 전열에 조선의 자리를 내여주고 새로운 질서와 힘의 구도에 줄을 맞추는 자기를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스로 핵보유국임을 공언하고 있는 북한이 내부적으로 이번 핵실험을 통해 미국과 맞설 수 있는 힘을 가졌음을 과시함으로써 주민들의 불안감 해소에 주력하고 있음이 읽히는 대목이다.
여기에다 북한은 이번 수소탄 실험이 스스로의 개발로 이뤄졌음을 강조함으로써 ‘자강력’을 강조해 주민들의 노력 동원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정부 성명은 “우리의 지혜, 우리의 기술, 우리의 힘에 100% 의거한 이번 시험을 통해 우리는 새롭게 개발된 시험용수소탄의 기술적 제원들이 정확하다는 것을 완전히 확증했다.”며 “이번 수소탄 시험은 우리 핵무력 발전의 보다 높은 단계”라고 주장했다.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서도 스스로의 힘으로 핵개발에 성공했음을 강조함으로써 주민들에게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의지를 심어주고 있는 셈이다.
‘핵 보유국’ 부각 … 대내 경제발전 추동력으로 활용 의도
북한의 대내용 방송인 <조선중앙TV>가 핵실험 당일 “조선 노동당 제7차 대회가 열리는 뜻깊은 새해에 들어와 주체 조선의 첫 수소탄 시험이 성과적으로 진행된 역사적 사변에 접한 온 나라 인민들은 커다란 격정과 환희에 넘쳐 있다.”며 주민들의 인터뷰를 내보낸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읽힌다. 이 방송에 출연한 한 시민은 “너무도 통쾌하고 가슴 후련해서 막 춤을 추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고, 다른 시민은 “미국을 비롯한 적대 세력들의 핵위협과 공갈로부터 우리의 자주권, 민족의 생존권을 수호하기 위한 자위적 조치”라고 말했다.
북한 매체도 핵실험을 내세우며 경제발전을 강조하고 있다. <조선중앙방송>은 “핵 강국의 자주적 인민으로서의 배짱과 자존심을 지니고 강성국가 건설의 격전장마다 혁명적 양양을 일으켜 나가고 있는 노동계급과 농업 근로자들의 헌신성에 의해서 10일까지의 공업 생산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 장성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도 “2016년의 장엄한 서막을 열어젖힌 수소탄 시험의 대성공은 남흥 노동계급의 가슴마다에 승리의 신심을 더해주고 있다.”는 남흥 청년화학 연합기업소 일꾼의 인터뷰를 실으며 이곳의 비료 생산이 지난해보다 1.4배 늘었다고 소개했다. 결국 ‘핵 보유국’을 부각해 주민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면서 이를 경제 발전의 추동력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장용훈 / <연합뉴스> 북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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